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머스크 첫 회동 의미는
자율자동차 탑재 반도체 수
내연기관차의 10배 넘어
차세대 위성통신·AI 등
첨단산업 협력 다각도 논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셋째)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 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 넷째)와 만나 차세대 반도체의 협력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칸 부디라지 테슬라 부사장, 앤드루 바글리노 테슬라 CTO, 이 회장, 머스크 CEO,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첫 회동을 했다. 이에 대해 신성장동력인 자율주행차 반도체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 세계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는 향후 자율주행차 반도체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고, 삼성은 테슬라를 주요 고객으로 만들어 해당 시장에서 선두 주자가 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반도체를 위탁 생산해왔다.
이 회장과 머스크 CEO는 이번 만남에서 미래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논의 내용으로는 자율주행 반도체 협력 방안이 꼽힌다.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인연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2019년부터 테슬라 3·4세대 자율주행(FSD)칩을 생산했다.
자율주행칩은 자율주행차에서 카메라와 레이다 등으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한 뒤 차량을 제어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반도체를 두고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맞붙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일찌감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공들이는 분야다. 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가 200~300개라면,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이 필요하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대당 탑재되는 반도체가 가격 기준 평균 414달러(약 55만6400원)인데, 테슬라 모델3의 경우 1700달러(약 228만4800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89조9100억원 수준이던 자동차 반도체 시장은 2028년 약 174조45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성전자도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며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 고객을 잇달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월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기업 암바렐라와 자율주행용 반도체를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하는 계약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암바렐라는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고성능 저전력 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율주행차 반도체 개발 업체 모빌아이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칩 위탁 생산 주문도 따냈다.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칩 전문 팹리스로, 카메라 기반 ADAS칩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그동안 주로 TSMC가 수주하던 물량을 삼성이 일부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모바일 외 제품군 매출 비중을 2027년까지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테슬라는 자율주행 반도체 외에도 차세대 정보기술 개발을 위한 교류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를 비롯해 차세대 위성통신(스타링크), 우주탐사(스페이스X), 차세대 모빌리티(하이퍼루프), 인공지능(뉴럴링크·오픈AI) 등 첨단 기술 분야의 혁신 기업을 이끌고 있다.
[이새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