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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치 반도체의 귀환에 SK·DB 실적도 껑충 [MK위클리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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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3. 2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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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치 반도체의 귀환에 SK·DB 실적도 껑충 [MK위클리반도체]

오찬종 입력 2022. 03. 26. 11:03 
 
[MK위클리반도체] 중고 신인인 구세대 8인치(200㎜)의 돌풍 덕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이 실적 대박을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으로 몸값이 뛴 덕분입니다. 따라서 8인치 반도체를 대량생산하는 SK하이닉스와 DB하이텍의 수익이 껑충 오르면서 전성기를 맞게 됐습니다.

반도체 웨이퍼는 6인치(150㎜)에서 8인치, 12인치(300㎜)로 진화해왔습니다. 웨이퍼가 클수록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어 12인치 웨이퍼가 등장한 후 8인치 제품은 입지가 줄어들었죠.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전자기기 수요가 급증하고 반도체 공급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8인치 웨이퍼 수요가 다시 크게 늘었습니다.

단순 공급망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성능을 요구하는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것도 8인치 파운드리 수요가 확대된 이유입니다. 특히 8인치 웨이퍼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유리합니다. 차량용 반도체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이나 정보기술(IT) 기기에 쓰이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이미지 센서 등에 주로 사용됩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이번주 발표된 반도체 기업 사업보고서에서 8인치 대량 생산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4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2021년 매출액과 당기순손익이 각각 6999억원, 197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매출 7030억원, 당기순손익 933억원) 대비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당기순손익은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매출이 줄어든 이유는 사업장 이전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2020년 1분기 중국 우시 공장을 준공했고. 충북 청주 M8 공장의 200㎜ 설비를 중국으로 옮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산라인 일부가 가동되지 않으면서 매출이 떨어진 거죠

 

이사로 인해 매출은 조금 떨어졌지만 당기순익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였습니다. 매출이 줄어들었는데 순익은 2배가 뛰는 기현상이 벌어졌죠. 주로 8인치 웨이퍼로 제작되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은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대폭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특정 제품의 경우 8배까지 비싸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올해 SK하이닉스는 8인치 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인수 절차도 진행 중입니다. 이 회사는 매그나칩반도체에서 분할됐습니다. 과거에는 하이닉스반도체 소속 사업부였으니 결과적으로 17년 만에 SK하이닉스 품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현재 키파운드리 생산능력(CAPA·캐파)은 월 9만장 내외입니다. SK하이닉스는 월 20만장을 상회하는 8인치 캐파를 갖추게 됩니다. 삼성전자(월 30만장 이상)에 이은 국내 2위 수준입니다.

 

또 다른 8인치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도 전성기를 누리게 됐습니다. 지난해 연간 매출 1조2147억원으로 사상 첫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습니다. 영업이익은 3991억원으로 전년 대비 66.8% 늘었습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웨이퍼 기준으로 153만6433장의 생산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 생산량인 145만3074장보다 5.7% 증가한 수치입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생산능력 보완·증설을 위해 1152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연초 투자 계획(683억원) 대비 68.6%(469억원) 늘렸습니다. 2018년(983억원)을 뛰어넘는 연간 설비투자 규모로 역대 최대입니다.

 

SK하이닉스가 8인치 생산능력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DB하이텍은 내실화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설비투자 대부분도 기존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보틀넥(병목) 공정 해소, 생산라인 재배치 등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과거 경험으로부터 배운 불확실성입니다.

 

앞서 DB하이텍은 과거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01년과 2004년 산업은행 등에서 1조3000억원을 빌렸습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장기간 적자가 이어져 자본금마저 까먹었죠. 차입금 규모는 2008년 2조원까지 불어났습니다. 결국 DB그룹은 2013년 11월 주요 자산과 계열사를 매각하는 위기에까지 몰리게 됐습니다.

내실화에 집중하면서 생산성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기 부천·충북 음성 팹(공장)의 웨이퍼 생산량은 153만6433장을 기록했습니다. 2019년 123만6939장, 2020년 145만3074장 등 매년 급증하고 있습니다. 월 웨이퍼 생산량도 지난해 13만8000장으로, 2020년 12만9000장 대비 9000장이 증가했습니다. 올해 웨이퍼 생산량은 월 15만장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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