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당장 불똥이 튄 쪽은 '영끌' 대출로 주택을 매입한 2030세대 '영끌족'이다. 은행으로부터 20년 만기 연 4% 변동형 금리로 3억 원을 대출받았다면, 월 상환액은 182만 원이다. 금리가 1%p 오르면 월 상환액은 16만 원 늘어난 198만 원이 된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가계대출의 80% 이상이 변동금리 상품이다. 주담대 대출자의 40% 이상은 신용대출을 동시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시중은행 창구에는 고정금리 대출 전환을 고려하는 차주(借主)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유동성 증가와 금리인하 기조는 주택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 점차 금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택 가격은 어떻게 될까. 일각에선 금리인하가 주택 수요 감소와 가격 상승세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금리가 올랐다고 당장 집을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주택 수요가 급격히 줄고 집값 상승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주택 수요와 함께 가격 상승 기대감도 함께 낮아지면 부동산을 무리하게 보유할 이유가 없어 매물이 쌓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점이 조금 미뤄졌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영끌족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주택 가격이 상승하던 국면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족은 눈덩이처럼 커진 빚에 자칫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며 "향후 부동산시장은 상당히 불안해질 것이므로 정부가 생애 첫 주택을 매입한 이들을 중심으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 전문가는 "일부 2030세대 영끌족이 하우스푸어가 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050세대가 주축이던 하우스푸어 현상보다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이 소비를 크게 줄이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실물경제로까지 파급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그렇다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적기는 언제일까. 이광수 연구위원은 "가장 좋은 내 집 마련 시점은 집값이 빠지면서 동시에 거래량이 회복될 때"라며 "현재는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거래량만 줄어들고 있는데, 조만간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이어서 집값과 수요 모두 낮아지는 시점이 올 테니 그 후를 주목하라"고 말했다. 금리인상과 부동산 매물 잠김 현상이 한풀 꺾인 때를 노리라는 것. 반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김학렬 소장은 "급매물이 나오면 곧바로 잡아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최근 일부 아파트 보유자가 6월 1일(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을 앞두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혜택을 노려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 2019년 초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평소 시세보다 3억 원가량 낮은 급매물이 나왔지만 많은 이가 가격 하락 걱정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때 매수한 이들은 상당한 차익을 봤다. 실수요자라면 금리인상보다 좋은 매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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