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서방 제재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 우려에 약 1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하룻밤 사이에 10% 넘게 폭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을 연출했다. 주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예상 밖 발언이 시장을 흔들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국제원유시장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는 이날 각각 13%, 12% 폭락하며 배럴당 110달러 안팎으로 추락했다. 앞서 미국 주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움직임에 장중 배럴당 130달러를 웃돌았던 모습과 상반되는 결과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6.8달러 빠진 111.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하락폭만 13%에 달했는데, 이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이다. 뉴욕상업거래소의 4월물 WTI도 배럴당 15달러(12.13%) 하락한 108.70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두 유가 모두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며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브렌트유는 지난 7일 139달러까지 치솟으며 14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전날엔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발표하고, 영국도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날 주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돌연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에 추가 증산을 요구하면서 원유 시장 내 공급량이 늘어날 거란 기대감에 유가가 하락했다. 또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이 25%에 달하는 유럽이 수입금지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것도 공급 차질 우려를 잠재우는 요인이 됐다.
/사진=로이터그런데 유수프 알 오타이바 주미 UAE대사는 이날 돌연 "우리는 (추가) 증산을 지지한다. OPEC에 생산량 증가를 고려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FT에 보낸 성명에서 밝혔다. 이어 "UAE는 50년 이상 세계 시장에 신뢰할 수 있고 책임감 있는 에너지 공급국이었다. 시장의 안정성이 세계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며 이번 요구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유가 급등의 안정화를 위한 것임을 시사했다. FT는 UAE 측이 사우디와 추가 증산에 대해 논의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FT는 "앞서 UAE는 사실상 OPEC의 지도자인 사우디의 긴밀한 동맹국으로 그간 미국의 생산량 증가 요구에 저항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생산량 할당량을 두고 사우디와 분쟁을 겪었다"며 추가 증산 촉구가 사우디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짚었다. 에너지에스펙츠의 암리타 센 수석 분석가는 "UAE는 이전부터 (원유) 수출을 늘리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FT에 말했다.
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UAE와 사우디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미국 백악관의 통화 요청을 거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UAE의 증산 요구가 미국과 별개의 행동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OPEC의 다른 회원국인 이라크도 OPEC+ 산유국들이 요청할 경우 산유량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혀 원유 생산량 증가 기대를 높였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제재 이전부터 대형 산유국 베네수엘라에 대한 석유 제재를 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이란핵합의도 복원 마무리 단계에 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수석 분석가는 "세계가 급등하는 유가에 대처하고자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돼 당분간 고유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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