연초부터 원달러 환율 8거래일 연속 상승
외국인 자금 유입에도 원화가치 하락 이어져
원화 동조현상 강한 엔화가치 하락도 원인
구조적 문제 등 근본원인 해결 안되면 반복
물가·부동산 우려에 고환율, 금리동결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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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면 다시 1470원대로 올라서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1470.4원이 표시돼 있다. [연합] |
대내외적 불확실성 확대에 원/달러 환율이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470원대까지 올랐다.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환율 안정에 초점을 맞춰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전문가는 국내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환율 불안이 계속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8거래일 연속 올랐다. 특히, 12일에는 ‘강달러’ 현상에 엔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환율 주간 종가가 전 거래일보다 0.74% 급등했다. 지난해 11월 11일(0.82%)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13일에도 환율 오름세는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종가보다 0.1원 오른 1468.5원에 개장한 뒤 차츰 오르며 9시 54분께 1473.3원까지 찍은 뒤 10시 현재 1472.9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상황을 고려하면 환율 상승은 이례적이다. 코스피 지수는 최근 7거래일 연속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4600선을 돌파했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활황이면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원화도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장에서는 대내적으로는 달러 수급 불균형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대외적으로도 잇달아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에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원화와 동조 현상이 강한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도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국내 투자자와 일부 기관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23억6740만달러(약 3조5000억원)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말 환율 급락이 오히려 ‘서학개미’들의 달러 수요를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대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이슈가 연일 불거지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원화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엔화 약세도 원화 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달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달 조기 총선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12일 엔/달러 환율은 157.93엔까지 올랐다.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해 적극적 재정 정책을 펼치면 일본의 재정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엔화가 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4월 22일(139.88엔)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연초 환율 고공행진에 15일 예정된 한은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관측이 우세해지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재 환율이 국내 펀더멘털(기초요건)과 괴리돼 있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 상황의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우려를 표해왔다. 그 밖에 고환율 지속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 우려, 여전한 수도권 중심 부동산 과열 현상 등은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전문가는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달러화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면서도 “상반기 달러 약세 기조 속에서 정부의 외환수급 개선 대책이 점차 효과를 보고, 유가 안정과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폭 확대,
WGBI 가입에 따른 외국인의 국내 국채매입 확대 등에 달러 수급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말 정부의 외환수급 대책이 아직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당분간 당국의 구두 개입 여부는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율 상승의 배경이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을 넘어 한국 경제 구조적 요인에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메시지 관리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정수 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외환 수급은 현상일 뿐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경상수지와 무역수지가 앞으로 악화할 것이라는 인식, 순자본 유출 확대, 정부 재정적자 확대 등 세 가지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 상승 압력을 막기 어렵다”고 했다.
김벼리·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