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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푹! 동해안에서 일어난 무서운 변화

자연환경·국방. 통일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7. 2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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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푹! 동해안에서 일어난 무서운 변화

[최수경의 파리로 가는 길] 심각한 해안 침식

 

동해안은 전국 어디서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고 싶은 여름 휴가지다. 물이 맑고 모래가 풍부하며 조수간만의 차가 없어 항시 바닷물에 들어갈 수 있다. 서해안에는 갯벌이 있지만 간조 시에는 광활한 뻘밭을 걸어 나가야 해수욕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동해와 서해는 각기 다른 특성을 관광자원으로 하고 있어 선택의 묘미가 있다.
    

 동해안 해수욕장 코로나로 움츠렸던 해수욕장이 기지개를 켜고 활기찬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 최수경

 
이십 년 전 아이들이 어렸을 때 고성군 삼포해수욕장에 간 적이 있다. 당시 아이들은 해변의 풍성한 모래톱에서 모래장난을 하고 놀았고 바닷물에서 나올 줄 몰랐다. 사구 전면부의 경사가 완만하여 아이들도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다. 
  

 강원도 고성군 삼포해수욕장 17년 전 삼포해수욕장에서 하얀 포말과 함께 즐겁게 노는 아이들 ⓒ 최수경

 
얼마 전 삼포해수욕장에서 북으로 1km 거리의 송지호해수욕장에 갔을 때 일이다. 나는 바닷물에 들어가 보고 겁이 났다. 모래톱에서 열 발짝만 들어가면 움푹 파여 몇 계단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었고, 체중이 실려 몸이 더 깊게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설상가상 밀려오는 파도에 몸의 중심을 잃어 대책 없이 넘어졌다.

결국 나는 바다에서 노는 것을 포기했다. 그냥 모래톱에 앉아 밀려오는 흙탕물 파도만 마주해야 했다. 말로만 듣던 동해의 해안 침식과 모래 유실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강원도 고성군 송지호해수욕장 날씨는 쾌청했으나 이 날은 높은 파랑과 검은 포말에 해수욕 하기 부담스러웠다. ⓒ 최수경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이 가속하는 가운데 해안 침식과 배후 지역의 침수, 해안선 후퇴가 환경 문제가 되었다. 특히 해안 침식의 경우 골재를 채취하거나 내륙에서 해안으로 흘러드는 하천에 댐을 쌓아 하구 백사장으로 토사 공급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항만과 어항 등 대규모 해안 구조물이 건설되면서 파랑과 연안류의 작용으로 움직이는 모래가 제대로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
 

 흑산도 정약전길의 사리마을 방파제 방파제는 파도의 힘을 약하게 해 해수면을 안정화해서 해안을 구조적으로 보호하는 장점이 있지만,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오히려 침식 구역을 이동시키는 단점도 있다. ⓒ 최수경

   
또 해안도로가 건설되어 백사장 폭이 줄어들면서 백사장에 2차 침식이 일어나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갈수록 해안 침식이 심각해진다. 
 

 대천해수욕장 앞 해안도로 해안도로 때문에 백사장 폭이 줄면서 해안 침식이 심해지고 있다. ⓒ 최수경

       
40년 전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서해 방포해수욕장으로 수련회를 간 적이 있다. 그때 방포초등학교 교실을 숙소로 하여 해안까지 1km를 맨발로 걸었다. 나뿐 아니라 일행 모두 맨발로 종일 다녔어도 발바닥에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그해 여름 수련회를 다녀온 후 무좀도 씻은 듯이 나았기에 모래밭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다. 곱고 풍성한 모래밭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모른다. 
 

 보령-태안간 해저터널이 생기기 전 천혜의 모래사구를 이루었던 원산도해수욕장 천연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던 원산도해수욕장은 해저터널로 인해 개발과 공원 등 광폭의 변화를 맞고 있다. ⓒ 최수경

 
세월이 흘러 방포 해변은 안면도 꽃박람회장으로 변신했다. 해안은 대규모 주차장과 해안공원, 해안도로와 옹벽 등 구조물로 꽉 들어찼다. 
 

 서해안 방포해수욕장 앞 할머니 할아버지 바위 서해 일몰 경관지로 일품인 이곳에 안면도 꽃박람회장이 조성되면서 해안도로와 주차장 등이 빼곡히 자리했다. ⓒ 최수경

 
해변은 최적의 자연 요소여야 한다. 그러나 조망때문에 해안가가 상업 지역이나 주거 지역으로 개발된다. 이 때문에 해안가에는 점점 더 많은 인공물이 들어선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 자리한 건물 과거 소나무 방풍림 사이 민박집이 몇 개 있던 곳에 대형리조트가 들어섰다. 현재 리조트 앞으로는 해안 침식 방지 및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 최수경

 
  

 17년 전 태안 신두리사구 침식이 이루어지며 육상화가 지속되던 신두리 사구 ⓒ 최수경

   

 현재의 신두리 사구 적극적인 노력으로 사구가 복원됐다. ⓒ 최수경

     
갈수록 심화하는 해안 침식을 막으려고 다양한 기법들이 동원된다. 이안제(해안선과 떨어진 해면 쪽에 해안선과 평행으로 설치하는 것), 잠제(수중 방파제), 방파제 등 단단한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법과 해빈(해안에 모래와 자갈 등이 퇴적되어 형성된 지형)이나 사구(모래언덕)에 모래를 보충하는 방법이다. 사구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자연재해로부터 배후 지역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경관과 교육 자원으로서도 가치가 있다. 

이안제와 방파제 건설은 해안에 작용하는 파도의 힘을 약하게 해 해수면을 안정시킴으로써 해안을 구조적으로 보호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오히려 침식 구역을 이동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해안 침식을 막기 위해 설치된 모래포집기 ⓒ 최수경

   

 사구 침식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 자연 재료로 말뚝을 친 후 모래가 쌓이면 다시 후진 배치하는 방식으로 모래 침식을 막고 있다. ⓒ 최수경

 
양빈(해안 침식을 막기 위하여 침식 해안에 모래를 쌓아 인위적으로 해변을 조성하는 일)과 사구 보강은 침식된 부분만큼 모래를 보충해 일정 기간 지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으나 지속해서 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태안 몽산포 방풍림 모래 사구가 날아와 농경지에 퇴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한 해안 방풍림은 인간이 자연에 맞서는 지혜로운 기술이었다. 그러나 방풍림은 엄밀하게 말하면 해안침식을 일으키기도 한다. ⓒ 최수경

 

 서천 장항송림해수욕장의 해안 침식 해안 침식은 큰 소나무의 뿌리를 드러내며 점차 확대되고 있다. ⓒ 최수경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이 불가피한 가운데 '탄소 중립 2050'처럼 해안 침식에 대한 정책도 나와야 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해안 침식 대책 사업은 연간 수백~수천 억씩 투입되는 연안 정비 사업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구조물 시공비로 투입되어 새로운 침식을 유발하는 데 한몫했다.

해안 침식 문제는 대부분 인공 구조물이 원인인데,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면 퇴적과 침식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표사(바람이나 흐르는 물에 의하여 흘러내리는 모래)의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다. 해안 사구에 대한 섣부른 판단으로 진행한 복구 사업이 되레 사구의 자연성이나 방어력을 훼손한 경우다. 
  

 방파제의 테트라포드 항만과 어항 등에 있는 대규모 해안 구조물들 ⓒ 최수경

 
대형 구조물은 침식 문제를 막는 대항마가 될 수 없다. 파랑을 강하게 막을수록 2차 침식의 부작용도 커진다. 장기간에 걸쳐 동적 안정을 깨뜨리는 개발 때문에 표사의 불균형이 발생해 임계치를 넘어버렸다.

"높은 파랑화 자체는 일시적 요인이며 일시적인 침식을 유발하지만, 개발 등 인위적인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안정화되기 어려워 침식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전문가는 말한다(강윤구, 워크숍 '동해가 묻고 과학이 답하다'에서, 22. 7.14 ). 

최근 동해안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동해안 해수욕장을 따라 서핑을 강습하고 보드를 대여하는 매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서퍼들은 해양이 심각하게 오염되었다는 것을 잘 안다. 많은 시간을 해변에서 보내기에 자연스럽게 해변과 대양의 변화를 자각한다. 모든 감각으로 바다를 느끼고 오염된 해양 환경을 대면하면서 저절로 환경 보호에 앞장설 수 있지 않을까. 
 

 동해상에 내려졌던 풍랑특보가 해제된 8일 양양지역의 한 해변에서 서퍼들이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다. 2022.6.8 ⓒ 연합뉴스

  
바다에 있는 모래는 바다에 둬야 한다. 모래가 퇴적되는 구역을 부지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침식 구역으로 흘러가 모래의 역할을 하도록 둬야 한다. 더 강한 파랑으로 인한 서핑의 즐거움이 어디선가 침식 지역이 깊어지고 있는 무서운 변화와 맞바꾼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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