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오심에 고맙고 또 고마워서
달디 단 봄비가 내린다. 간밤에 보니 비 내리고 꽃잎 내리고 있었다. 가로등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젖은 보도블록 위로 작은 물줄기가 이어지고 그 위로 무리지은 분홍의 꽃잎들이 천천히 둥둥 떠가고 있었다.
이번 비는 호남 지방의 해갈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 전국적인 산불도 이제 멎었을 것이니 참으로 고맙다. 그야말로 甘露水(감로수).
걱정을 했다, 일기예보에서 지난 주부터 비소식을 알렸는데 혹시나 빗나갈 것 같아서 속을 졸였다. 나 호호당은 늘 강수량에 관심이 많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엄청난 자원이니. 우리나라, 산이나 많지 자원도 없는데 비라도 오지 않으면 푸른 산도 없을 것이다. 이에 이번 비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한다.
우리 경제에도 단비가 좀 내렸으면
걱정되던 증시도 일단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제법 오를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 발생한 은행 사태, 호들갑이었는데 이젠 진정이 되었고 그 바람에 미국 증시가 돌아서면서 글로벌 경제도 일단 안정되었다. 우려되던 환율도 이제 한시름 놓을 수 있다. 환율은 달러 당 1323.83원만 넘어가지 않으면 괜찮다는 말씀 드린다. (메모해놓으시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큰 국면에서 미 연준의 금리상승도 마무리 단계이니 특별히 탈은 없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우리 경제 자체에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덕을 본 중국경제 역시 시름시름 앓고 있으니 좋은 소식 듣기 어렵다. 외부변수가 아니라 내생변수가 걱정될 뿐이다. 우리 자체의 탄력은 떨어졌는데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로 인해 우리 기업들을 압박해오고 있다. 게다가 취업은 그야말로 엄동설한이다.
좋을 땐 친구가 많지만 어려워지면 모두 사라지는 '당연한 이치'에 대하여
시중에선 부동산 PF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말이 많다. 하지만 이는 당초부터 예정된 일이다.
원래 부동산 공급은 부동산 가격이 조금은 침체기에 있을 때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게 될 일이 아니다. 그럴 땐 민자기업들이 아파트 재건축을 시행하려면 대출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부동산 PF는 언제나 호황국면에서나 대출이 잘 되는 법이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 조금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도 즉각 대출 상환이나 프로젝트 마무리에 문제가 생긴다.
은행이나 금융권 역시 시중에 돈이 남아돌 때 대출을 잘 해주는 법이고, 자금 경색이 생기면 즉각 돈줄을 조인다.
늘 그렇지만 금융이란 비올 땐 우산을 걷어가고 맑은 날엔 우산을 제공한다, 금융의 생리이자 숙명이다. 따라서 시행에 몇 년의 시일이 소요되는 부동산 재건축이나 공급은 사실 민간기업보다는 정부가 하는 게 정답이라 하겠다. 그래서 주택공사 같은 곳이 있지만 아시다시피 그게 또 비리나 부실의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모든 문제에 정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선 거꾸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서로의 이익과 私慾(사욕)이 얽히고설켜서 그렇다. 그러니 시장에 맡기면 문란하거나 변동성이 커지고 정부에 맡기면 그 역시 非理(비리)가 생기고 또 고착화된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정체되어 있진 않다. 2보 전진 1보 후퇴하면서 꾸준히 시간을 두고 개선 발전해가고 있다는 게 눈에 들어온다. 특히 우리의 경우 5년마다 대선, 4년마다 총선을 하는 까닭에 끊임없이 이익을 챙기고 해먹는 한편으로 또 부단히 정화하고 청소해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거의 “혁명” 수준이다.
분당 정자교와 자연순환
오늘 뉴스 꽤나 흥미롭다. 분당의 정자교란 다리의 교각이 무너진 사건이다. 인명 피해까지 났으니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연순환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다리가 만들어진 것이 1993년이었는데 올 해 무너졌으니 30년 만의 일이란 점이다.
30년은 60년 사이클의 반환점이고 변환점인데 이때에 와서 이런 일이 생겼다. 분명히 다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문 엔지니어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라 본다. 24년이면 답이 나오기 때문이니 2017년 무렵엔 나름 기술자들 사이에선 말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이다.
그렇다고 人災(인재)니 뭐니 말하긴 싫다. 사람이 해놓은 일에 사고가 나면 그건 당연히 인재이니 그렇다. 그저 남는 것은 책임 추궁, 책임질 ‘놈’을 찾는 일이 전부인데 그게 또한 쉽지가 않다.
어느 곳을 가든 혼자 죽기 싫은 탓에 문제가 있을 수 있거나 걱정되는 일이 있으면 총대를 매기 보다는 단체로 보험을 든다. 책임질 대상자를 넓혀서 소위 “독박 쓸” 위험을 분산시킨다. 그래서 사고를 책임질 “몸통”은 언제나 특정하기 어렵다. 이 또한 “인간의 지혜”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카지노, 즐거웠는데
드라마 “카지노”의 결말이 많이 아쉽다. 매주 수요일을 기다리면서 즐겼는데 시즌 3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 제작사 쪽에서 무리한 요구를 감독에게 한 모양이다. 캐시키들! 허구이긴 하지만 정말로 차무식을 좋아했는데 결국 찌질한 정팔이에게 당하는 결말에 확 짜증이 났다. 그러나 보스 다니엘의 殺手(살수)로 나온 ‘김민’이란 배우가 정말 멋졌다. 감독이야 돈을 좀 받았겠으나 결국은 품팔이 신세,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으로 너그럽게 이해해준다.
나 호호당은 넷플릭스로 일본의 환타지 애니메이션도 즐겨본다. 특히 요괴가 나오는 “나츠메 우인장”이란 애니를 좋아하는데 이게 결말을 짓고 있지 않다. 요괴들이 너무 귀엽고 인정이 있다.
블루그레이의 하늘과 구름 그리고 바다
얼마 전에 “야쿠자와 가족”이란 영화를 보았다. 조폭 액션물이 아니라 설 자리가 없어져가는 야쿠자들의 애환을 그린 영화였다. 조직의 의리파 야쿠자가 좋아하는 이성이 생겨서 바닷가로 데려갔는데 그 음울한 풍경이 너무나도 감성적이었다. 저녁 무렵 하늘도 블루그레이, 구름은 더 진한 블루그레이, 물색 또한 블루그레이, 두 남녀는 그냥 역광의 실루엣. 단박에 매료되어서 복사를 떠놓을 생각이다. 언젠가 저런 느낌의 바다를 수채로 칠해볼 생각이다.
주연으로 나오는 배우의 이름은 아야노 고, 綾野 剛. 생일을 검색했다.
1982년 1월 26일, 辛酉(신유)년 辛丑(신축)월 己酉(기유)일이다.
2009 己丑(기축)년이 60년 순환에 있어 기세의 절정인 立秋(입추)가 된다. 프로필을 보니 입추 6년 전인 2003년에 배우로 데뷔했으니 당연히 성공해서 롱런할 운명이다.
데뷔 후 10년 뒤인 2013년부터 신인상 등을 타기 시작했고 2014년엔 남우주연상 등 굵직한 상을 받으면서 자리를 굳혔다. 사주를 보면 에민하고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말해준다. 이번에 본 영화에서도 그랬다.
여배우와 2022년에 결혼했는데 운세를 보면 아마도 결혼생활을 이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일에서 성공할 만큼 한 뒤에 결혼을 하면 으레 그렇다.
아야노 고의 출생지를 보니 일본 기후시라 되어있다. 岐阜市. 그러자 절로 떠오르는 생각, 그곳의 기후성은 오다 노부나가, 전국시대의 명장과 많은 인연이 있는 성이란 점이다. 사실 기후시란 명칭은 岐阜, 갈래 길이 많은 높은 언덕을 뜻하는 말인데 오다 노부나가가 성을 차지하고 일대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붙여준 명칭이다. 다시 말해서 기후성은 오다 노부나가가 立地(입지)를 굳힌 곳이다.
안개 서린 창밖을 보며
오후 6시 32분, 창밖을 보니 연무와 안개에 서려있다. 건너편 빌딩들이 흐릿하다. 안개란 단어를 모니터에 치는 순간 정훈희의 안개, 그리고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가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정훈희 씨와 함께 하는 송창식 선생의 기가 막힌 저음도 생각이 난다. 모두 藝人(예인)들이다.
특히 송창식 선생은 진정한 마스터이다. 송창식 선생은 1950년이 입춘 바닥이었고 다시 2010년이 입춘 바닥이었는데 꾸준히 여전히 자신의 음악 세계에 탐닉하고 있다. 1990년이 寒露(한로)의 운, 즉 인기 절정이었는데 그때 이미 은거를 택한 것을 보면 道人(도인)이기도 하다. 일반 예인들과는 격이 다르다. 존경한다.
오늘의 글은 단비가 반가워서 흥에 젖어 그냥 써 내려갔다. 액면 그대로 隨筆(수필)이다. 비에게 감사 기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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