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라퍼의 한숨
(WWW.SURPRISE.OR.KR / 권종상 / 2022-04-29)
그럭저럭, 4월도 다 지났습니다. 내 생애 마지막 4월이. 물론 다음 해에도 4월은 다시 도래할 것이고, 그때 4월을 다시 만난다면 그게 제 인생 마지막 4월이 되겠지요. 매일 매일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을 사는 기분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정치는 참 사람을 환장하게 만듭니다. 나와 관계 없는 것 같지만 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 심지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나라도 아닌데, 우리나라를 보며 계속 한숨을 짓는 건, 저로서는 우리나라가 잘 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네요.
어디 미국이라고 다르겠습니까. 요즘엔 늘 한숨 쉴 일만 생깁니다. 대중교통 시스템이란 게 우리나라에 대면 턱없이 형편없는 이곳에서 자동차는 필수품이나 다름없고, 그렇다보니 주유소 가서 기름 넣을 때마다 한숨이 푹푹 나오고, 출퇴근 할 때 길로 내몰려 길가에 텐트를 치고 살아가거나 삶이 주는 고통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을 봐도 가슴이 저립니다.
프리웨이 나갈 때 ‘집 없는 참전용사, 무엇이든지 다 도움이 되니 도와달라. 하느님의 가호가 있기를’ 이라는 문구를 적어 놓고 구걸하는 윌이라는 사람을 볼 때마다 5달러짜리 하나씩을 꺼내어 주며 서로 통성명한지 꽤 됐습니다. 저런 사람들을 다 도와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면 그러려고 합니다. 그게 제 안에 있는 죄책감을 조금 덜 수 있을 것 같아서.
늘 신자유주의에 대해 비난하고 있지만, 어쩌면 저도 그 신자유주의의 수혜자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죄책감 같은 것이 꽤 오랫동안 제 안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 건, 집값이 미쳐 돌아가면서 저도 우리집 가격이 얼마나 올랐나를 알아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나서였습니다. 집을 구입했을 때보다 세 배는 더 올라갔더군요. 미쳤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집값이 올라간 걸 보며 그게 그렇지 하며 수긍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잠깐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우리가 다 그렇겠지요. 변화를 원하면서도 정작 내 것이라고 하는 걸 빼앗기는 기분이 들면 바로 태세전환 할 수 있는 그런 속물적 근성 같은 것이 내 안에서도 스멀스멀 기생하고 있는 걸 알았을 때... 아예 가진 게 없는 이들은 분노해서 2번을 찍었겠지만, 가진 게 있었던, 한때 학생운동이니 뭐니 하면서 돌과 화염병을 들었던 사람들도 이런 마음에서 2번에 붓두껍을 갖다 댄 이들도 있었겠지요.
그래도, 변화는 결국 우리가 ‘함께 깨달았을 때’ 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윤석열의 건투를 앙망합니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짓을 보고 있으면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무언지, 그리고 저런 자들이 권력을 잡으면 어떤 짓을 하는지, 그리고 그의 옆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가 다 보입니다. 이젠 함께 깨달을 때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투표했던 이들이 다시 ‘올바른 시선’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윤석열을 보면서 눈뜨는 분들이 많으시겠지요. 물론 그에게 던졌던 ‘표값’은 치르시겠지만.
당장 내가 사는 곳도 문제인데, 제 오지랖도 참.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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