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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바라보며

정치·사회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11. 1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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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바라보며
(WWW.SURPRISE.OR.KR / 임두만 / 2022-11-10)

 

글이 띄엄띄엄해진 것이, 요즘 노동 강도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제 끝난 중간선거 때문에 나른 정치 홍보물도 상당했고,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며 아직도 카탈로그 주문에 익숙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베이비 붐 세대들이 참조하는 광고 홍보물도 늘었고... 글쎄요, 이제 베이비 붐 세대가 역사에서 사라지고 나면, 인터넷을 통한 거래들이 지금보다 훨씬 폭발할 것이고... 아, 그러면 소포가 늘어날 테니 우체국은 살아 남을까요?

 

불확실성이란 건 정치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모양입니다. 미국 중간선거는 공화당의 압승을 점쳤던 이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공화당은 하원을 탈환해 가면서 바이든의 발목을 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상원은 뜻밖에 민주당이 선전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개표중이긴 하지만, 상원에서 공화당은 자기들이 생각했던 만큼의 우세를 점유하진 못 하게 됐습니다. 특히 트럼프가 집중적으로 밀었던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하며 다음 대선에 트럼프가 복귀하는 게 생각보다 쉽진 않겠다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웃기는 건, 이런 선거 결과가 나온 게 트럼프 때문이란 겁니다. 재임시 트럼프는 보수적인 법관들을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하고 이들은 미국에서 낙태를 합법화시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 버렸습니다. 여기에 충격을 먹은 시민들은 진보적인 이들 뿐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가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갑자기 뒤집어지자 혼란을 겪은 이들도 꽤 있었고, 이들의 투표로 인해 몇몇 압승이 확실해 보였던 공화당 후보들, 특히 트럼프가 지원했던 후보들이 고배를 마시게 된 거지요.

 

제가 사는 워싱턴주의 경우, 연방 상원의원 선거가 제일 중요했습니다. 지난 30년간 다섯 번의 임기동안 상원의원으로 재직한 교사 출신 패티 머리 의원이 이번에 재선되어 여섯 번째 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중요한 연방하원 선거 역시 이 지역에선 민주당 출신들이 무난히 당선됐습니다. 농촌 지역의 민심은 완전히 달랐지만. 아무튼 생각보다 민주당은 선전했습니다.

 

아무튼 모든 것이 시대의 마지막을 향해 폭발해 간다는 느낌을 받는 요즘입니다. 신자유주의의 시대는 너무나 엉뚱한,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우리 모두의 목줄을 옥죄며 역사에서 퇴장해 버렸고 이 시대에 선진국으로 불리웠던 국가들을 중심으로 구축됐던 공급망이란 것이 사실 얼마나 외압에 약했던 것인지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며 망가져 버렸습니다. 적어도 우리 세대가 알고 있었던 것들이 참으로 쉽게 '과거의 것'이 되어가는 것을 목격하면서, 이젠 세계 체제 전체가 부머 세대의 페이드 아웃과 함께 변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그 시대의 완벽한 종말이 오기 전, 그 시대가 가진 세계관은 계속 머물러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은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더 큰 경제력을 갖고 있기에 그 시대의 완전한 종말을 막는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 시대를 살던 이들의 심리적 저항은 우리나라에선 윤의 당선으로 나타났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문제는 그들의 그 역사관이 자기들의 후손들만을 잡아먹을 뿐 아니라 스스로의 무덤도 파고 있다는 것을 그 세대가 모른다는 것이겠지요. 자기들이 평생 가져온 역사관과 사회관을 부정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결국 그게 자기들의 목을 스스로 옥죄는 것이 되는건데.

 

윤석열의 역사관도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게 분명하지요? 미-일에 대한 저자세, 시대착오가 분명해 보이는 대북 정책, 복지를 시혜로 보는 것도 그렇고. 지금 우리 시대가 겪는 퇴행은 결국 윤석열이라는 자가 바라보고 믿고 있는 시대가 우리 사회에 강요되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 변하는 것에 대해 심리적 저항선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시대를 바꾸고자 하는 열망도 그 못지 않게 큽니다. 그 변화를 만들어 내면서도 저항하는 양가적 감정들이 만들어 내는 지금 이 세상의 모습은 더욱 복잡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식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함께 행복을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내야 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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