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반기 두차례 기준금리 인상 예고
물가 안정 궤도에 경기 침체 우려…7월 금통위에서 인상 유인 낮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개월만에 금리 인상을 멈췄지만 연내 추가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며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5.00~5.25%로 그대로 동결하면서 한국(3.50%)과의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으로 1.75%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3연속 동결하며 한미 금리차를 주시하고 있던 한은으로서는 일단 한숨 돌리게 된 셈이다.
하지만 연준은 하반기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실제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 상의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는 5.6%으로 나타났다. 이는 3월 전망치(5.1%)보다 높은 것으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기준으로는 올 하반기에 두 번 정도의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한미 금리 차가 최대 2.25%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간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며 이같은 해석을 경계해 왔지만 한미 금리 역전 폭이 벌어지면 원·달러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7월 열릴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은 역시 이번 '동결' 보다는 향후 '인상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지난 15일 미국 FOMC 직후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연준이 정책금리를 동결했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밝히고 연내 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경계하기 위한 발언이기는 했지만,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4월 금리를 인상한 호주연방준비은행의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도 (금리 인상을) 못할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단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리 차가 크지만 환율이 1300원 밑으로 떨어지고 있고 경기 침체 우려는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물가도 3%대로 안착하며 진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건드려야 할 이유도 적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 6.3%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5월에는 3.3%로 2021년 10월(3.2%) 이후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둔화하고 있다.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경우 다시 꿈틀대고 있는 가계 이자 부담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하반기에는 부동산 PF와 코로나 대출 부실 가능성, 제2금융권 연체율 증가 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 약한 고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인상에는 나서기가 어렵다.
또한 한은은 지난달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작고 반도체 경기 회복도 예상보다 더디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0.2%p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둔화를 부추길 수 있는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표에 따라서 연준이 7월에 한번 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미 예상됐던 바"라면서 "4분기가 되면 2%대로 국내 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기 불안과 금리 불안정을 이유로 10월이나 11월 금리 인하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한미 금리 역전폭은 175bp(1bp=0.01p)에 달하지만 최근의 원/달러 환율 하락을 보면 지금은 내외 금리차와 환율 연관성이 낮아진 모습"이라며 "한은의 금리 인상 여부는 국내 성장과 물가 경로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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