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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의사결정학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5. 3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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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론연구소  김동렬  2022. 05. 30

 

아마와 프로의 차이는 크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방향이 다르다. 방향이 맞으면 영화를 대충 만들어도 상을 주고, 방향이 틀리면 열심히 만들어도 상을 안 준다. 스필버그가 데뷔 후 20년 동안 상복이 없었던 이유다.  

    지하철 시는 시가 아니고, 뽕짝은 음악이 아니고, 이발소그림은 그림이 아니고, 신파는 영화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다. 방향이 틀렸다는 말이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하나도 아니고 여럿을 연결시켜 흐름을 보여주면 알아들을 만한데 말이다.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가? 패턴이 보이지 않는가? 구조가 보이지 않는가? 사람들이 명품은 귀신같이 알아보면서 왜 추상화는 못 알아보지? 명품 디자인과 추상화의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가? 현대차 디자인 솔직히 구리잖아. 말이 필요한가? 미인은 아기도 알아본다.

    심지어 동물도 미인을 알아본다. 미인의 얼굴은 대칭된다. 좋은 시도 내부에 대칭이 있다. 질서가 있다. 에너지의 방향이 확산이냐 수렴이냐다. 못생긴 사람의 얼굴을 지방자치제라고 하는 이유다. 흩어져 있다. 흩어지면? 거기에 무언가를 새로 추가할 수가 없다. 

    가지를 칠 수 없다. 달팽이가 성장하려면 좌우대칭이 되어야 한다. 균형이 있어야 거기에 무엇을 추가해도 부서지지 않는다. 식물이라면 생장점이 필요하고 건물이라면 출입구가 있어야 한다. 친구라면 전화번호를 알아야 하고 음식을 팔려면 메뉴판이 필요하다.
 
    외부와의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그게 없잖아. 뭔가 허전하잖아.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잖아. 그것을 못 느끼는가? 움직이는 것은 균형이 있고 균형은 원래 위태로운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예술적 감흥을 일으킨다. 균형이 사람을 긴장시킨다. 

    생각한다는 것은 외부의 우연을 내부의 필연으로 만드는 것이다. 아이디어란 손잡이가 밖으로 돌출된 것을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내부에 밸런스와 코어가 있어야 거기에 교대로 살을 붙여가며 파이를 키울 수 있다. 뽕짝은 인간의 감정을 격동시키려고 한다. 

    코어가 음악 밖에 있다. 외부의 사람을 건드린다. 곡 안의 고저장단에서 밸런스와 코어가 작동해야 한다. 가사를 지워버려도 느낌이 와야 한다. 추리소설이라고 치자. 서스펜스와 스릴러와 서프라이즈를 내부에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다. 핵심은 극적 긴장의 유지다. 

    긴장이 좀 빠졌다 싶으면 맥거핀을 투입하고 호러를 추가한다. 액션과 멜로는 시간때우기에 적당하다. 공간에 무대를 설치하듯이 시간에 서스펜스를 배치한다. 이들 자원들이 내부에서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관객은 손에 땀을 쥐고 긴장하였다가 반전에 자빠진다. 

    지하철 시는 코어가 없다. 제목을 감추고 넌센스 퀴즈를 낸다. 소재주의에 빠져 있다. 대개 작가의 자기소개다. 그 소재와 그 작가는 외부의 요소다. 시 안에 질서가 없다. 밸런스가 없다. 코어가 없다. 긴장감이 없다. 산이 높다고 하면 물이 깊다로 댓구해줘야 한다.

    그런 내부질서가 없다. 정형시의 형식적 대칭도 없고, 자유시의 의미에서의 대칭도 없다. 압운과 평측은 당연히 없고, 리듬감과 속도감도 없고, 메타포가 주는 여운도 없다. 읽을수록 불쾌한 이유다. 이발소그림도 마찬가지로 그림 안에 질서가 없다. 사계절이 있다. 

    잘 보면 봄이면서 여름이고, 가을이며 겨울이고, 낮이면서 밤이다. 그림 안에 질서가 없고 대신 그림 밖의 사람을 자극한다. 야한 그림이라 치자. 내부의 질서로 긴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림 외부의 사람을 건드린다. 고함을 지르듯이 직접 사람을 자극하는 것이다. 

    춘화는 예술적 가치가 없다. 이발소 그림은 따뜻한 행복감을 주지만 그게 변형된 춘화다. 발전가능성이 없다. 이미 최대한 자극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더 나아갈 수 없다. 외부의 우연을 내부의 필연으로 만드는 것이 진보다. 감각은 외부의 것을 내부로 들여온다.

    소리와 빛깔과 냄새와 미각과 촉각은 외부에서 인체 내부로 침투한다. 뇌 안에 같은 것이 대칭된다. 머리 속에서 그림과 소리와 냄새와 미각과 촉각을 떠올린다. 수레는 끄는 소는 수레 밖에 있다. 자동차는 엔진이 내부에 있다.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꾼 것이다.

    우주 안의 모든 진보는 밖의 것을 복제하여 안으로 들여온다. 스마트폰 안으로 많은 것이 들어간다. 최대한 집어넣으려면 대칭을 만들어야 한다. 비대칭이면 반드시 자투리가 남는다. 빈 공간이 생긴다. 비효율적이다. 스마트폰 속에는 이미 많은 것이 들어와 있다. 

    플래시도 있고, 시계도 있고, 나침반도 있고, 스피커도 있고, 라디오도 있다. 붓은 먹이 밖에 있다. 볼펜은 잉크가 내부에 있다. 편지는 외부 우편함에 저장된다. 컴퓨터는 내부 이메일에 저장된다. 민주당은 외부에서 인재를 데려온다. 박지현, 손혜원, 표창원들이다. 

    내부에서 인재를 키워야 한다. 윤석열은 국힘당 외부인물이다. 트럼프는 공화당 외부인물이다. 보수는 언제나 외부에서 자원을 조달하는 아날로그다. 진보는 내부에서 조달하는 디지털이라야 한다. 이런 것은 감각적으로 안다. 1초 안에 알아야 아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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