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의 상한을 배럴당 60달러로 하는 상한제에 마침내 합의했다. 가격 상한제는 오는 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유조선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이 5일 발효되기 직전, EU가 원유 상한액을 60달러로 최종 합의했다. 폴란드는 협상 막판까지 상한액이 너무 높다고 반대했지만, EU 집행위원회가 대러 추가 제재를 약속하며 설득했다.
EU는 배럴당 60달러로 상한제를 시행한 뒤 1월부터 두 달마다 상한가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시장 변동에 따라 러시아가 수출하는 원유 가격의 최소 5% 낮은 가격이 상한가로 설정될 수 있도록 제안했다. EU는 9차 대러 제재도 신속하게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유가상한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원유 수출을 통한 전쟁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해 제안됐다.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60달러보다 높게 거래한 러시아산 원유는 오는 5일부터 해상 보험이나 해상 운송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또 같은 날부터 EU가 6차 대러 제재로 확정했던 러시아산 해상운송분 원유 대한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유가상한제 실시 시점을 5일로 잡은 건 금수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급등할 것을 대비하는 의미가 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의 가격 상한 합의는 러시아의 수입을 크게 줄일 것"이라며 "세계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켜 전 세계 신흥 경제국가들에 이익을 가져다주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합의를 반겼다.
주요 7개국(G7)과 호주도 공동 성명을 내고 EU가 합의한 가격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의 월리 아데예모 차관보는 두 달에 한 번씩 상한가를 검토하는 방안을 지지한다며 "배럴당 60달러에서 시작하는 것일 뿐, 상한가는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산 원유는 배럴당 대략 69달러로, 국제 원유가격 기준인 영국 브렌트유(85달러)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산 원유 거래는 투명성이 떨어져 실제 거래가는 더 낮을 수 있다. 상품 시장 가격 평가 매체 아구스 미디어는 지난달 30일 러시아산 우랄 원유가 배럴당 48달러에 거래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월 기준 러시아는 EU에 매일 약 80만 배럴의 원유를 해상운송분으로 판매해온 만큼, 이를 당장 중단하면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러시아가 다른 원유 판매처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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