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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체포동의안 부결, 이재명에게 남은 두가지 길

정치·사회

by 21세기 나의조국 2023. 3. 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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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체포동의안 부결, 이재명에게 남은 두가지 길
(WWW.SURPRISE.OR.KR / 임두만 / 2023-03-01)

 

 

헌정사상 최초로 현역의원인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붙여진 뒤 ‘부결’되었다.

하지만 ‘부결’임에도 이번 투표는 당사자인 이재명 대표는 물론 원내 169석의 압도적 1당인 더불어민주당 전체가 완패한 게임이다.

 

▲ 이재명 대표가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이는 이번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에 동의하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이 30명이 넘는데서만 그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 이미 체포동의안 찬성을 담고 있음에도 투표가 시작되기 전 당내 여론을 모으고 그 여론에 따라 당론투표가 아닌 자유투표에 맡기도록 지도부를 안심시킨 반대파들의 이중플레이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 온 뒤 민주당은 거의 매일이다시피 의원총회와 원내정책회의를 하면서 당내의 ‘반란’표에 대한 표단속을 했다. 이에 박홍근 원내대표 진성준 원내부대표 등 원내 지도부만이 아니라 이른바 ‘비명계’라는 설훈 김민석 의원 등도 부결은 당연한 것이고 이 이후 민주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말했다.

 

따라서 당 지도부는 일정부분 이탈표는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박주민 의원같은 이는 공개적으로 ‘반대표가 170표는 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27일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는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나타났다. 국회법에 따라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299명) 과반 출석, 재석 의원(297명) 과반 찬성(149명)으로 가결된다. 이에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찬성이 반대보다 1표 많았지만, 과반에는 10표 미달해 부결됐다.

 

박지원은 이를 ‘부결은 부결’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부결은 부결이다 그러나 완패다.

 

이날 표결 결과 찬성표는 139표다. 이는 국민의힘 114석(전체 115석 중 구속 중인 정찬민 의원 제외), 앞서 체포동의안 가결 입장을 밝혔던 정의당 6석, 시대전환 1석 친국민의힘계 무소속 양향자 의원 1석 등을 합친 122표보다 17표가 많다.

 

반면 반대표는 138표다. 이는 민주당 169석과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1석, 친민주당계 무소속 김진표·김홍걸·민형배·박완주·양정숙·윤미향 등 6명 중 이날 불참한 김홍걸 의원을 제외한 5석을 합한 175석보다 37표가 적다.

이중 기권 11표 무효 9표 등이 20표이므로 이들을 빼고도 작심 찬성한 의원은 17명이며 암묵적 찬성으로 볼 수 있는 기권 11표를 포함하면 확실한 이탈표는 28표다

 

그러나 가(可)와 부(不)를 한자로 써야 하는 투표에서 가부를 판별할 수 없게하여 무효표로 만든 의원이 9명인데 이들을 이탈표라고 보지 않을 수도 없다. 이는 최소한 현 국회의원이 이 한자를 제대로 쓰지 못해 판별불능으로 만들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개표를 1시간 이상 지연시킨 무효표를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민주당계 의원들 중 최소한 35명 정도는 이 대표에게 반기를 들고 있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2월 뇌물 수수 혐의로 진행된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반대 161표로 부결되었는 바 이번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그보다 23표가 적은 결과를 보인 것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노골적 의사표시로 보인다.

 

이에 투표가 끝난 뒤 일부 비명계는 표결 결과를 두고 이 대표의 방탄 정당에 대한 경고라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으며 비명계 측도 민주당 내에서만 31표, 범민주당까지 포함했을 때 총 37표가 이탈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 그래픽, 신문고뉴스 김이구 기자    

 

따라서 이제 이재명 대표는 이렇게 갈갈이 찢어진 민주당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가 당면 과제로 남았다. 또 추후 검찰이 다시 영장을 청구했을 경우 대응도 문제다.

 

그런데 이 투표 결과를 두고 당일부터 반란표를 던졌을 것으로 지목되는 의원들 명단들이 돌면서 강성 이재명 지지자와 당원들로부터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이낙연 전 총리를 비판하면서 이들과 싸잡아 출당 시키거나 그래도 안 되면 분당과 신당창당을 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상황을 만든 것은 오로지 이재명 본인 책임이라며 더 이상 자신의 사법리스크로 당을 망가뜨리지 말고 대표직을 사퇴한 뒤 오로지 개인 자격으로 검찰과 싸우라고 말하는 이들도 상당부분 존재한다.

 

이로 보면 야당 분열작전으로 제시된 이재명 채포동의안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작전은 확실하게 성공하고 있다.

때문에 이재명 대표에게는 이 난국을 돌파할 두가지 길이 남아 있다. 대표직을 유지한 채 검찰과 대응하는 것과 대표직을 사퇴하고 검찰과 싸우는 것이다.

 

더 크게는 내년 4월 총선을 놓고 공천권을 쥔 대표로서 이탈표를 주도한 반대파 공천 숙정을 통한 당의 물갈이와, 대표 사퇴 후 검찰과 싸우면서 친 이재명 신당으로 승부를 보는 것 그 두가지 길이다.

 

그러면 역사는 어떤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김대중 김영삼 등도 당 안에서 당 비주류를 공천권으로 완벽하게 몰아낸 역사는 없다.

 

1981년 창당된 야당 민한당은 1985년 선거에서 김대중 김영삼 등이 이끌던 신한민주당에 완패 후 사라졌다. 당시 신한민주당은 ‘선명야당’을 지향하는 정치해금자들이 창당한 당으로 국민들이 민한당을 군부독재 ‘아류’당으로 보고 선거로 심판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한민주당도 88년 선거에서 완패 후 사라졌다. 당권을 쥔 이민우 총재와 홍사덕 대변인 이택돈 사무총장 등 당주류가 김대중 김영삼의 장외정치에 반발, 양김의 영향력을 배제하려고 했으나 결국 자신들이 정치권에서 퇴출되는 결과를 얻었다.

 

즉 이들 당 주류가 민정당과 내각제 협상을 고리로 양김의 정계복귀와 정치적 영향력을 제어하려 하자 이들 양김이 자신들 세력을 집단탈당시켜 87년 통일민주당으로, 또 이후 87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세력은 평화민주당으로 총선을 치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1988년 4월 26일에 실시된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신한민주당은 단 한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하여 등록이 취소되었다.

 

이후의 역사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1992년 김대중-이기택의 통합민주당은 대선에서 패배한 김대중 총재가 1994년 귀국 후 정계복귀를 노리자 이기택 총재의 주류가 이에 반대하면서 분당된 후 사라졌다.

 

즉 1995년 정계복귀를 선언한 김대중 총재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 이듬해 선거에서 원내 2당으로 롤백하므로, 이 선거에서 패배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 민주당은 결국 이회창의 신한국당과 합당하면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공천권 때문에 창당된 김종필의 자민련, 김윤환 등의 국민중심당, 서청원 이규택 등의 친박연대라든지, 특정인의 대권 꿈에 의해 창당된 정주영의 국민당, 이인제의 국민신당,  정몽준의 국민통합21, 박근혜의 미래연합, 이회창의 자유신당, 문국현의 창조한국당 등이 잠깐 반짝하거나 닻을 내리려다 실패하는 등의 역사가 있다.

 

또 최근의 정당사에서도 안철수를 필두로 호남세력이 창당한 국민의당이 일견 성공하는 것 같았으나 4년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 결과도 있다.

 

▲ 연설을 듣고 있는 국회의원들   

 

이로 볼 때 정당은 창당도 존립도 정치인의 선택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임이 매우 선명하게 나타난다. 즉 시대정신이 신당을 바라고 있을 때 그 시대정신에 따라 창당된 신당은 성공하고 뿌리를 내리지만 정치인들의 ‘정치공학적’ 선택으로 창당된 정당은 잠깐 성공하는 것 같지만 끝내는 사라지는 역사로 기록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재명을 보는 시대정신이 ‘이재명당’을 용인할 정도인가?

 

지난 24일 한국갤럽은 “2023년 2월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조사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포인트, 응답률: 9.5%)결과, 이재명 대표의 구속수사를 바라는 여론이 49%, 그 반대여론이 41%,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유지가 27% 폐지가 57%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여론조사가 물론 전체 국민의 여론을 다 담았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실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여론과 술집 식당 등 세간의 여론을 종합해도 이재명 우호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즉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정권을 반대하지만 그 여론 전체가 전폭적으로 이재명을 용인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김대중 김영삼이 통일민주당을 창당하거나 이후 김대중이 평화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당시 수준의 전폭적 지지세력을 갖지 못한 이재명 대표가 지금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야권 재편에 나서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므로 이 대표는 총선 공천권을 가지고 당을 장악하려 한다거나, 당내 비명계의 숙정을 위해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귀담아 들으면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길이 있을까? 가장 급선무가 당의 단합이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지금 방식의 정치가 아닌 당내 융화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강성지지자의 목소리를 조금 멀리하고 당 전체를 향한 친화정치가 필요하다.

 

이재명이 김대중이 아닌 이상, 이재명이 이전 야당의 총재들처럼 음성적으로 받은 정치자금으로 계보의원을 관리하는 정치를 할 수 없는 이상 충성파 계보의원을 실질적으로 가질 수 없다. 결국 이재명 대표는 당내 일부와 국민의힘 등 반대파의 주장대로 검찰의 수사에 맞서 홀로 영장심사를 받는 등으로 정면대결을 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면 당내 통합이 지금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방법이다.

 

그래서다. 이재명은 겉으로 보이는 행보가 아니라 잠행을 통해서라도 우선 민주당의 통합을 위한 행보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늘상 마이크 앞에 있는 친 이재명계 강성파의 목소리도 줄일 필요가 있다.

 

죽든 살든 윤석열 정권은 물론 당내 반대파와도 강경대치를 통해 승부를 보겠다면 그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 대표가 늘 말했 듯 정치인이 정치인 자신이 아닌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면 지금 상황을 강경대치로 풀어서는 안 된다. 민생은 정치의 안정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고 정치의 안정은 우선 정당의 안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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