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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외교참사의 배경, '문재인 콤플렉스'

정치·사회

by 21세기 나의조국 2023. 4. 2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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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외교참사의 배경, '문재인 콤플렉스'

[기고] 박호성 서강대 정치학과 명예교수

23.04.25 11:47l최종 업데이트 23.04.25 11:47l

 

 

무식하면서도 특히 부지런하고 소신이 뚜렷하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인물은 매사에 위험하다. 정치인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현 정부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이런 인물로 가득한 것 같다.


윤석열 정부는 '아마추어 정부'다. 대통령부터 아마추어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실정이니, 국민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고래로부터 정치의 본질이란 국민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일이라 여겨졌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엔 지금 정치가 전혀 없는 것이다. 정부 요인들 스스로가 알파벳도 모르면서 노벨상 수상 연설대에 올라선 것처럼 행동하기 일쑤다. 외교의 '외'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국제정치를 떡 주무르듯 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추어 윤석열의 '일망타진' '속전속결'
 

  
최근 윤 대통령이 또 저질렀다.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대량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우리가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주장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비록 전제조건을 달았다곤 하지만, 사실상 이 조건들은 러시아에 의해 이미 다 충족된 것들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결의로 읽어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외무부가 즉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 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라고 선언하지 않았겠나. 단교위협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어쨌든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간접적으로 군사지원을 자행한다면, 한국을 적으로 간주하고 보복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핵 대국이자 극동에 막강한 전력을 배치하고 있는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게 되면, 한국의 안보환경이 더욱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건 누구나 쉽게 예측 가능하다. 현재 한-러 관계는 1990년 수교 이후 3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사회에도 일파만파로 파문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뿐 아니다. 우리의 일상용어 가운데 우리 국민 모두의 일반적인 생활정서에 속속들이 파고들어 있는 어휘가 둘 있다. 그것은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정계, 재계, 학계, 언론계, 문화계 등 사회의 모든 주요 분야의 생활양식에도 빈틈없이 골고루 적용되는 '범민족적인' 단어라 할 수 있다. 그 어휘는 바로 '일망타진'과 '속전속결'이다. 윤 대통령 역시 모든 것을 속전속결로 일망타진하지 않고서는 직성을 풀지 못하는 듯하다.


준비 안 된 '만용'... 반국가적 정치행위


그런데 대만 문제에까지 대뜸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고 웅변한 것이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말은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특히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미중 갈등의 핵심요인이자 중국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에서 전형적으로 미국과 같은 입장을 보인 것이라 한중 관계 역시 격랑에 휘말렸다.


현 시점에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왜 이렇게 '속전속결로 일망타진' 해야만 했을까? 보통사람의 두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러한 대러·대중 발언은 결코 '실언'이 아니라 평소의 자기한계 폭로에 지나지 않는다. 왜 조용히 잠자고 있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아야 했을까. 정상회담 하러 미국 가기 전에 미리 예행 연습이라도 한 걸까. 


다들 익히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대륙과 해양을 잇는 반도국가다. 따라서 중-러-미-일 등 인접국가들과 건설적인 상호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돼 있다. 그런 탓에,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역대정권에서 바로 우리 한반도의 평화구축을 위해 인접 4대 열강과의 균형외교를 꾸준히 추구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왜 이렇게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불장군처럼 주변 강대국들과 결정적인 분쟁관계로 돌진하는 만용을 부리게 됐을까. 국익이 완벽히 외면당했음은 물론이다. 이런 견지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반국가적 정치행위라 규탄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한때 YS조차 "독불장군은 미래가 없다"고 윽박지르지 않았던가.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의 이러한 중·러 관계악화 결단은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연방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소셜미디어에 "북한에 최신 무기를 제공하면 한국 국민들은 뭐라 말할지 궁금하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응징을 경고하는 듯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큰 이득을 보겠나.


한미정상회담, 빈손 귀국 불 보듯
 

  
뿐만 아니라 이미 상대방의 패를 다 읽고 있는 바이든은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얼마나 속편하게 윤 대통령을 주무를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은 빈손으로 귀국하게 될 공산이 크다.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도 그렇고, 국가안보실 도청 사태 문제도 그렇고, 여기도 패착이요 저기도 난공불락이다. 이 모두가 다 케세라세라(queserasera, 될 대로 돼라)형 아마추어들의 작품이다.


물론 정치를 하다 보면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정치적 파장을 의도적으로 기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를 향해 이렇게 결정적인 선언을 터뜨려야 할 정도로 불가피한 상황에 처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행동을 흔히들 '뜬금 없다'라고 말한다. 이 말이 국어사전에는 '갑작스럽고도 엉뚱하다'로 풀이돼 있다.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일국의 대통령이 마치 '심심풀이 땅콩'처럼 이처럼 중대한 일을 기괴하게 아무런 의미도 없이 긁어 부스럼 만들어버린 것이다.


윤석열의 문재인 컴플렉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제정치 이해수준 역시 검찰 정신에 좌우되는 것 같이 여겨진다. 자신의 입장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금세 죄인으로 응징하기 일쑤다. 반면에 미일처럼 자신이 따라야 한다고 판단하는 대상은 추종한다. 손익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외교조차 늘 선악의 개념으로 좌지우지하는 통에 녹아나는 것은 국민밖에 없다.


다른 한편 이러한 검찰지상주의 이외에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세계를 쥐락펴락 하고 있는 것은 여태껏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보인다. 정치심리학적으로 볼 때 윤 대통령은 문재인 콤플렉스에서 시작하고 문재인 콤플렉스로 끝맺는 것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그에게 검찰총장 임명장을 수여한 것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이란 직위 없이 과연 그가 대통령이 될 꿈을 꿀 수 있었을까. 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결정적인 검찰총장 임명 '지원사격'으로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른 이제는 자신의 이력이 스타일 구기는 노릇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무엇보다 문 전 대통령이 야권의 상징적인 인물로 각인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회 있을 때마다, 아니 기회를 일부러 만들어가면서까지 매사 '문 정권 탓'으로 돌리며 문 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치심리학적인 배경 또한 윤 대통령의 정치행위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권의 전통을 이어받아 대중-대러 외교를 그런 대로 큰 무리 없이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쨌든 이번 윤 대통령이 저지른 반국가적, 친북적 대중·대러 외교참사도 이처럼 문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켜보려는 정치심리적인 과잉 제스처의 소산이 아닐까 여겨진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심각한 것은, '유유상종'이라 하더니 문제는 대통령 한 사람만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실 전체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케세라세라'(queserasera)형 아마추어 정부가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야 비로소 불우한 국민들의 안전과 평화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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