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경상수지가 지난 1월 적자로 전환했다. 중국과 반도체 경기의 동반 부진으로 수출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2월부터는 경상수지가 이보다 개선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경상수지(잠정치)가 45억2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4억8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가 한 달 만에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45억2천만달러 적자는 1980년 1월 통계 편제 이후 최대 규모다.
일단 상품수지 적자 규모(74억6천만달러)가 사상 최대치로 불어난 영향이 컸다. 수출은 반도체와 철강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14.9% 줄어든 48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반도체 경기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가 동시에 부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수입은 1.1% 증가한 554억6천만달러였다.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이 줄었으나 소비재 수입이 늘었다.
해외여행이 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 폭도 확대됐다. 1년 전(8억3천만달러)은 물론 전달(13억9천만달러)보다도 크게 악화한 32억7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출국자 수가 입국자 수보다 더 많이 증가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14억9천만달러로 불어난 탓이다. 수출화물 운임이 떨어지면서 운송수지 흑자 규모도 1억2천만달러로 축소됐다.
유일하게 선방한 건 본원소득수지였다. 63억8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년 전(18억7천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났다. 국내 일부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대규모 배당을 받아온 영향이다. 해당 기업의 시설투자자금 수요와 지난 1월부터 해외 자회사의 배당에 적용되는 과세 혜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월부터는 경상수지가 다소 개선됐을 것으로 한은은 추정하고 있다. 일단 통관기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1월 126억5천만달러에서 2월 53억1천만달러로 대폭 줄었다. 중계·가공 무역까지 반영한 상품수지의 적자 규모도 2월에 크게 줄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서비스수지의 경우에도 중국발 입국자 등의 증가가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새해부터 해외 자회사 배당에 적용되는 법인세 혜택도 본원소득수지에 계속해서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앞서 한은은 경상수지가 올해 상반기 44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2~3월 흐름을 보면 아직은 전망 경로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며 “다만 워낙 대외여건이 불확실해서 월별 경상수지 규모의 변동성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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