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합성항원 백신 ‘GBP510’의 국내 공급이 성사되면서 추가 국산 백신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첫 백신이 만들어지면 향후 임상 과정에서 필요한 대조군으로 활용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10 1000만회분을 국내에 공급하는 선구매 계약을 질병관리청과 최근 체결했다. 총 계약규모는 2000억원으로 1회분당 2만원 수준에 공급되는 셈이다.
다만 GBP510은 아직 미승인 백신이다. 현재 총 4000여명 규모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상반기 중 국내에서 승인을 받고 하반기 중 국내 공급을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영국 승인을 위해 의약품규제당국(MHRA)에 ‘순차 심사(롤링 리뷰)’ 관련 서류를 제출한 상태다. 유럽의약품청(EMA)에도 상반기 중 허가 신청 서류를 낼 계획이다.
이미 국내의 1·2차 접종률이 높은 점을 감안해 교차접종, 추가접종을 위한 추가적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날 GBP510의 추가접종에 대한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기존 일반 임상 3상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투약 3개월이 지난 후 GBP510을 추가접종하는 방식이다. 교차접종을 통한 추가접종 임상도 질병청 주관의 연구자 임상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GBP510의 승인·공급이 실현될 경우 국산 백신의 개발 전반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최초로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허가를 받으면서 업계 전반으로도 활력이 도는 것은 물론, 다른 개발 중인 백신들의 임상 자체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임상은 식염수 등 ‘가짜 약(위약)’을 투여받는 대조군의 상태를 실제 약을 투약한 실험군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백신 임상의 경우 대조군에게 위약을 맞힐 경우 이들을 감염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는 윤리적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대조군의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도입된 개념이 ‘비교임상’이다. 이미 승인받은 기존 백신을 맞힌 대조군과 임상 백신을 맞힌 시험군 간의 백신 효능을 간접적으로 알아보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존 백신 개발사 입장에서는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개발한 백신을 후발 주자들의 개발을 위해 손쉽게 제공하는 꼴이기 때문에 대부분 이를 꺼려왔다. 게다가 기존 국내 승인 백신은 모두 외국 기업이 개발한 백신이었기 때문에 특히 확보가 더 어려웠다.
지금까지 임상용 대조백신을 확보한 경우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GBP510을 위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활용한 경우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SK바이오사이언스가 AZ 백신을 위탁생산(CMO)하고 있었고, 우리 정부가 나서서 AZ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등을 통해 지속적 협조 요청을 기울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셀리드의 경우 대조백신 확보를 이유로 당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2b·3상을 함께 신청했던 계획을 2b상을 먼저 실시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GBP510이 대조용 백신으로 국산 백신 추가 개발 임상에 쓰일 수 있게 되면서 이 같은 우려는 사라질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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