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MBC 탄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MBC에 광고를 넣지 말라는 취지로 기업들을 압박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를 정면 겨냥하기도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MBC는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악의적 보도, 의도적 비난으로 뉴스를 채워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각종 프로그램은 유력 대기업 광고로 도배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많은 대기업이 초대형 광고주로서 MBC의 물주를 자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모 대기업은 수십 년간 메인뉴스에 시보 광고를 몰아주고 있으며 MBC 주요 프로그램에 광고비를 대고 있다"며 "2017~2018년 MBC 파업 기간엔 타 방송사 대비 10배 가까운 광고를 집행한 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모 기업은 삼성전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비대위원은 삼성전자와 MBC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더욱이 작년엔 현 MBC 사장의 비서실장이자 메인뉴스 앵커였던 사람이 해당 대기업의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2005년에도 뉴스 앵커가 같은 기업의 임원으로 발탁됐다. 참으로 돈독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MBC를 편파·왜곡 방송으로 규정하고, MBC 광고 기업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동참 서명한 사람들이 33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이분들은 사회적 기업이자 국민 기업인 삼성 등이 MBC에 광고를 제공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하고 이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역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자처하는 MBC와 광고주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의 이후 김 비대위원의 발언이 당의 공식입장이냐고 묻는 말에 "김상훈 비대위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들었다"며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MBC "민주주의-시장경제 근간 뒤흔드는 발언에 심각한 우려"
이에 MBC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문화방송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광고 불매 운동 발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1970년대 유신 독재 시절 '동아일보 광고 탄압 사태'에서 보듯, 광고 불매 운동은 가장 저열한 언론탄압 행위"라고 지적했다.
MBC는 "문화방송은 헌법을 수호하는 의무를 지닌 국회의원에게서 자유 시장 질서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광고 불매 운동 언급이 나왔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기업 이름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권력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한다고 노골적으로 광고주들을 협박하고 위협하는 행위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꿈꾼다는 자기 고백이자 징표"라고 비판했다.
이어 광고불매운동이 강요나 공갈 등 협박에 해당된다는 지난 2013년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면서 "문화방송은 국민의힘이 헌법준수와 동시에 자유 시장 경제를 존중함으로써 언론자유를 보장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자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단지 MBC에 대한 광고탄압만이 아니라 정권의 눈밖에 나면 어느 언론사든 가만두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나 마찬가지"라며 김상훈 비대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1974년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이 정권의 압력으로 기업 광고가 실리지 못한 사실이 있는데 마치 역사의 시계가 48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라며 "권력의 동아일보에 대한 광고탄압은 훗날 역사의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이제라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고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여하한 시도나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