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희 기자, 부산 = 이승륜 기자
해양수산부가 오는 23일 부산 이전 청사에서 개청식을 열고 본격적인 ‘부산 해수부 시대’를 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어젠다를 제시하며 해수부를 세종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는 로드맵을 제시한 지 반년만이다. 해수부는 당장 ‘부산 현지 적응’과 함께 이 대통령의 대선 어젠다였던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항로에 비해 비용과 소요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북극항로 개척에 성공할 경우 해상 물동량을 대거 부산항으로 유치할 수 있으며 북극해 자원개발 프로젝트 참여라는 부가 효과도 전망되고 있다.

“한국형 북극항로란 단순한 항로 개척을 넘어 조선·금융·자원 등 전후방 산업의 발전과 함께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해양수도권화를 의미합니다.”
오는 23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완료를 알리는 ‘부산 해수부 청사 개청식’과 함께 향후 국민의 눈은 한국형 북극항로 개척과 이로 인한 ‘해양수도권’ 구축의 여정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와 이재명 정부의 로드맵이 실현된다면 동북아 해상 물류의 판도를 바꾸는 해양판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22일 해수부에 따르면 현재 부산에서 유럽 최대의 무역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는 항로는 약 2만㎞ 길이로, 상선이 이를 편도로 1회 항해하는 데 30일이 소요된다. 중동의 홍해와 유럽의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 하기에 지난 2023년 기준 1회 운항당 비용도 380만 달러(약 56억 원)가 소요된다.
그러나 북극해의 동쪽 지역을 거쳐 로테르담으로 향하는 북동항로를 거칠 경우 그 거리와 시간은 약 1만3000㎞ 및 20일 정도로 단축된다. 1회 운항당 비용도 300만 달러로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북극항로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최단거리 항로”라며 “수송거리, 운항일수 단축 등을 기대할 수 있는 북극항로로 물류비 절감과 새로운 화물 유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23년 기준 부산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은 153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였지만 아시아 전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물동량은 이의 약 11배에 육박하는 1658만TEU였다. 북극항로가 보편화될 경우 이들 중 상당수는 부산으로 몰려들 수 있는 셈이다.
북극항로 선점 효과는 항로 단축뿐만 아니라 조선·금융·자원 등 연관 산업으로 파급효과가 퍼져나갈 수 있다. 우선 북극항로 이용 물량 증가로 극지항해 선박 신조가 늘면 국내 조선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를 맞는다. 또 선박 신조 수요 증가는 현재 약 23조 원에 불과한 국내 선박금융 산업의 규모 확대로 이어진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40대 은행 선박금융 규모는 약 395조 원이었지만 한국은 이의 약 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북극해에 있는 석유, LNG 등 자원개발에 참여한다면 중동에 편중된 에너지 수입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며 “조선·금융·자원 산업은 모두 동남권 지역의 주력 산업인 만큼 북극항로 개척 및 선점에 따른 전후방 산업의 발전은 곧 동남권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해수부는 부산, 울산, 경남을 ‘해양수도권’으로 조성할 예정이며 해양수도권 재원 조성을 위해 ‘동남권투자공사’도 신설키로 했다.
한편 이미 부산으로 일터를 옮긴 해수부 직원들은 ‘해수부 부산 시대’를 개시했다. 이날 오전 부산 동구 수정동 IM빌딩 해수부 임시청사 주변 골목의 공기는 달라져 있었다. 전날 이사가 마무리되면서 이날부터 해수부 전 직원이 부산에서 근무하기 시작했기 때문. 현관 앞에는 ‘해양수산부’ 화강암 표지석이 자리 잡았다. 인근 도시철도 부산진역 역명에 ‘해양수산부’ 표기도 더해지며 해양수도 개막 분위기가 감돌았다.
해수부 직원 A 씨는 “한 살짜리 쌍둥이를 데리고 내려와야 해서 가족 때문에 걱정이 컸지만 생각보다 살 만하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 B 씨는 “그동안 세종과 부산을 오가며 생활했는데, 이제는 부산에 생활권을 만들고 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상권 활성화에 대한 인근 상인들의 기대도 컸다. 문구점 주인 C 씨는 “나라장터 등록 이후 해수부의 대량 발주가 시작돼 매출이 3∼4배 늘었다”고 말했다.
박준희·이승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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