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강온 양면 전략으로 중국에 대화를 압박하고 있다. 대중 견제를 지속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충돌을 회피하겠다는 게 대중 관계에 있어 미국의 기본 입장이다. 중국은 소통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미국의 이런 양면 전략에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미·중 관계에 대해 “의도치 않은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가드레일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우리는 신냉전을 피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캠벨 조정관은 이어 “양자 차원에서 미·중 관계의 지배적 프레임은 확실히 경쟁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경쟁을 책임 있는 범위로 한정하고 대결로 비화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과 건설적이고 기후 변화와 펜타닐 등 서로 조율할 필요가 있는 글로벌 차원의 중요 이슈에 관해 협력하는 외교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캠벨 조정관의 발언은 지난 2월 ‘풍선 갈등’으로 중단됐던 미·중 간 대화가 서서히 재개되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을 재추진하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몇 주 안에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면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일에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세라 베란 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 국장이 중국을 방문해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부부장 및 양타오(楊濤) 외교부 북미대양주사 사장과 회담을 했다. 중국 외교부는 당시 양측이 미·중 관계와 적절한 이견 통제 등을 위해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생산적인 소통을 했으며 계속 소통을 유지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속적으로 중국과의 대화 재개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한편에서는 대중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글로벌 임팩트 포럼’에 화상으로 참여한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최근 중국이 미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제재한 것에 대해 “본질적으로 정치적으로 보이며 중국 관점에서 보면 보복이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분명히 우리는 이에 대해 저항하고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번스 대사는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러시아를 압박해서 철군하도록 하는 것이 중국을 위한 옳은 선택”이라고 중국을 압박했다. 또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펜타닐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중국 정부가 막강한 권한을 사용해 중국 기업의 펜타닐 판매 능력을 차단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우회적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중국 역시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대중 양면 전략에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미·중 관계에 대해 “필요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중·미 관계는 도전에 직면해 있고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확실히 존중하고 내정 간섭과 중국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한편으로는 소통과 교류를 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함부로 도발하는 것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미·중 관계를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8일 사설에서 블링컨 장관 방중 보도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과의 고위급 소통 회복에 관심과 열의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을 억제하고 압박하려는 실제 행동은 진짜 속셈을 경계하게 만든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뤄지는 방중은 소통 본연의 의미를 벗어나는 것이며 양국 관계의 긴장 완화는 미국의 진심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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