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딜버트"의 갑작스런 종료
“딜버트”란 미국 만화의 작가, “딜버트의 법칙”으로 널리 알려진 스콧 애덤스(Scott Adams)가 만화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었다. 유튜브에서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한 까닭이다.
전 세계 65개국, 25개 언어로 2,000여개의 신문들에 연재되던 만화가 하루아침에 퇴출되었다. 나 호호당 역시 젊은 날 꽤나 즐겼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미국은 다인종 국가여서 인종 차별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스콧 애덤스는 끝났다, 쯧쯧!
이 모두 ‘운빨’이다. (운발이라 하면 알아듣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일부러 이렇게 썼다.)
참고로 얘기하면, 운발에서 발이란 말은 우리말의 ‘손과 발’에서의 발이다. 가령 ‘빗발’이란 말은 한자어인 雨脚(우각)이란 말에서 왔는데, 가령 소나기가 올 때 비구름의 이동에 따라 비가 집중되는 곳이 옮겨간다, 이를 비의 발이라 했기에 그런 표현을 쓴다.
생년월일시를 찾아서 살펴보니 역시 그렇네
궁금해서 생년월일을 찾아보았더니 음, 이제 물러갈 때가 맞네,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1957년 6월 8일 오전 2시 반, 사주는 丁酉(정유)년 丙午(병오)월 辛亥(신해)일 己丑(기축)시이다.
따라서 2001년 辛巳(신사)년이 60년 운세 순환, 즉 운발에 있어 立秋(입추)가 되고 30년 전인 1971년과 그로부터 다시 60년 뒤인 2031년이 입춘 바닥이 된다. 따라서 올 해는 애덤스에게 있어 冬至(동지)의 운이다.
동지의 운은 그 어떤 것도 조심하고 웅크려야 하는 때인데, 결국 저런 실수를 범했다.
하지만 이렇게 된 것의 근본 원인은 좀 더 거슬러 가야 한다. 애덤스의 경우 원래 비판적인 말을 많이 해왔고 특히 정치나 사회 이슈와 관련해서 말을 많이 하는 바람에 잡음이 적지 않았는데, 특히 그가 2018년부터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해온 것이 이번 일의 단초가 되었다.
자신의 운이 쇠하는 것은 당연히 몰랐을 것이고 원래 비판적인 말을 많이 해오던 사람이라 이번 일은 진작부터 정해진 코스였던 셈이다.
결국 운발이 다한 셈이다. 운이 괜찮을 땐 실수를 해도 넘어가는데 말이다.
운발에는 철저하게 정해진 기한이 있다는 거
운명을 연구해오면서 늘 느끼고 그게 거듭되다 보니 생겨난 所懷(소회)가 있다. 사람의 입장에선 운의 상승과 하강에 따라 부침하는 것이지만 세상의 견지에선 사람을 만들어 키우고 일을 하게 하서 功業(공업)을 이루게 한다, 그러면 그에 상응하는 부귀를 누리게 하다가 이윽고 때가 되면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중국 당나라 시절, 이백의 詩(시)에 “천생아재필유용(天生我材必有用)”이란 구절이 있다. “하늘이 나의 재주를 만들었으니 반드시 쓸 데가 있으리라” 하는 내용이다.
저 말이 맞다, 그런데 다시 새겨보면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재주 자체는 功(공)을 이루게 하더라도 사람 자체는 期限(기한)이 있어 때가 되면 폐기 처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스콧 애덤스의 성공과 실패
딜버트 만화와 딜버트의 법칙으로 한 때를 풍미했던 스콧 애덤스의 스토리를 전반적으로 한 번 정리해보자.
1971 辛亥(신해)년, 그의 나이 14세 무렵 입춘 바닥이었다. 1979년 춘분, 그냥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가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는지 경영학 석사(MBA)도 취득했다. 그러고선 은행 창구(teller) 일도 하면서 나름 열심히 자기계발을 했다.
그러다가 1986년의 어느 날 어릴 적부터 소질이 있던 만화 작업을 해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바로 立夏(입하)의 운이었으니 뭔가 땅거죽을 뚫고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직장 생활과 개인적으로 만화 습작을 병행했다.
결국 그 만화가 바로 “딜버트”였고 어렵지만 서서히 발전해서 드디어 1989년부터 일부 매체에 연재되기 시작했다. 1989년은 그에게 있어 60년 순환에 있어 본격 여름이 시작되는 小滿(소만)의 운이었다. 어쩌면 저렇게 주어진 운의 프로그램대로 살아갈까! 참 신기하기도 하지.
독자들의 피드백을 작업에 최대한 반영하면서 만화 딜버트는 점차 인지도가 높아져갔다. 이에 애덤스는 1995년에 가서 직장을 그만 두고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1971년 입춘 바닥으로부터 24년, 12년이 두 번 지날 무렵이면 누구나 나름의 재주와 적성으로서 생계의 틀을 갖추게 되는데 그의 타고난 天職(천직)은 만화작가였던 것이다.
연재하는 신문이 800개에 달하자 그는 더욱 자신감이 붙어서 1996년 입춘 바닥으로부터 25년이 지난 시점에 가서 “딜버트의 법칙”이란 책을 간행했다. 그리고 이로서 영향력을 갖춘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길로 접어들었다.
(딜버트의 법칙은 국내에서도 출간되었고 나 호호당도 구매해서 낄낄 대면서 흥미롭게 잘 보았다.)
그 이후 2001년 입추를 맞이한 뒤 더욱 승승장구해서 전 세계 매체 수백 군데에 그의 만화가 연재되면서 세계적인 명사가 되었다.
때가 되었으니 물러날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그런데 어떤 사람이든 立冬(입동)의 운이 되면 열정이 사라지고 그러면서 재미가 없어지는 법인데 그의 경우 2016년이었다. 그 직전 그는 블로그를 통해 트럼프 지지를 표명하면서 정치 쪽에 발을 들였는데 실은 이게 亡兆(망조)라 해도 무방하다.
2021년부터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섰고 그로서 그의 발언은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2021년은 辛丑(신축)년, 大雪(대설)의 운이니 본격적으로 물러날 준비에 착수해야 했건만 삶이 무료해진 그는 더욱 날카로운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결국 이번 일로 거의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입고 말았다.
이번 일 역시 애덤스의 실수라기보다는 세상이 사람을 쓰고 난 뒤 버리는 모습이란 생각을 한다.
“딜버트의 법칙”은 1990년대 미국 내에서 기업의 인수 합병(M&A)과 구조조정, 다운사이징 등이 성행했던 시절 직장의 풍토를 묘사하고 있다. 그 흐름이 30년이 흘러 이제 완연히 바뀐 것이고 따라서 애덤스 또한 시대를 놓친 것이라 하겠다.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서 유명인사가 되거나 셀럽이 되면 그 다음엔 명성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구매 충동을 일으킨다. 애덤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만들어서 팔기도 하고 또 실패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운명의 관점에서 보면 2016년 입동의 운으로서 박수 받으면서 서서히 퇴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처세하는 법
사람의 처세는 다음과 같으면 滿點(만점)이다.
60년 순환에 있어 입하에 준비해서 하지가 되면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다시 30년이 흘러 입동이 되면 서서히 물러날 준비를 하다가 동지로서 모든 것을 접고 무대 뒤로 퇴장하면 아무런 일이 없다.
스콧 애덤스의 경우 올 해가 동지의 운이다. 그간에 물러날 준비를 하지 않았기에 강제로 물러나게 된다, 즉 强退(강퇴)의 수모를 겪게 된 것이다.
역사를 살펴봐도 동지 넘어서까지 과욕을 부리다가 삶 전체가 실패로 끝났던 일들로 가득하다. 이를 일러 時節(시절)을 몰라서 그렇다 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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