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은 "기자가 응당 취재해야 할 위치에서 담은 영상을 두고, 특정방송사의 짜집기와 왜곡이라고 덧씌우는 대통령실 관계자들 앞에서 기자들은 참담함을 느꼈다" "자신들의 실책과 치부를 언론탓으로 돌려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의 불쏘시개로 삼아보려는 얕은 계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국익을 해치는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럭비공처럼 튀어나오는 대통령의 거친 언사이지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아니다"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또한 "언론을 문제의 화근으로 좌표찍고 무분별한 탄압과 장악의 역사를 재연한다면, 윤석열 정권의 앞날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이전에도 같은 전철을 밟았던 권력자들의 말로를 기억한다"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비속어 논란 책임전가 규탄 현언언론단체 긴급 공동기자회견’이 2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비속어 논란 책임전가 규탄 현언언론단체 긴급 공동기자회견’이 2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비속어 논란 책임전가 규탄 현언언론단체 긴급 공동기자회견’이 2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다음은 참가자들이 이날 발표한 '현업언론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전문.
대통령답게, 언론답게.
윤석열 대통령실이 미국 방문 과정에서 벌어진 욕설과 비속어 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진실게임과 책임공방으로 몰아가고 있다. 순방을 마치고 대통령실 청사에 모습을 처음 드러낸 윤 대통령의 입에서 정확한 해명과 사과를 기대한 국민들과 언론인들은 귀를 의심했다.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사태의 책임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심지어 "이 일의 진상이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을 향한 정치적 탄압을 획책하고 지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의 발언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어제 대통령의 발언을 접하고 난 많은 이들의 말과 글에서 무수한 속담과 사자성어가 쏟아졌다.
알다시피 말을 뒤집고 논란을 키운 것은 대통령실과 집권여당 국민의힘이다. 대통령은 그에 쐐기를 박았다. 순방에 동행한 영상기자들이 발언 내용조차 확인하지 못한 때에 이뤄진 대통령실의 비보도 요청, 욕설은 미 의회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 그 중 제1야당을 지칭한 것이라는 15시간 만의 해명, 그러다가 미 대통령을 언급한 사실이 없고 심지어는 욕설과 비속어 따위는 애시당초 없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급기야는 대통령의 욕설이 제1야당을 지칭한 것이라는 홍보수석의 해명까지 스스로 뒤집어 발언의 진위를 더욱 미궁 속으로 빠뜨린 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실이다. 진상은 언론이 아니라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확실히' 밝혀야 할 상황이다.
앞서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이 밝힌 대로 해당 영상은 짜집기나 왜곡된 것이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문제가 된 '대통령 욕설 및 비속어 발언'은 공동취재단 영상 기자가 우리 대통령이 퇴장하는 모습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담게 된 것이고 소란스러운 현장이라 당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취재한 영상기자들도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대통령실에서 해당 영상을 확인해보자고 했기에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상을 확인한 대통령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비보도를 요청했으나, 영상기자단은 이 발언을 보도할지 말지에 대해 각사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풀단에 속한 방송사들은 판단에 따라 보도한 것이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특정 방송사가 특정 정당과 담합해 영상을 사전에 유출하고 자극적 자막을 내보냈다며, 무리한 공격을 펼치고 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각자의 판단에 따라 동일한 자막을 방송한 여타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제기도 못하면서 특정 방송사만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기자들은 대통령실의 정당한 취재 요청에 따라 순방에 동행했다. 기자가 응당 취재해야 할 위치에서 담은 영상을 두고 "이 영상의 진위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말하고 풀 취재단이 찍은 영상이라고 재차 확인해주었음에도 특정방송사의 "짜집기와 왜곡"이라고 덧씌우는 대통령실 관계자들 앞에서 기자들은 참담함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그 후 취재 과정을 문제 삼는 악의적 발언과 주장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통해 확산됐다. 대통령이 '진상 조사'를 주문하니 국민의힘은 공영방송사 항의 방문과 국감 이슈화 등 총공세를 예고했다. 가짜뉴스, 좌파언론 운운하며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을 반대진영의 계획된 공격이라는 진영논리와 음모론으로 덧칠해 보려는 뻔하고 낡은 초식의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다. 자신들의 실책과 치부를 언론탓으로 돌려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의 불쏘시개로 삼아보려는 얕은 계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국익을 해치는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럭비공처럼 튀어나오는 대통령의 거친 언사이지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아니다. 21세기 한복판에 권력의 의도대로 언론보도를 통제하는 게 국익이라고 착각하는 윤석열 정권의 시대착오적 언론관은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언론단체 "국익훼손한 건 대통령 언사, 언론 아냐"ⓒ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들으라.
사실 앞에 겸손할 줄 알고 잘못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권력 감시자와 비판자의 눈길을 의식해 늘 언행과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무엇이 국익을 위한 일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언론이 국익을 위하는 길은 저널리즘의 사명과 다르지 않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비판, 성역없는 보도만이 '잘못'을 고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현업언론인들은 언론다운 길을 갈 터이니 대통령도 대통령다운 면모를 보이기 바란다. 계속해서 언론 탓하며 재갈을 물리려 든다면 우리도 더 이상 참아낼 재간이 없다. 물가와 환율, 금리폭등 속에 도탄에 빠진 민생을 뒷전에 내팽개친 채 한가한 말장난으로 잘못을 덮으려는 권력의 처신은 더 큰 화를 자초할 뿐이다. 사태를 수습하는 유일한 방책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일이다. 그것이 권력의 추락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주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이를 외면한 채 '언론'을 문제의 화근으로 좌표 찍고 무분별한 탄압과 장악의 역사를 재연한다면 윤석열 정권의 앞길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이전에도 같은 전철을 밟았던 권력자들의 말로를 기억한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 4개월 만에 같은 길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