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이 금리인상의 속도를 늦추면서 지난 2개월 동안 금값이 찢어지게 올랐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금값은 지난해 11월 3일 이후 15% 급등해 온스당 1900달러 수준이다. 2022년 4월 이후 최고다. 금값의 최근 50일 동안 랠리는 코로나발 글로벌 시장 충격이 가장 심했던 2020년 이후 최고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고점에서 내려와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며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폭을 낮춘 덕분이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가 없는 금의 투자 매력은 떨어지는데 이제 금리인상이 주춤해지며 금값이 상승세를 타는 것이다.
에미레이트NBD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연준 위원들은 긴축에서 돌아설 신호를 보내지 않았지만 연준이 공격적 긴축 고삐를 풀어야만 할 것이라고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기대한다"며 "이러한 기대는 금시장을 떠 받쳐주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또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은 유럽중앙은행(ECB)과 같은 다른 중앙은행들과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최강세를 보였던 미 달러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달러 약세는 금과 같은 상품의 가격을 끌어 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 이외의 국가의 매수자들에게 비용 부담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금값의 추가 랠리 여지가 있다고 전망한다고 FT는 전했다.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금을 기록적 수준으로 매수한 데다 암호화폐와 기술주가 급락하며 개인투자자(개미)들의 관심이 금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이 추가 매입한 금은 11월 32톤에 이어 12월 30톤에 달했다. 월간 매입규모가 30톤을 넘긴 것은 거의 3년 만에 처음이다.
금의 추가 랠리는 미국 인플레이션과 금리 전망에 달렸다. 블루라인퓨처스의 필립 스트레블 최고시장전략가는 12일 나오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나오면 금은 온스당 1900달러를 뚫고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일단 1900을 넘기면 중력은 2000을 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준 정책이 덜 공격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금값에 이미 대체적으로 반영됐다는 신중론도 있다. RBC 애널리스트들은 올여름 이후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대해 "아직 기정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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