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금리의 향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를 두고 시중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 당국이 연일 국민과의 상생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해 진퇴양난의 상황에 몰린 것이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는 최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재차 올리면 한국은행 역시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 시장에서는 당국의 요구로 인상이 억제돼 온 대출금리가 곧 빠르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美 3월 빅스텝 가능성 커져…한은도 기준금리 인상 불가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경제 지표가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 최종 기준금리는 이전 전망치보다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이 강도 높은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오는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높이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 프로그램인 페드워치툴은 연준이 이달 FOMC에서 빅스텝을 밟을 확률을 73.5%로 예측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6%까지 올린 뒤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도 점차 금리 인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은행들의 대출금리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기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이는 4.50~4.75%인 미국보다 1.2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만약 미국이 이달에 빅스텝을 단행하면 양국의 금리 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권, 대출금리 낮춰라” 압박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국내 금융 당국은 은행권을 상대로 대출금리를 인하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을 찾아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 인하 결정을 칭찬하며 “고금리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들도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3%포인트 각각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원장의 이날 발언이 나오면서 대출상품의 금리 인하가 전 금융권에 확산될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올해 들어 정부와 금융 당국은 연일 은행에 과도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을 줄이고 상생을 위해 대출금리를 낮출 것을 요구해 왔다. 금융 당국은 최근 은행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는데, 대출금리를 현행보다 더 인하할 수 있는 방안도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1~2월 내려간 대출금리…은행채 금리 다시 오름세
금융 시장에서는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당국의 정책 기조가 미국의 긴축 가능성을 포함한 대외 여건의 변화와 배치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늘고 있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가 진정되고 금융 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요구가 이어지면서 한동안 국내 대출상품의 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주요 은행들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를 보면 하나은행은 1월 7.10%에서 2월에는 6.36%로 내려갔고,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도 0.5%포인트 수준의 하락률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금융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는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은행채 금리가 최근 눈에 띄게 오르고 있어 은행들이 마냥 당국의 요구대로 대출상품의 금리를 억누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은행채 무보증 신용등급 AAA 1년물 금리는 3.955%로 지난달 8일 3.569%에 비해 한 달 만에 0.4%포인트 이상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압박에 따라 대출금리를 소폭 낮춰도 다음 달 국내 기준금리가 오르게 되면 ‘약발’은 채 몇 달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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