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미국과 유럽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짙어지며 글로벌 금융 시장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실업률을 높이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고 한 공개 약속이 이달 0.5%포인트 대신 0.75%포인트 금리인상의 길로 가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연준 관리들은 오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2주 앞두고 3연속 0.75%포인트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예상을 뒤엎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며 "몇몇 관리들은 연준의 금리를 연말까지 4%에 가깝게 현재 수준보다 약 1.5%포인트 더 높이기를 희망하고 있고, 올해 남은 FOMC에서 이를 달성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3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베팅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9월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74%로 반영됐다.
파월 의장은 앞서 지난달 26일 잭슨홀 연설에서 실업률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높은 수준의 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그 일(인플레이션 억제)이 끝났다고 확신할 때까지 그것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팀 듀이 SGH 매크로 어드바이저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파월 의장의 발언과 어조는 분명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선호하는 이들 중의 한 명이었다"며 "연준이 이미 큰 틀에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 Fed 2인자인 라엘 브레이너드 부의장도 3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컨퍼런스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 수준)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당분간 경제를 둔화시키는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매파적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다만 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을 때의 위험과, 충분히 인상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할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하지만) 과도한 긴축에 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발언은 뉴욕 증시의 부활 방아쇠를 당기기도 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 발언이 나온 직후 미 뉴욕 증시는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40% 올랐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83%, 2.14% 급등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발언 직후 공개된 연준의 경기평가보고서 베이지북에는 "향후 경제 성장 전망이 여전히 전반적으로 약하다"라는 평가가 담겼다. 물가의 경우 여전히 높은 수준지만 상승률이 어느 정도는 완화했다면서 물가 압박이 최소한 연말까지는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라고 부연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오는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0.75%포인트 인상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ECB는 지난 7월에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인상폭을 통상 수준의 2배인 0.5% 포인트로 결정했다. 하지만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자이언트스텝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ECB가 오는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확률을 75%로 제시했다. 만일 ECB가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유로화가 탄생한 1999년 이후 두 번째 금리인상이 된다. ECB는 유로화 탄생 직후 기술적인 조정 차원에서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한 차례 단행한 바 있다.
지난 8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에너지 외 식료품 물가도 오름세가 지속되며 전년 대비 9.1% 상승했다. 기존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7월 상승률(8.9%)을 재차 뛰어넘은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로존 국가의 절반가량인 9개국이 8월에 두 자릿수 대 물가상승률을 보였다.
또 러시아의 유럽 천연가스 공급 중단 결정으로 에너지 수급 불안과 함께 경기 침체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외신들은 유럽이 에너지 변동성과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구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 방어를 위해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관측했다.
모건스탠리의 옌스 아이젠슈미트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번 회의의 주요 결정은 인상폭이 ‘0.50%포인트가 될 것이냐 0.75%포인트가 될 것이냐’이다"라고 말했다. "어느 쪽이든 명확한 논거가 있지만 빅스텝 보다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지지하는 쪽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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