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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세제 개편 둘러싼 ‘개미’들의 분노는 정당할까

주식·환율·금융

by 21세기 나의조국 2025. 9. 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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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세제 개편 둘러싼 ‘개미’들의 분노는 정당할까

이종태 기자2025. 9. 4. 07:04
 
 
7월31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세법상 대주주 기준 하향,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을 담았다. 증시 부양이란 큰 그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격분했다. 한국은 ‘주식시장 주도 자본주의’로 갈 것인가?
 

 

6월11일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어떤 투자자가 삼성전자, 하이닉스, SK텔레콤, 현대자동차에 각각 49억원 상당의 주식을 갖고 있다고 치자. 시가로는 모두 196억원에 달한다. 그는 주식 중 일부를 팔아서 10억1원 양도차익을 냈다. 그가 내는 양도소득세는? 8월21일 현재, 0원이다.

 

주식투자자는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양도세를 내야 하는 주주는 ‘소득세법상 대주주(전자)’라고 불린다. 종목당 50억원 넘는 주식을 보유한 경우다. 다른 주주들(후자)은 아무리 많은 양도차익을 얻어도 양도세를 낼 의무가 없다. 상장사 주주 가운데 전자의 비중은 약 0.02%, 후자는 약 99.98%다. 위 사례의 투자자(편의상 A씨로 부르자)는 주식 보유를 종목당 49억원으로 유지함으로써 ‘소득세법상 대주주’ 기준을 우회한 경우다.

 

여기서 대주주는 적절하지 않은 용어다. 통상적으로 ‘대주주’는 기업의 지배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정도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사람을 의미한다. 8월20일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약 415조원)을 감안하면, 50억원은 0.001%에 불과하다. 이런 지분으론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나 경영을 거의 움직일 수 없다. 국세청의 목표는 징수다. ‘세법상 대주주’는 양도세를 적용받기 쉬운 ‘주식 부자’를 의미할 뿐이다.

 

이 소득세법상 대주주 기준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 7월31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2025 세제 개편안(이하 개편안)’에 소득세법상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은 종목당 보유 주식의 시가가 50억원 넘어야 주식 양도세를 낸다. 개편안이 확정되면 종목당 10억원만 초과해도 납부해야 한다. 과세 대상의 범위가 확대된다.

 

A씨의 양도차익 10억1원도 새롭게 과세 대상으로 편입된다. 개편안에 따르면, 주식 양도차익이 3억원 이하면 20%, 3억원 넘으면 그 초과분에 대해 25%를 낸다. A씨는 10억원의 수익 가운데 3억원까진 6000만원(20%), 나머지 7억1원에 대해서는 25%인 1억7500만원, 합쳐서 2억3500만원의 양도세를 납부해야 한다(소득세의 경우, 그 10분의 1에 달하는 지방소득세가 추가로 붙지만, 설명의 편의를 위해 이 기사에선 생략한다).

주주의 세제상 특권

주주에겐 양도차익 외에 소득을 얻는 경로가 또 있다. 배당금이다. 하루에도 주식을 수십~수백 차례 거래하는 단타 매매자라면 배당금엔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주식을 비교적 장기 보유하면서 배당금으로 의미 있는 수익을 얻으려는 주주들도 있다. 그들이 받는 배당금에도 세금이 부과된다(배당세). 개편안에서 배당세는 크게 완화되었다. 여기에서 오히려 어색한 상황은,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크게 분노했다는 것이다.

 

현행 세법에서 배당금(과 이자)은 ‘금융소득’으로 분류된다. 주식 양도차익과 달리 금융소득을 얻는 사람은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금융소득 납세자도 세법상 두 부류로 나뉜다. 이자와 배당금의 합계가 2000만원 이하인 경우는 소득세 14%가 원천징수된다. 이걸로 끝이다.

 

배당금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세액 계산이 좀 복잡해진다. 다른 소득(노동이나 사업으로 얻은 소득)과 금융소득을 합친 뒤 그 총액(종합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이 누진적으로 올라간다. 모두가 종합소득세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종합소득세는 소득세 체계의 원칙이자 기본이다. 대한민국 시민들은 누구든 (노동·사업·이자·배당·연금·기타소득 등 6개로 분류되는) 모든 종류의 소득을 종합해서, 총액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로 소득세를 내야 한다. 실제로 그렇게 산다.

 

자본시장(증시)에서 비롯되는 몇 종류의 소득만 예외다. 앞서 살펴봤던 주식 양도차익은 아무리 많아도 절대다수는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소득세법상 대주주’의 양도차익도 종합소득에 포함되지 않고 따로 징수되는 덕분에 비교적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2000만원 이하의 배당소득 역시 실제 금액이 50만원이든 1990만원이든 14%만 내면 된다.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공하는 일종의 특혜다. 배당소득은 2000만원을 초과할 때 비로소 종합소득으로 합산되면서, 다른 소득들이 적용받는 원칙적이고 기본적인 ‘세율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B씨는 노동, 사업 등으로 연간 9억원을 번다. 배당소득으론 2억원을 받았다. 합산하면 11억원이다. 종합소득세엔 소득별로 세율이 다른 8개 구간이 있다. 11억원이면 최고세율 구간(10억원 초과)으로 4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표 참조). 이 45%가 B씨의 노동, 사업 소득은 물론 배당소득에도 적용된다. 이제 배당소득세 부분만 계산해보자. 기본 산출세액은 9000만원(B씨가 얻은 배당소득 2억원×45%)인데, 배당세액 공제를 받으면 79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 사례에서 배당금에 대한 실효세율은 39.5%다(배당소득 2억원 대비 7900만원의 비율).

 

개편안은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과세하고 세율도 내렸다. 배당소득 ‘2000만원 이하’는 종전과 동일한 14%, ‘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35%다.

 

이러면 B씨는 큰 혜택을 본다. 일단 종합소득이 11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들었다(배당소득 2억원이 빠졌으므로). 그의 소득세 구간은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로 내려가 기존보다 낮은 42%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B씨의 배당소득(2억원)은 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이므로, 소득세율인 42%가 아니라 20%의 세율만 적용받는다(분리과세). 기본 산출세액은 4000만원(2억원×20%), 배당세액공제 이후엔 2240만원까지 줄어든다. 그의 실효세율은 11.2%다. 기존 소득세 체계의 실효세율 39.5%보다 현격하게 낮다.

 

또 하나의 중요한 개편이 있다. 증권거래세율을 0.15%에서 0.20%로 0.0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때 내린 세율을 되돌리는 조치다. 세수 보완이 주된 목표다. 증권거래세는 매도자의 수익이 아니라 판매가격에 부과된다. 손실을 봐도 납부해야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거래를 하는 단타 매매자에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7월31일 세제개편안은 증권거래세율 인상 이외엔 주로 ‘큰 부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지난 4월 국세청이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전체 개인투자자(1400만여 명) 가운데 보유 주식의 시가가 50억원을 초과하는 ‘소득세법상 대주주’는 3000여 명(0.02%)이었다. 대주주 기준을 개편안의 ‘10억원’으로 낮춰도 그 비중은 0.05~0.1%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투자자 중 99.9%는 주식 양도세와 어떤 관련도 없다. 그리고 배당소득세 개편안은 엄연한 ‘부자 감세’다. 배당소득은 종합소득으로 합산되지 않는 덕분에 노동 및 사업 소득보다 저율 과세된다. 조세 형평성에 명백히 어긋난다.

 

그런데도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분노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주식시장이 짧은 시기에 급상승하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도 통과되었다. 대선 전날(6월2일) 2698.97이었던 코스피지수가 7월31일엔 3245.44까지 올랐다. 그 덕분에 코스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지난해의 0.8~0.9배에서 1배 부근으로 상승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관련 세제에서도 획기적 감세 방안이 나와 주식시장의 급상승을 추동하기를 바랐다. 이런 기대가 7월31일 세제개편안으로 꺾여버린 것이다. 그다음 날인 8월1일 코스피지수는 3119.41로 떨어졌다.

 

지난해 5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한투연) 회원들이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의 가장 큰 변수가 ‘큰 부자’들이란 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소득세법상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으로 하락하면서 주식 부자들의 투자 의지가 꺾일 것을 우려한다. 세무 당국은 매년 연말에 ‘대주주 여부’를 판정한다. 이에 따라 ‘주식 부자’들은 대주주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말만 되면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이 연말마다 하향세를 반복하면 어떻게 코스피의 빠르고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까.

 

배당소득 개편안에 대한 비판의 골자는 대주주인 동시에 경영권을 보유한 이른바 ‘재벌’에 대한 세제 혜택이 기대보다 너무 적다는 것이다. 재벌은 기업 배당정책의 결정자인 동시에 주주로서 배당금을 받는다. 재벌의 시각에서 볼 때 배당금 인상은 자신에게 불리하다. 아무리 많은 배당을 받아봤자 세율이 너무 높아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재벌들은 의도적으로 배당 성향을 낮추고 심지어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지분을 낮은 주가로 물려줘야 자식의 상속세 부담이 줄어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배당소득세를 충분히(!) 완화해서, 재벌들에게 배당 성향을 높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편안의 시각도 개인투자자들과 다르지 않다. 고배당 상장사의 배당금에 대해서만 분리과세를 허용했는데, 이는 재벌들에게 ‘배당 성향을 올리라’고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개편안과 개인투자자는 ‘재벌들이 만족하려면 어느 정도로 배당 세제를 완화해야 충분한가’라는 쟁점에서 의견이 크게 갈린다.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지지하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은 ‘3억원 초과’ 구간의 배당세율을 25%(개편안은 35%)로 낮추는 것이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2000만원 이하 배당소득’의 세율도 14%에서 9%로 인하해야 한다. 이 정도는 내려야 재벌들이 배당을 늘리고 이에 따라 주가가 상승하면서 ‘코스피 5000’ 시대로의 전진이 거침없이 계속될 터였다.

 

주식시장 부양이 한국 경제에서 가장 절대적 과제라면, 양도차익과 배당소득 관련 세제들은 더욱 완화되어도 괜찮다. 그러나 주가 올리기가 과연 한국 정부의 중장기적 목표로 타당할까?

 

일단 세수 문제가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국세 수입은 윤석열 집권 첫해인 2022년부터 2024년까지 64조원이나 줄었다. 조세 감면액은 2019년 49조6000억원에서 2024년 71조4000억원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7.6%(2024년 추정치)로 OECD 평균(25.0%)보다 크게 낮다. 주식 투자자의 99% 이상이 주식 양도차익을 면세받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연말의 ‘대주주 자격 회피’용 대량 매도 역시 지난해 여야 합의로 폐기된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했다면 이미 해결되었을 문제다. 이재명 정부는 인공지능 100조원 펀드 등 산업정책, 사회경제적 불확실성 대응 등에 필요한 정부 지출을 빠르게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주도’에서 ‘주식시장 주도’로?

만약 ‘주가 상승’으로 소비와 실물 투자 저조, 경기의 불확실성 등을 해소할 수 있다면 관련 세제를 과감하게 완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4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협박’을 시작한 이후부터 경제적 불확실성은 날로 강화되고 있다. 한국의 수출 주력산업들은 세계 무역체제의 리스크와 국제경쟁력 약화에 따라 위기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기업가치(주가)의 ‘기본’은 기업들이 앞으로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되는 수익이다. ‘기본’이 잠식되고 있는 가운데 인위적인 주가 상승은 미래의 거품 폭발을 예고할 뿐이다. 사실 지난 5월부터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던 것은 새 정부가 주가를 부양해주리라는 기대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7월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캐비닛 룸에서 한국 측 협상단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악관 페이스북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은 ‘집에 몰린 돈’을 ‘금융시장’으로 전환하는 ‘머니 무브(Money Move)’ 전략을 제창해왔다. 부동산이 한국 경제에 물려온 재갈을 감안하면 긍정적 발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부동산 가치 하락→주식시장 상승’의 ‘무브’는 일반적 현상이나 법칙으로 볼 수 없다. 부동산과 주식은 ‘자산’이며, 동반 상승하거나 동반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한국 가계 순자산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악조건을 감안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가계와 기업의 담보 여력을 치명적으로 줄이며 소비와 실물 투자, 심지어 주식 같은 ‘위험자산’ 수요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 단기간에 ‘주택가격 하락-주가 대폭 상승’은 어려운 길이며 설사 이뤄진다 해도 이로 인한 부작용은 파멸적일 수 있다.

 

한편 정부·여당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기업들의 실물 투자 여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미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잉여 가운데 더 많은 부분을 재투자와 고용보다는 금융시장의 순환 고리로 배분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기업의 유상증자(금융시장에서 기업으로 들어가는 돈)보다 자사주 매입(기업에서 금융시장으로 나가는 돈)의 규모가 더 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민주당에서 논의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주가 상승엔 이롭겠지만, 앞으로 금융시장이 기업들에 ‘자사주 매입’을 압박하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말 합의된 대미 투자 3500억 달러 이외에 한국 민간 대기업들의 10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추가로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한국 기업들의 국내 실물투자 여력은 줄어들 것이다.

 

주식시장을 중심에 놓은 세제 개편은 단기적으로 주가를 자극할 수 있다. 그러나 세제는 단순한 시장 심리 관리 수단이 아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조세 형평성을 확보하는, 그리고 기업이 재투자와 고용을 통해 ‘기본’을 강화하는 쪽으로의 설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부동산 주도 경제’를 ‘주식시장 주도 경제’로 바꾸는 것은 불확실성이 강화되는 시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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