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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코리아 연속 기획]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철도, 전기, 의료 등의 공공기관을 영리화하기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 환율 급등 등으로 서민의 경제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영리화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 방향은 타당한 것인지 짚어보고, 국민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①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공격하는 이유 http://omn.kr/20ouz
② 공공기관 방만경영? 부채비율 오히려 낮아졌다 http://omn.kr/213t7
③ 공공기관 길들이기에 공공성 실종됐다 http://omn.kr/21q04
④ 민영화 계획 없다? 그 수법은 꽤 오래된 것이다 https://omn.kr/21wad
⑤ 전력 공기업 재편, 멀리 내다보자
▲ 전력시장 구조개편 계획에 따라 2001년 한전의 발전부문을 화력 5개, 원자력 1개의 자회사로 수직 및 수평 분할했고, 도매시장과 전력거래소를 만들었다. ⓒ 연합뉴스
1990년대 이후 선진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전력 시장이 자유화되어 왔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어야 자원이 효율적으로 이용된다는 경제학의 주요 이론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직후 민영화와 경쟁체제 전환을 시도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발전, 송전, 판매를 모두 수행하는 체제에서 발전 경쟁과 도매시장 개방을 거쳐 소매시장 완전 개방까지를 단기간에 완성하는 프로젝트였다.
그 계획에 따라 2001년 한전의 발전부문을 화력 5개, 원자력 1개의 자회사로 수직 및 수평 분할했고, 도매시장과 전력거래소를 만들었다. 한전이 도매시장을 통해 발전 자회사와 새로 진입하는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이다.
한전은 발전부문은 자회사로 독립시켰으나 송전, 배전, 판매에서는 여전히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 배전과 판매까지도 경쟁체제화하려 했으나 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와 대규모 파업으로 2004년에 발전 경쟁 단계에서 중단됐다.
그러나 민영화 시도가 실제로 멈춘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순환정전 사태 이후 다수의 민간 발전사를 진입시켜 경쟁체제 전환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전력 판매시장 민간 개방, 에너지 공공기관 상장, 화력발전 정비 민간개방 확대를 추진했다. 즉 민영화와 경쟁체제는 2004년 이후에도 부분 민영화(한전 업무 시장위탁)와 우회 민영화(민간 발전사 진입)의 형태로 계속 추진되어 온 것이다.
발전 경쟁 이후 효율성 떨어져
▲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한전에서 분리된 한국중부발전 ⓒ 셔터스톡
민영화와 경쟁체제를 지향하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왔는가? 민영화와 경쟁체제 추진 논리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한 자원배분이 효율성을 담보한다는 것인데, 그런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장이 완전경쟁에 가까워야 한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전력시장 자유화는 몇 개의 대형회사들이 독과점 구조로 전력시장을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유럽의 전력시장 통합과정에서도 소규모 발전기업 및 소매기업들이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는 대형 기업에 인수되었다. 그래서 2000년대 말에는 5개 대형 에너지 기업이 유럽 전체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이렇게 영리를 추구하는 독과점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아무리 규제기관을 통해 통제한다고 해도 이윤 추구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험을 돌이켜봐도 판매시장 개방에 이른 것도 아니고 발전 경쟁 단계에서 구조개편을 멈췄음에도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우선 효율성의 관점에서 퇴보했다. 과거 한전이라는 하나의 조직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던 일을 여러 회사가 나눠서 수행함에 따라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2010년 이명박 정부에 의해 발전 자회사들이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되면서 모회사인 한전이 통합적 관리를 할 수 없게 된 것도 그룹 전체 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됐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경쟁체제 수립을 위해 진입시킨 민간 대형발전사들이 기회주의적 행위를 통해 초과 수익을 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매시장에서 전력가격이 높게 결정되는 경우 한전은 자회사가 고수익을 누리지 못하게 수익을 환수하는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한다. 그러나 민간 발전사에는 정산조정계수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국제시장에서 연료를 직접 조달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받은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시장참여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기회주의적 시장참여 행태는 한전의 전력 구입비 증가, 전력공급 불안정성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기업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가운데 시장개방론자들은 새로운 이유를 들고 나왔다. 바로 '재생에너지, 분산에너지 확대 및 프로슈머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이다. 시장개방주의자들은 공기업이 새로운 방향성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이를 방해하는 구시대의 유물인 것처럼 묘사한다.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반응(DR), 전기차, 소규모 디젤 발전, 프로슈머 등 다양한 분산 자원의 등장을 촉진하고 있다. 시장개방론자들은 재생에너지 및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배전을 분할하고 소매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산 자원 간 거래는 개별 지역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중앙에서 조정하는 것보다 지역별로 중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다양한 주체들이 참가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을 통해야만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주장대로 분산에너지 확대가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배전망의 지역 분할이나 시장개방의 피치 못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현 시스템에서도 다양한 소규모 에너지 자원들이 가상발전소(VPP)를 통해 충분히 전력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소매요금이 너무 낮아 비용 대비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분산형 체제의 핵심은 그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그 지역에서 사용하여 전력망 건설을 줄이는 것이다. 즉 현재와 같이 수용가와 발전사들이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배전을 분할하면 전력망이 단절된다.
전력공기업의 판매독점을 깨야 하는 이유로 이들이 제시하는 또 다른 근거는 한전의 낮은 전기요금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전이 석탄과 원전을 가지고 생산한 전기를 사회적 비용을 포함하지 않고 너무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유럽,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빠르게 에너지 전환을 달성한 주요 원인이 바로 전력시장 개방이었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확대된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판매시장의 개방이 아니라 충분한 보조금 정책이 그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윤석열 정부의 우회 민영화 우려
▲ 2022년 7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2층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제3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대통령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지난해 7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 담겨 있다. 제시된 정책 방향 중에서 전력산업 구조 개편과 관련된 '시장원리에 기반한 에너지 수요 효율화 및 시장구조 확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격입찰제(PBP) 전환과 함께 수요측(판매사업자 등)도 입찰하는 양방향 입찰제 도입, 전력구매계약(PPA) 허용범위 확대 등을 통해 독점 판매구조를 점진적으로 해소하고 망중립성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직접적 민영화는 아니지만 소매시장 전면 개방이라는 점에서 우회민영화로 이해할 수 있다.
양방향 입찰제란 도매시장에 한전 이외의 다른 전력 도매구매자를 진입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롭게 전력시장에 들어온 민간사업자는 도매로 산 전기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것이므로 자연히 한전이 가지고 있는 판매 독점의 지위가 사라지게 된다. 현재 시스템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전이 판매시장 독점자로 역할하여 민간발전사의 영리성을 통제하고 있는데, 양방향 입찰제가 도입되면 그 중요 수단이 사라진다.
양방향 입찰제로 당장 시장을 개방하지 않더라도 'PPA 허용범위 확대 등'을 통해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판매부문을 점진적인 방식으로 개방할 수도 있다. 직접PPA 자체는 RE100(재생에너지 100%) 대응 수단으로 이미 2021년 6월에 도입한 상태이다.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서 재생에너지에 한해 한전을 통하지 않고 직접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직접PPA 확대를 언급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재생에너지 단가가 높고 직접 거래시 망 사용료를 따로 내야 하기 때문에 직접PPA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유인한다면 한전 판매를 우회하는 것을 용인할 만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현 정부가 PPA를 다른 발전원으로 확대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우량 발전사와 대규모 전력 수용가 사이에 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한전으로부터 이들 우량 자원이 이탈하게 된다. 그러면 한전은 비용이 증가하고, 수익이 악화할 것이다. 이후 정당한 이유없이 한전의 방만 경영이 도마에 오르면서 시장개방이 확대되고 민영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과도한 영리성 억제해야
▲ 분산에너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현 시스템에서도 다양한 소규모 에너지 자원들이 가상발전소(VPP)를 통해 충분히 전력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 셔터스톡
전력 공기업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의 주요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확립한 발전경쟁 및 도매시장 시스템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그와 연관해서 발전부문이 분할되어 있는 현재의 한전 체제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이다.
그런데 개혁은 완전한 진공 상태에서 설계하고 진행할 수 없다. 즉 개혁의 결과로 현재 존재하는 것들을 아예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현 상태에서 개혁의 방향성은 최소한의 구조 개혁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고 훼손된 에너지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에너지 공공성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지불 가능하며, 안정적이고 탈탄소화된 에너지를 모든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한다. 에너지는 민주적으로 통제되어야 하며, 노동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관건은 과도한 영리성이 억제되도록 시장을 규율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영화와 경쟁체제 형성은 절대 바람직한 개편 방향이 아니다. 도매시장에서 대형 민간 발전사들의 초과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등을 실시해야 하고, 한전의 배전독점, 판매독점 지위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
전기요금을 적정한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조건 낮은 가격보다는 연료비를 반영할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투자를 가능하게 할 정도로 충분히 높은 수준으로 책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전기위원회가 정부 부처로부터 독립성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한전은 '재생에너지, 분산에너지, 프로슈머 확대' 라는 새로운 에너지 추세를 이끌어야 하고 국가로부터 충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신속한 탈석탄을 위한 좌초자산 보상, 한전의 발전자회사 재통합 혹은 통합 경영을 이뤄야 한다. 분산에너지와 프로슈머 확대 및 지역의 구조조정 일자리 대응을 위해 지자체, 지역 에너지협동조합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전과 관리감독을 맡은 정부 부처 간의 관계도 변화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넓게 한전에 자율권을 주되 경영성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게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자율과 책임의 관리감독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낙하산 인사 내려보내기라는 구태가 사라져야 한다.
▲ 정세은 /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정세은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2.0 공동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구 주제는 크게는 '한국경제 성장과 분배 선순환'이고 이와 관련하여 에너지 공공성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에너지전환과 전력산업 구조개편>, <에너지전환과 한국 가스산업의 현재와 미래>을 다른 연구자들과 공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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