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아베가 쏘아 올린 세 개의 화살은 이제 어디로 향할 것인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그의 이름을 딴 경제 정책인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는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뒤 디플레이션의 깊은 늪에 빠진 일본 경제를 구하고자 Δ대규모 금융완화와 Δ적극적인 재정 정책 Δ과감한 성장 전략 등 '세 개의 화살'을 축으로 삼은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아베노믹스의 돌격대장 역할을 맡았다. 아베 전 총리의 추천으로 2013년 3월 일본은행 총재 자리에 오른 그는 일본은행이 공급하는 본원통화를 2년 간 무려 2배로 늘리는 양적 완화에 착수했다. 이는 아베노믹스 세 개의 화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금융완화 정책이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를 통해 2%의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고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려 했다. 엔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그간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던 '엔고(高)' 역시 탈피할 계획이었다. 1991년부터 일본 경제의 발목을 지긋지긋하게 붙잡고 있던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고자 아베 전 총리가 짜낸 책략이었다.
10여년이 흐른 현재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구로다 총재가 이끄는 일본은행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엔저(低)'에 힘입어 수출 기업의 경쟁력 개선으로 기업수익이 증가하고 소득수지도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총리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주가는 2배 올랐고 임금 상승과 실업자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기대했던 바와 달리 기업들은 막상 늘어난 이익을 국내에 재투자하기보다는 국외 투자를 늘리는 데 썼다. 일본 기업의 해외 생산이 늘어나면서 2010년 이후부터는 재화 수출 증가보다 소득수지 개선 효과가 두드러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 해외 생산 비율은 2010년 18.1%에서 2019년 23.4%로 5.3%포인트(p) 늘었다.
또한 엔저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지웠다. 특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급망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쳐 수입 물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민간 소비는 더욱 위축됐다.
한국은행 동경사무소는 지난 3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엔화 약세는 수출 확대로 이어져 일본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인식이 장기간 지속됐다"며 "그러나 일본 제조업 현지화 전략 증대, 일본 내 서비스업 비중 확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등 경제 여건 변화로 수입물가 상승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퇴임 이후에도 아베 전 총리는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엔저 시대를 이끌었다. 그랬던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시장은 이제 아베노믹스의 향방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당분간 정부·여당에서 아베노믹스 재검토론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어렵지만 아베노믹스를 요구하는 여당 내 목소리가 약해지고 일본은행이 대규모 완화 정책을 수정할 때 정치적 장애물도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향후 엔저 정책이 변화할 경우 일본과 경쟁 관계에 놓인 우리 수출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일본의 엔저 현상이 해소되면 수출 경합성이 높은 우리나라 자동차, 철강, 화학업종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로선 정책의 지속 여부를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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