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호황을 맞고 있다. 소비 경기 둔화 흐름 속에서 10%대 가까운 성장세다. 예비 자영업자들이 편의점을 선호하고 MZ(밀레니얼·Z)세대는 편의점 제품에 열광한다. 극단적인 '소비양극화' 속에 편의점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대형마트 넘어선 편의점
11일 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미니스톱 포함),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 점포 수는 5만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5만700여개다. 올해에도 각 업체별로 400~800여 점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요 편의점 3사 매출이 대형마트 3사 매출을 앞지르며 편의점은 유통업계 변방에서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매출은 전체 유통업체 매출 가운데 15.9%를 차지하며 대형마트 (15.7%)를 넘어섰다. 2010년대 초반 편의점 점포가 2만개를 넘어서며 시장 포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불과 몇 년만에 위상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1인가구 증가 등 인구, 가구 특성의 변화로 소비행태가 바뀌면서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은 편의점 업태가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태 가운데 가장 많은 점포 수를 강점으로 무인 매장, O4O(온라인-오프라인 결합) 등 가장 앞서 리테일테크를 도입하고 금융, 택배, 의약품 판매까지 생활 플랫폼으로 역할을 해 나가며 일상의 유통채널이 되어가고 있다.
◇"편의점 할래요" 자영업자 몰린다
소비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편의점 업태의 고속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편의점 가맹 수요가 높아지고 외식 가격 인상을 대체하려는 간편식, 즉석식 판매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방문객수가 급격히 회복됐고 인플레이션 반사이익을 보며 최근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지난해 국내 대형 편의점 4사의 점포 순증 수는 3000여개를 육박했다. 편의점 산업이 성장하면서 타업종 대비 가맹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슈퍼마켓이나 전문 소매점에서 편의점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내년 역시 편의점 점포가 2500~3000여개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불황에 더욱 집중 가파르게 오르는 외식 물가에 대응하는 수요를 편의점이 흡수할 것이란 예상이다. 일례로 CU의 경우 3분기 즉석식품, HMR(가정간편식) 매출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19%, 18% 성장했다. 김명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더딘 경기회복에 자영업자들의 편의점 전환이나 개점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객수 증가와 외식물가 상승 영향으로 편의점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1인가구가 증가하고 MZ(밀레니얼 Z)세대들의 소비트렌드에 가장 빠르게 발을 맞춰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편의점 인기 요인이다. PB(자체브랜드) 상품 등 차별화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집객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외식대신 도시락"... 소비 양극화의 단면
편의점 호황은 극단적인 소비 양극화 현상의 반영이기도 하다.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 경기가 둔화되면서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명품 등 고가 소비와 가성비의 필수소비재 수요만 유지된다는 것. 중간의 소비가 사라지는 셈이다.
특히 편의점의 주요 소비층인 젊은 층들의 단기적이고 비계획적인 소비 활동 패턴을 읽을 수 있다. 품질이나 본질적인 기능보다 이색적인 경험이나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 성향,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보여주기식 소비의 확산이 대표적이다. 편의점을 중심으로 콜라보레이션 제품 등 PB상품이 늘어나고 이색 마케팅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승훈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소득 양극화가 소비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저가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안 좋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저가 상품은 일자리가 불안하거나 소득이 줄기 때문에 선택하는 물품이지 소비 기호도라고 보긴 어려워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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