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원/달러 환율 방어 여파로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이 7개월 만에 감소했지만, 현금성 자산인 예치금은 오히려 급증하며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환헤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고환율에 따른 물가상승 등 경제적 여파를 막기 위한 ‘실탄’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 중 현금성 자산인 예치금 잔액은 318억7000만달러로, 전월보다 54억4000만달러(20.6%) 늘었다. 환율 방어 영향으로 전체 외환보유액이 26억달러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한마디로 한은이 고공행진하는 환율을 잡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투입했지만 예치금은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시계열을 보면 예치금 잔액과 비중 모두 2023년 1월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2023년 1월 당시 외환보유액 예치금 잔액은 341억7000만 달러였다.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예치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달 말 7.4%로 2023년 1월(7.9%) 이후 가장 높았다.
다만 당시에는 외환보유액과 예치금이 동시에 늘었다. 예치금이 48억2000만달러 늘어나는 동안 외환보유액 또한 68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최근의 외화 현금 확보 기조가 훨씬 더 세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외환보유액은 자산 종류에 따라 예치금, 유가증권, IMF(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 IMF포지션, 금 등으로 나뉜다. 이중 예치금은 현금 또는 현금성 자산을 말한다. 긴급 시 즉시 인출해 쓸 수 있는 외화 자산이다.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등을 통해 나가는 자금 또한 예치금 항목에서 빠진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7개월 만에 줄어들었음에도 현금성 자산 규모만 늘어난 것은 국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을 매도해 현금을 확보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말 유가증권은 3711억2000만달러로 한 달 새 82억2000만달러 줄었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환율방어를 위한 손실분보다 더 많은 예치금을 확보한 것을 두고 향후 환율 안정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실탄’을 마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이 환율에 개입하는 방법은 한은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팔고 원화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매도 개입(스무딩 오프레이션), 그리고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등 크게 두 가지다. 외환스와프란 국민연금이 한은으로부터 직접 달러를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외환시장에 참여하지 않고도 달러를 구할 수 있어 환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다만 두 방안 모두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은 단점이다.
그중에서도 외환당국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환율 안정화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금과 같은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는 해외투자의 ‘큰손’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환헤지를 실시해야 효과적으로 환율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 외환당국의 판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국민연금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환당국은 실질적인 환헤지 전략을 위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효율적인 전략적 환헤지 전략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가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를 예측하고 행동함으로써 연기금이 환율변동 리스크에 노출되는 상황을 고려해 환헤지를 탄력적으로 집행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한은도 최근 제도를 개편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환헤지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지난달 19일 한은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한시적 외화지준 부리’를 의결했다. 외화예금의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한시적으로 미국 정책금리 수준의 이자를 주는 내용이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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