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류난영 박은비 기자 = 미국 인플레이션발 긴축 경계감에 국내 단기물 금리가 급등하면서 장·단기 금리가 다시 역전됐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기 전에 나타나는 일종의 전조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어 지속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3.514%로 마감했다. 3년물 금리가 3.5%를 넘어선 것은 2012년 4월 12일(3.50%) 이후 10년 2개월 만이다. 또 2012년 4월 6일(3.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30년물은 3.387%로 마감하면서 단기물인 3년물 금리와 역전됐다.
3년물과 30년물 금리가 역전된 것은 2012년 9월 11일 30년물이 도입된 이후 지난 이번이 역대 세 번째다. 지난 4월 11일에도 3년물이 30년물보다 0.04%포인트 더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역전된 바 있다. 지난 10일에도 3년물이 30년물보다 0.004%포인트 역전했다. 이날 3년물과 30년물 금리 격차는 0.127%포인트로 확대됐다.
국채 5년물은 3.679%로, 10년물은 3.654%로 마감하면서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2008년 7월 22일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역전됐다. 또 5년물과 20년물, 5년물과 30년물도 역전됐다.
이날 장단기 금리 역전은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 컸다. 단기물 금리가 급등한 것은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더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제 침체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장단기 금리 비교의 기준이 되는 3년과 10년물은 아직까지는 역전되지는 않았다. 3-10년물 금리차는 전날 장 마감 기준 0.306%포인트로 아직은 여유가 있다. 2000년 12월 10년물 국채 발행 이후 국채 3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높았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11월, 1월과 2008년 1월, 7월이 유일하다. 2007년 12월에는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 금리보다 0.11%포인트 올라가기도 했다.
2019년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을 당시에도 우리나라는 2019년 8월 28일 10년물과 3년물 금리가 0.064%포인트까지 좁혀진 바 있으나 역전되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장기물 국채금리가 단기물 국채금리 밑으로 내려가는 수익률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난 후 통상적으로 1~2년 안에 경기 침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도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에 단기물이 크게 오르면서 전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 13일(현지시간) 뉴욕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6.33% 상승한 3.375%를 기록했다. 2011년 4월 22일(3.394%) 이후 11년 2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7.94% 상승한 3.394%를 기록했다. 2007년 11월 14일(3.504%) 이후 14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2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0.019%포인트 높아 장단기 금리가 역전 됐다. 지난 4월 1일에 이후 2개월 만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7, 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는 가운데, 장·단기 금리 역전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기물 금리의 상승은 불가피한 반면 장기물 금리는 성장 둔화 우려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단기물 금리는 통화정책 결정에 절대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과 같이 움직인다. 반면 장기물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추세적으로 상승하지 않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중장기 물가 전망이나 성장전망이 반영되기 때문에 단기물과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성장 약화 우려에 따른 장기물 금리 하락으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과거 미국이 1980년, 1982년, 1991년, 2001년, 2009년, 2020년 등 6차례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있은 후 1~2년 이내에 경기 침체가 발생한 바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고 해서 당장 경기 침체를 이야기할 상황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워낙 인플레이션 고점을 알 수 없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이라 금리를 올려야 된다는 기대가 꺾이지 않는 이상 역전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들은 듀레이션(채권 회수 기간)을 늘리려면 어쩔 수 없이 30년물을 사야 하는 상황이라 매수세를 봐도 지금 보험사의 매수세가 확실한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까 역전이 자연스러워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장단기 금리차 축소가 경기침체 전조로 해석하기는 무리이고, 장단기 금리차 자체보다는 이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급등)이 장기화 될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우려에 따른 장기물 금리 하락의 결과라기 보다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전환이 빠르게 단기물 가격에 반영된 결과로 파악된다"며 "장단기 금리 자체보다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한 인플레이션 영향 장기화 등을 위험 요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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