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의 ‘부채 축소’(디레버리징) 국면이 앞으로 2년 이상 이어지며, 주택 가격 또한 2025년 하반기까지 하락 추세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왔다.
12일 신한투자증권이 내놓은 ‘한국 디레버리징과 자산 가격 향방’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 한 가계의 부채 축소 국면은 1997년 외환위기 또는 2002년 카드 사태 이후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1990년대 이후 가계의 부채 축소가 불가피했던 두 번의 경험에 비춰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시화된 부채 축소 사이클은 적어도 2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속 고용 둔화 압력이 점증하고 고금리의 여파가 추가적으로 반영되며 가계의 자본조달 비용마저 높게 유지되고 있어 가계 자산의 핵심이 되는 주택 가격은 추세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990년대 이후 주택 가격은 가계부채 증감에 8~10개월 후행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따라서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채 축소 국면이 2년 이상 이어진다면 적어도 2025년 하반기까지 주택 가격은 하향 조정 압력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계는 자산 가격 상승 기대와 자금조달 여건을 고려해 부채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데 가격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하더라도 가계수지가 악화하는 구간에서는 공통적으로 부채 축소가 진행된다”며 “과거 두 차례 디레버리징 시기를 복기해보면 부채와 주택 가격 전개 양상이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4.9%포인트(1997년 말 50.0%→1999년 말 45.1%) 떨어지면서 2000년에는 전국 평균 주택가격이 1980년대 후반 수준으로 회귀했다. 또 카드 사태가 촉발한 2002년에는 명목 지디피 대비 64%까지 치솟던 가계부채 비율이 2005년 1분기 60%로 축소되면서, 주택가격은 2003년 3분기부터 2005년 4분기까지 하락 흐름을 지속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하락세를 이어오는 가계 저축률과 3분기를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가계 실질소득 또한 부채 축소와 무관하지 않는 흐름이다. 김찬희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 둔화로 가계소득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고금리 여파로 가계수지의 추가적인 악화가 우려된다”며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연평균 5%선에서 가계 부채 규모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가구당 평균 이자 부담은 지난해보다 50~60% 증가해 전체 가계 저축률을 2%포인트 더 하락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2%포인트 미만의 저축률 하향에도 지디피 대비 4%포인트 안팎의 부채 축소가 이뤄진 카드 사태 시기의 사례를 근거로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부채를 갖고 있는 가계는 디레버리징이 필연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행도 최근 국회에 낸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높아진 금리 수준과 주택가격 하락 기대, 주택경기 순환 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가격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의 매매·전세 가격의 동반 하락은 주택경기 둔화와 디레버리징 심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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