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를 해도 그렇고 만담을 해도 그렇다. 받쳐주는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할 수 없다. 유재석처럼 동료가 실력을 발휘하도록 자리를 깔아주는 사람이 진짜다. 달인 김병만이 묘기를 부릴 때 류담이 끼어들어 머리를 때린다. 불필요해 보인다.
류담과 노우진은 하는게 없고 김병만 혼자 다 하네. 그런데 판소리를 해도 고수의 역할이 있다. 호흡을 조절하고 긴장을 조율하는게 중요하다. 끝까지 가는 캐릭터는 받쳐주는 캐릭터다. 노무현은 김대중이 부족한 것을 채워주었고 문재인은 노무현을 채워주었다.
수호지의 흑송강도 그렇다. 표자두 임충, 흑선풍 이규, 화화상 노지심의 활약에 비하면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고 얼굴도 못생겼는데 108명의 두령이 급할 때 흑송강을 찾아서 이름이 급시우다. 필요할 때 받쳐주는 역할이 진짜다. 보험에 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유시민은 세객이다. 한비자의 세난은 유시민 읽으라고 쓴 글이다. 과거에는 군주에게 역린이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에게 역린이 있다. 세객은 앞에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면 안 되고 뒤로 돌아가서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주면 안 되고 반대로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을 차단해 주어야 한다는 정도는 직관적으로 안다. 양치기 개도 그 정도는 안다. 양이 갈 길을 알려주는게 아니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막아주는 것이다. 왜 이게 중요한가? 민중의 역린은 권력문제다.
주는게 권력이다. 그걸 아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손주를 만나면 사탕이라도 주려고 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주다가 망한다. 주면 받아서 고맙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권력을 뺏겼다고 생각한다. 누가 밥값을 내면 잘 먹었다고 감사하는게 아니라 서로 내겠다고 싸운다.
현실은 어떤가? 오히려 보수가 그 전략을 쓰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왜 민주당이 생색을 내지? 왜 민주당이 주는 자의 권력을 누리지? 식당에서 밥값을 내도 어깨에 힘을 주는 판에 말이다. 흑송강이 수호지의 주인공인 이유는 급할 때는 보험을 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위기에 구원투수가 필요하다. 좋은 것을 주는 사탕발림 정치는 49까지 도달하는 것이고 싫은 것을 막는 보험의 정치로 51은 가능하다. 그런 균형감각은 김어준이 더 뛰어나다. 김어준은 이공계 출신이라서 타고난 감각이 있기 때문에 이중의 역설을 본능적으로 안다.
김어준이 졸라 씨바 하는게 그게 뒤로 돌아서 들어가는 기술이다. 남에게 무언가를 줄 때는 몰래 뒷주머니에 넣어줘야 한다는 사실을 김어준은 안다. 인간들이 그런 걸로 삐쳐서 돌아서고 배신한다는 사실을 안다. 김어준과 유시민이 합을 맞추면 좋은 그림이 된다.
주변부 전략 - 지렛대의 큰 힘을 만들지만 대칭의 큰 반발이 따라온다.
중심부 전략 - 코어의 작은 힘을 만들지만 비대칭의 큰 기세가 따른다.
과학자와 유시민의 대담에서 나온 이야기다. 전자가 많은 일을 하지만 실제로는 핵이 더 큰 일을 한다. 주변부는 지렛대를 써서 큰 힘을 만들지만 항상 상대가 맞대응하므로 49에서 멈춘다. 주변부 전략으로 뜰 수는 있어도 이길 수는 없다. 중심부로 가도 안 좋다.
안철수는 중심부로 갔다가 망했다. 극중놀이 멸망이다. 유시민은 정의당이라는 주변부로 갔다가 망했다. 정답은 주변부에서 시작하여 적절한 시점에 중심부로 갈아타는 것이다. 주변부는 항상 상대가 있어서 망하고 중심부는 상대가 없어서 일방독주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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