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대해부]플랫폼 기술에 기반한 혁신신약 개발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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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김성은 온코빅스 대표.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저희 사명이 '온코빅스'이니 세계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빅3'(BIG3) 제약사가 되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한국에서 희귀·난치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단연코 암이다. 2021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암 사망률은 폐암(36.8명)이 가장 높고 간암, 대장암, 위암, 췌장암 등이 뒤를 잇는다. 모든 발병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도 목숨을 잃는다. 국내에서 희귀·난치암 치료를 위한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차세대 혁신신약개발 전문기업 온코빅스의 김성은 대표를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만났다.
김 대표가 제약사 설립을 결심한 계기는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김 대표는 서울대 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암 연구소(NCI)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학자의 길을 걷던 김 대표는 2011년 부친의 투병 소식을 듣고 귀국했다. 이듬해 김 대표의 부친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 대표는 "약학 공부를 오랫동안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학술 연구만으로는 현실의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생각에 신약 개발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만난 환자도 창업 결심에 영향을 줬다. 김 대표는 "약을 투여받고 일상을 되찾은 유방암 환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며 "환자가 얼마나 극적으로 살아나서 일상을 회복했는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을 살리는 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그 결심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김 대표는 2016년 서울대학교 종합약학연구소 연구교수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경기도 용인에서 '온코빅스'를 설립했다.
온코빅스의 미션은 플랫폼 기술에 기반해 혁신신약을 개발해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하는 것이다. 또 약이 없거나 내성이 있어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희귀·난치 질환 환자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비전에 공감한 투자자들 덕분에 창업 이래 53억원 상당의 시리즈A 투자 등을 유치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업가치 1000억원 미만의 유망 스타트업 200개사를 발굴해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비상장사)으로 키우는 사업인 '아기유니콘200'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의 목표에 연구자의 길을 걷던 동료와 선후배가 손을 보탰다. 서울대학교 약학박사인 정기원 전 차의과대학교 약학대학 부교수, 이선호 전 서울대학교 종합약학연구소 연구원, 하태환 전 천보 미래연구소 총괄팀장이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을 뒤로하고 개발본부장, 중앙연구소 소장, 중앙연구소 부소장으로 함께했다. 허수진 전 한독 임상연구실 책임연구원도 맡았던 직을 내려놓고 온코빅스의 임상개발실 실장으로 합류했다.
온코빅스의 차별점은 자체 신약 개발 플랫폼 '토프오믹스'(TOFPOMICS)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화합물(절편)을 가지고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토프오믹스를 자판기에 비유하며 "음료 자판기에서 콜라, 사이다 등을 한 번에 판매해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가상의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절편을 하나로 만들어 약물로서 합성이 가능한지 불가한지에 대한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김 대표는 "보통 하나의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1만개 정도의 화합물을 만들어서 후보물질을 찾아야 한다"며 "토프오믹스 플랫폼을 활용하면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토프오믹스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256만개 화합물 가상절편 라이브러리 기반의 타겟 화합물 도출 플랫폼 기술이다. 김 대표는 "화합물 하나하나를 실제로 만들어서 실물을 갖고 있으면 만드는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다 보관할 공간도 있어야 하는 등 여러 비용이 발생한다"며 "토프오믹스는 화합물을 가상의 공간에서 약물로 만들어 볼 수 있다. 서버만 있다면 가상 공간에서 단백질을 넣어서 어떤 활성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결과물이 괜찮다고 확인되면 실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코빅스의 4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OBX02-011'이 자체 플랫폼 토프오믹스에서 도출해낸 것이다. 김 대표는 "'OBX02'는 프로젝트의 이름, 숫자 '011'은 화합물의 번호"라며 "하나의 화합물이 약물의 후보물질이 될 가능성이 1만분의 일인데, 토프오믹스를 통해서 11번째 화합물이 후보물질이 되어 약물을 개발하는 중이다.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12, 52, 54번째 화합물이 가장 효과적인 후보물질로 도출됐다. 이런 과정에서 플랫폼의 효용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왜 하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일까. 김 대표는 "한국에서 2020년 기준으로 매년 25만명 정도의 암 환자가 생기고 이 가운데 3만명 정도가 비소세포폐암 환자"라며 "비소세포폐암은 빨리 발견했을 때 수술을 통해 완치가 가능하고 시간이 지나도 약물 투여를 통해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점은 약을 오래 써서 내성이 생겨서 약의 효과를 느낄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온코빅스의 'OBX02-011'는 1~3세대 약물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다중표적치료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온코빅스의 'OBX02-011'는 비임상 독성시험 단계를 마치고 올해 하반기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전임상 단계에서 사람으로부터 유래된 암세포가 약효 용량을 투여했을 때 크기가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며 "사람에게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됐다"라고 했다. 온코빅스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4월 OBX02-011의 EGFR 활성화 돌연변이, 이중변이, 삼중변이에 대한 전임상 데이터를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 포스터를 발표했다.
온코빅스는 OBX02-011 외에도 비소세포폐암, 간암, 췌장암, 방사선유발 폐섬유화 등에 대한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회사의 자체 연구실에서 다양한 설계 약물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며 "다른 회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토프오믹스에서 후보물질을 도출해주고 자체 파이프라인에서 만들어지는 약물을 라이선스 아웃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온코빅스가 지닌 가능성을 알아본 대기업들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고 의료계도 공동연구를 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온코빅스는 지난해 4월부터 SK케미칼과 공동연구계약 협약을 맺고 신약 후보 물질 도출 및 합성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SK케미칼을 비롯해 HK이노엔, 삼진제약 등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며 전략적투자자(SI)로 유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서울아산병원, 한국원자력의학원, 한국파스퇴르연구소,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등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온코빅스는 내년 말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 업황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온코빅스를 믿고 투자금을 내놓은 투자자들을 위해 메인 파이프라인에 집중하면서 약물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온코빅스의 사업모델은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약물의 후보물질을 디자인하는 것과 파이프라인에서 만들어지는 약물의 라이선스 아웃"이라며 "이미 주관사가 선정돼 작년부터 계속해서 기업공개를 위한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온코빅스를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제약사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는 "기업공개는 약물 개발에 있어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업공개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안정적인 상황에서 약을 개발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희귀·난치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고 나중에는 회사를 성장시켜 장학재단이나 마이크로크레딧 등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