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분쟁의 파열음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동반 몰락을 막기 위해선 안보와 경제에서 양국과 밀접한 한국과 같은 '중간국'이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는 석학의 조언이 나왔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중국 등과 대결 국면을 이어갈 경우 세계 경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보다 더 심각한 침체에 빠질 것이란 경고다.
26일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창립 30주년 특별 국제콘퍼런스'에서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명예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문자 그대로 '중간국'"이라며 "미·중 간 협력 달성 여부에 막대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서 G20 회의와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 등에서 한국의 역할을 보여줬다"며 "세계무대에서 입지가 좁은 중국과 미국 간 협정을 체결하는 데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도 다자 체제로 재편될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 안보 및 팬데믹, 기술적 혁신 및 생산성 향상, 인구통계학적 변화 등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다"며 "세계는 기존과 달리 다중이해자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학들이 글로벌 경제협력 재구축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강대국 간 대치가 세계적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버그스텐 소장은 1930년대 경제대공황이 전통적인 경제강국인 영국과 신흥 강국인 미국 간 협력부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소개하며 "미·중 간 패권경쟁 속에서 세계 경제는 향후 리더십이 없는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기능적 탈동조화(디커플링)'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앤 크루거 전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 부총재도 국가 간 경제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은 "세계는 기존 시스템의 대전환적 변혁을 요구하는 거시경제적, 지정학적, 환경적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정부, 산업계, 국제기구 등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건강한 담론을 통해 다양한 해법과 구체적 실천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덕수 총리는 "지금은 경제가 안보, 안보가 경제인 시대"라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지키는 일은 급변하는 세계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영민하게 전략을 수립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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