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자의 빅테크-53]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이자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새로운 사령탑으로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답은 '글로벌 올인'.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네이버를 이끌게 된 1981년생 최수연 신임 대표가 선임된 지난 14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5년 만에 정치 권력이 바뀌는 때, 공교롭게도 국내 인터넷 투톱들도 새로운 시대에서 글로벌 도약의 역사를 쓰겠다고 나선 겁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새로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면 언제 어느 때나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입니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신사업을 끊임없이 키우고 테스트하며 국내를 넘어 국외에서 성과를 보여야 하는 것이죠. 이들이 펼치는 사업의 속성 자체가 국내와 국외의 경계가 사실 없는 겁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이 출현해 일상이 바뀌는 2022년에 산업기술의 판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신사업을 계속해서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 대표는 14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 자리에서 "지난 20년간 회사는 검색, 커머스, 콘텐츠, 핀테크,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 리더십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며 인터넷 역사에서도 매우 드문 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성장 속도를 높이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사업 간 융합을 실험하며 지속적으로 신사업을 만들어 제대로 평가받는 시장가치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최 대표는 "네이버는 선배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만들어낸 라인, 웹툰, 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네이버 전체 매출은 6조136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커머스(1조4751억원), 핀테크(9790억원), 콘텐츠(6929억원), 클라우드(3800억원) 등 신사업 분야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신사업을 키울 글로벌 공간은 일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 플랫폼 '아크버스'를 고도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크버스는 현실 공간을 디지털화하는 기술로, 네이버의 기술자회사인 네이버랩스가 2017년부터 구축해온 고정밀 지도(HD맵) 제작 기술이 고도화된 결과물입니다. 네이버랩스는 독자적인 디지털트윈 구축 솔루션 '어라이크(ALIKE)'를 갖췄고요. 위성사진, 항공사진, 이동지도제작시스템(센서를 단 차량이 도로 정보를 수집), 저고도 비행 드론 수집 데이터 등을 활용해 현실 공간을 디지털에 그대로 본뜬 3D 모델을 구축할 수 있죠.
올해는 이 기술을 일본 소프트뱅크와 협력해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트윈 솔루션 어라이크를 활용해 일본 도시의 HD맵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차로 단위의 지도를 만들고, 도로 변화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자율주행 모빌리티 위치를 인식하고, 로봇을 가동시킬 수 있습니다. 스마트카부터 스마트빌딩, 스마트도시까지 미래 기술 발달의 시작이 HD맵 제작인데, 이제 한국을 넘어 일본 지역에서도 지도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카카오가 전진기지로 삼는 나라도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일본입니다. 카카오가 현재 해외에서 잘하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지 않겠어요?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6조1367억원 중 10.3%에 해당하는 매출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었는데요. 이 해외 매출액 6324억원 중 일본에서 벌어들인 돈이 4602억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아시아(885억원), 유럽(388억원), 북미(326억원), 중국(121억원) 등이 뒤를 이었고요.
일본에서 웹툰 사업을 펼치는 카카오 회사인 '카카오픽코마'는 현지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죠. 네이버와 현지 경쟁사들을 줄줄이 제쳤습니다. 카카오픽코마는 일본을 넘어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이후 유럽과 북미에도 자리를 틀었죠. 지난해 9월 프랑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픽코마 유럽'을 설립했고요. 올해는 상반기 중에 프랑스에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일본 외에 주목할 만한 거점은 바로 싱가포르입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Krust)'를 싱가포르에서 출범했죠. 이곳에 김 의장의 최측근을 대거 배치해 화제가 됐습니다.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키워라'입니다.
김 의장은 2018년에 이미 '카카오 3.0'을 선언하면서 블록체인을 글로벌 진출의 핵심 전략으로 꼽았죠. 클레이튼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가 만든 블록체인 네트워크이고요. 카카오의 블록체인 생태계 자체가 커지면 커질수록 카카오의 미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경제활동을 일구는 기업 혹은 기관 집단이 커질 것입니다. 디지털화폐가 범용이 된 미래 세상에서는 지금은 코인이라고 불리는 가상화폐가 우리의 지폐나 동전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겠죠. 그 미래를 카카오가 선도하겠다는 겁니다.
올해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두 곳은 해외에서 사업을 펼쳐나갈 겁니다. 어떤 사업을 키워나가느냐에 따라 신임 대표들의 첫해 성적표가 결정되겠죠. 주춤했던 두 기업의 주가도 신사업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이들 기업의 행보를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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