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급변침'…러시아를 '적'으로 돌리면 한반도는?
[기고] 나토정상회의에 꼭 가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6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관계자와 외교부 관계자들이 마드리드를 방문, 사전 답사 중이며,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참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앞서 나토는 아시아 태평양지역 파트너로 한국, 일본, 호주 및 뉴질랜드를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할지 의구심이 든다. 나토가 한국을 초청한 것은 다분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한국의 적극적인 기여를 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살상 무기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일반적인 군수물자만 제공하였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가 무섭게 그러한 입장을 뒤엎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주에 현재 우크라이나에 서방의 무기 공급 물류 기지 역할을 맡고 있는 폴란드의 국방장관이 다녀갔고 6일에는 우크라이나 외교차관이 방한했다. 이미 5월 말에 국방부는 155mm 포탄, 기관총, 전차, 장갑차 등 살상 무기를 우회 지원키로 하였음을 밝혔다. 이러한 정책의 급격한 변화는 미국 주도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국방 당국자 회의(5.23.)에 우리 국방부장관이 참석한 이후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현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서 '러시아가 한국의 적이라도 되나?', '우크라이나에 대해 한국이 크게 빚진 것이라도 있나?' 등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러시아가 미국에는 적일지라도 우리에게도 적인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작금의 행동을 보면 우리 스스로 러시아의 적이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의 우회적 지원 방침에 대해 러시아 측이 어떤 공식적 반응을 보였는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현 정부에서 묘수라고 찾아낸 우회 지원 방침은 꼼수일 뿐이다. 전쟁 중인 두 나라 사이에서 직접이든 우회이든 무기를 일방에 지원하면 다른 일방과는 적대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 국제관계의 이치이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국제사회에서의 그러한 기본 이치도 모른다면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살상무기 지원에 더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한국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셈이 된다. 정상회의에 참석하면 한국에 대한 나토의 지원 요청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 뻔하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위협을 느낄, 그런 지리적 위치에 있지 않다. 유럽국가들은 물론 일본과도 사정이 다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새 정부가 취하는 행동과 태도는 러시아와 북한을 더욱 밀착하게 하는 효과를 낳아 우리의 안보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한국이 러시아를 적대시한다면 러시아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이바지할 필요성을 느낄까?
한미동맹은 북한의 위협을 상정한 것이다. 미국은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부추겨 러시아에 대해 대리전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유럽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일 뿐이다. 한미동맹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동맹의 지리적 범위를 태평양지역으로 한정하고 있다. 역사상 국가 간에 전방위적이고 항구적인 동맹은 존재한 적이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동맹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으나 그렇다고 한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개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는 없다.
동맹인 미국이 한국의 협조를 요청하는 데 대해 거절할 수 없다면 우리의 사정과 형편에 맞게 성의 표시를 하는 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전후하여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무슨 뜻인지 이해는 되나 그러한 표현이 말이 되고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동맹이란 공동의 적을 상정하고 군사적인 성격을 갖는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표현은 문제가 있다. 굳이 그러한 생각을 나타내고 싶다면 '글로벌 포괄적 전략파트너'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나토는 G7과 다르다. G7에 초청받아 참석하는 것은 우리의 국격을 높여줄 수 있으나 나토정상회의는 그런 것도 아니다. 나토정상회의에서 한국은 부담스러운 청구서만을 받고 돌아오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아마도 한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책임을 맡고 기여를 해야 한다고 합리화할 것이다.
국내언론이 영미 매체들의 편향적인 보도를 생각 없이 받아쓰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또 한국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피해의식이 있어 한국 사회는 현재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감정이입에 가까울 정도의 동정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긴 안목으로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가 각각 우리에게 무엇인가?', '어느 나라와의 관계가 국익 관점에서 더 중요한가?' 등 근본적인 질문을 해 봐야 한다. 막연히 한미동맹의 강화라는 차원에서 끌려가듯이 행동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국내언론 대부분에서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다. 나토정상회의 참석 계기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만 주목하고 있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도 정부도 러시아의 존재를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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