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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날린 亞 워런 버핏의 굴욕…'손정의 제국' 부활할 수 있을까

◆투자노트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8. 1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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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날린 亞 워런 버핏의 굴욕…'손정의 제국' 부활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22.08.14 06:00

 

[스토리후] '아시아의 빌게이츠+워런버핏'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와 이슈 속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뉴스와 이슈를 짚어봅니다.
 

 

'우거지상'. 1600년대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에도 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전투에서 참패한 뒤 자기 모습을 기억하며 반성하기 위해 화가에게 그리게 한 초상화다. 8일 일본 도쿄 소프트뱅크 본사. 이 회사 실적 발표에 앞서 화면에 '우거지상'이 등장했다. 발표자로 나선 손정의 회장은 '우거지상'을 바라보며 "나도 소프트뱅크 창업 이래 이렇게 큰 적자를 낸 것을 기억해 두고 싶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2분기(4~6월) 3조1600억엔(약 30조 9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1981년 창사 이래 분기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비전펀드가 주로 투자한 기술주의 주가급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다. 손 회장은 이날 "지난 분기 2조엔의 적자이기 때문에 올 상반기 총 5조엔 적자"라며 "(작년에) 큰 이익을 냈을 때 스스로 제일 잘난 줄 알았던 게 지금 와서는 굉장히 부끄럽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가 적자를 낼 때마다 '손정의 제국'에 '위기' '몰락' '흔들' 등의 수식어가 붙었지만, 손 회장은 매번 보란듯이 이를 극복했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자번역기 개발해 사업 밑천→일본 벤처 선구자로
손 회장은 1957년 일본 사가현 토스시에서 태어난 한국계 일본인이다. 대구에서 농사를 짓던 할아버지가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가 규슈 지역에 정착한 결과다. 재일교포 3세인 손 회장은 1989년까지 한국 국적이었지만 1990년부터 일본 국적으로 변경했다. 때문에 국내에도 일본명 손 마사요시로 잘 알려졌다.

그는 10대일 때 사업가였던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하자 가족을 지탱하기 위해 아버지처럼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쿠루메대 부설고교를 2년 만에 그만두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UC 버클리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UC 버클리에 다니던 그는 경제적 독립을 위해 마이크로칩을 활용한 번역기를 만들었다. 1980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유니슨 월드'라는 벤처기업도 설립했다. 그는 직접 개발한 전자번역기를 일본 기업 샤프(SHARP)에 팔아 사업 밑천을 마련했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유니슨 월드는 친구이자 동업자였던 홍 루에게 넘겼다.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1981년 9월 직원 2명과 함께 소프트뱅크를 창업했다. 초기 사업 아이템은 소프트웨어 유통, 컴퓨터 서적 출판 등이었다. 얼마 뒤 컴퓨터 관련 제품 전시회에 출품한 소프트웨어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일본 벤처 기업 선구자 중 한 명으로 주목받게 된다.

5년 시한부 선고, 회사는 엉망…동양의 빌 게이츠로 '전화위복'
1983년 봄, 올라가는 일만 남아있던 소프트뱅크는 큰 위기를 맞았다. 손 회장이 만성간염 판정을 받아 5년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다. 하지만 손 회장은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극적으로 건강을 되찾아 1986년 5월 회사로 복귀했다.

손 회장이 자리를 비운 3년 사이 소프트뱅크는 망하기 직전까지 추락했다. 회사는 고객과 거래처 등에 신뢰를 잃었고, 은행 빚 10억엔도 있었다. 직원 20명이 동시에 사표를 내고 떠나 회사를 따로 차리는 배신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 회장은 회사를 정상화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일본 게임계의 아이콘이었던 허드슨 소프트의 독점유통권을 따내 회사를 성장시켰다. 또 통신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회사의 빚을 갚고도 남을 수익을 냈다. 전화위복에 성공한 그는 1990년대 이후 아시아의 빌 게이츠라고 불리며 일본 PC 산업계를 이끌었다.

IT 버블 붕괴에 두 번째 위기…공격적·미래지향적 투자로 '부활'
1990년대에 들어서 손 회장은 기존 사업에서 나아가 더 공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M&A(인수합병)를 진행해 큰 성공을 이뤘다. 당시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컴덱스와 2위 규모의 IT 전시회인 인터롭, 세계 최대 IT 미디어 그룹인 지프데이비스까지 인수했다.

이로써 소프트뱅크는 세계 최대 IT 전시, 출판 그룹을 소유한 기업이 됐다. 하지만 손 회장의 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였다.

당시 직원 15명 규모의 벤처기업이었던 야후에 1억5000만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직원 20명 규모였던 알리바바에도 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그가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의 프레젠테이션을 듣다가 6분 만에 투자 결정을 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가 알리바바에 투자한 200억은 현재 약 150조원의 지분가치가 됐다.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를 하는 그에게 '아시아의 워런 버핏'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1990년대 후반 IT 버블을 맞은 손 회장은 자산이 100억 달러를 훌쩍 넘으며 일본 최고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로 자산이 20억달러 이하로 줄었다. 승승장구하던 손 회장이 맞은 두 번째 위기였다. 손 회장은 IT 버블 붕괴 당시를 "도산하기 직전, 벼랑 끝에서 떨어질 것 같은 상황에서 손가락 2개로 지탱하고 있었던 느낌"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그의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언론의 혹평에도 굴하지 않고 과감한 투자와 사업 센스로 다시 기업을 일으켜 세웠다. 당시 그는 주주들을 회사로 불러 직접 설득했다. 한 거물 투자자가 그의 설명을 듣고 "내 돈을 되찾을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당신을 믿을 수는 있겠다"며 돌아간 일화도 있다.

창립 30주년을 넘긴 2010년대 '손정의 제국'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4년 알리바바가 뉴욕증권거래소에 데뷔하면서 손 회장의 자산은 17조원을 넘었다. 일본 최고 부자의 자리도 다시 꿰찼다. 2017년에는 우버 등 각국 차량공유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창립 이래 최악 실적, 다시 위기…반전 노린다
하지만 2017년부터 손정의 제국의 실적은 다시 성공과 실패 사이를 널뛰기하듯 오갔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비전펀드의 성적에 따라 그룹 실적이 출렁이는 상황이다.

2020년 1분기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하며 일본 기업 최악의 분기 적자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2021년 비전펀드가 투자한 쿠팡이 상장과 동시에 '잭폿'을 터뜨렸고, 손 회장은 다시 일본 최고 부자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현지 언론의 평가대로 '투자 귀재의 귀환'이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손정의 제국은 다시 위기를 맞았다. 비전펀드는 업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고위 임원들도 회사를 떠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소프트뱅크가 한때 최대주주였던 우버의 지분 전량, 미국 핀테크 기업인 소파이의 지분 일부 등을 처분했다고 보도했다. 쿠팡의 주가 하락도 부담이다.

손 회장은 와신상담 모드에 들어갔다. "큰 수익을 내고 있을 때 정신이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많이 부끄럽고 반성하고 있다" 그의 반성문이다.

'손정의 제국'은 이번에도 보란듯이 부활할 수 있을까. 손 회장은 투자에 보다 신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원 감축 가능성도 내비쳤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내년 증시 상장 흥행을 목표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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