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사들이 올해 1분기 수주에서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이 같은 소식에도 주요 조선사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흠슬라’(HMM(011200)+테슬라)로 불리는 HMM 등 해운기업의 주가도 꾸준한 하락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규모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코로나 확산 저지를 위해 중국이 상하이항을 봉쇄한 것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조선·해운업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조선소 선박 / 대우조선해양 제공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조선 3사’인한국조선해양(009540),대우조선해양(042660),삼성중공업(010140)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한국조선해양(009540)은 전 거래일보다 1400원(1.61%) 떨어진 8만5800원,대우조선해양(042660)은 550원(2.20%) 떨어진 2만4500원,삼성중공업(010140)은 90원(1.59%) 떨어진 55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 날 낙폭은 더 커졌다. 7일한국조선해양(009540)은 전 거래일보다 3500원(4.08%) 떨어진 8만2300원,대우조선해양(042660)은 750원(3.06%) 떨어진 2만3750원,삼성중공업(010140)은 160원(2.87%) 떨어진 5410원에 거래가 끝났다. 8일 조선주들의 주가가 소폭 오르기는 했으나, 이미 지속된 하락세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엔 미미한 수치였다.
조선주의 주가 하락세는 올해 1분기 수주 실적이 세계 1위를 기록한 상황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51%를 점유해 1위에 올랐다. 선박은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환산한 수치인 CGT(Compensated Gross Tonnage·표준선환산톤수)라는 단위를 쓰는데, 한국은 지난달 총 323만CGT(88척) 중 164만CGT(35척)를 수주해 세계 1위를 달성했다. 2위는 136만CGT(46척)를 수주해 42% 점유율을 기록한 중국이었다. 3위 일본은 12만CGT(3척)를 수주해 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 조선업의 1분기 수주 실적 역시 전 세계 선박 발주량 920만CGT(259척)의 49.7%인 457만CGT(97척)를 기록하며 1위를 달성했다. 2015년 이후 7년 만에 1분기 수주 집계에서 중국을 앞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호실적 발표도 ‘빅 스텝’(금리 0.5%p 인상)을 시사한 미 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의사록의 파급력을 이겨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물동량이 위축돼 컨테이너선 등 수송선의 수요가 줄어 조선업계에 악재로 작용한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의 올해 1분기 수주 실적이 좋게 나온 것은 맞다”면서도 “조선업은 보통 재작년 수주가 올해 매출에 반영되는데, 재작년의 수주 흐름이 좋지 않아서 올 1분기의 영업 실적은 좋지 않았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들어 급상승한 원자재 가격 역시 조선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운주 역시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달 31일부터 6거래일 연속 주가 하락을 경험했던 해운업 시가총액 1위 기업HMM(011200)은 지난 7일 전일 대비 1850원(6.69%) 하락한 2만5800원에 마감했다. 같은 날팬오션(028670),대한해운(005880)역시 각각 270원(4.09%), 65원(2.41%) 하락한 6330원, 2630원에 거래를 마쳤다. 8일에는HMM(011200)과팬오션(028670)이 전일보다 각각 0.58%, 1.11% 상승했지만, 이미 많이 내려간 주가를 다 회복하지는 못했다.
그래픽=이은현
해운주의 연이은 약세는 장기화하는 상하이항 봉쇄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달 31일 4144명이었지만, 이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지난 7일에는 2만명대를 돌파한 2만1222명을 기록했다.
중국은 지난달 28일부터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을 전면봉쇄(락다운)하여 코로나 확산을 최소화하고 있다. 당초 락다운 조치는 이달 5일까지 예정됐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자, 중국 정부는 락다운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구인 상하이항의 물류는 또 한 번 발이 묶이게 됐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락다운 조치로 인해 중국의 수입이 줄어들고, 중국 내 공장들이 원활하게 가동되지 못하면서 공급도 줄어 세계적으로 물동량이 내려가는 상태”라며, “락다운 조치가 빠르게 해소된다면 해운주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봉쇄가 계속 길어진다면 해운주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해용 기자 jhy@chosunbiz.com, 정재훤 기자 h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