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한국이 러시아 제재를 위한 미국의 대(對)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면제국에 포함되며 국내 자동차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 등은 미국 워싱턴D.C.에서 면담을 갖고 한국을 러시아 수출 통제 관련 FDPR 면제대상국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면제국가로 인정한 곳은 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 27국,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미국 주도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스 회원국 4국,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FDPR 면제국에 포함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이 러시아 현지 자회사 등으로 보내는 자동차 부품 등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량은 미국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면제국에 포함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은 미국 상무부가 아닌 우리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으면 러시아 수출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완성차업체와 부품 납품을 하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숨통이 트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 러시아 수출 품목 중 자동차·부품 비중은 40.6%로, 승용차가 25.5%, 자동차 부품이 15.1%를 각각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과 상관없는 물자에 대해 통로를 열어줘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된 것은 큰 다행"이라며 "경제제재가 러시아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국내 산업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부품업체들의 수출과 대금지급 등 어려움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다만 제재에 따른 러시아 경제 침체와 소비력 약화는 현지 자동차 생산과 부품 수출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현지 투자에도 제동이 걸린다.
토요타·폭스바겐·포드·BMW·혼다·볼보 등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공급망 문제에 따른 생산지연 및 물류 채널 마비 등을 이유로 러시아 수출을 중단한 상황이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 겸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이날 열린 산업발전포럼 겸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개회사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미·중 공급망 갈등, RE100, 탄소국경세 도입 움직임 등 최근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는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글로벌 통상패러다임이 자국 이익 우선 등 규제와 규범 위주로 변하며 무역환경이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회장은 "이런 상황을 효과적으로 타개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자동차·철강·이차전지 등 우리 무역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계와 정책 당국간 원활한 소통에 기반한 통상정책 마련과 집행이 중요하다"며 "산업과 통상의 연계성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글로벌 갈등 확산에도 불구하고 성향이 다른 국가들과도 교역을 유지해야 하는 우리의 수출입 구조를 감안할 때, 국제정치 상황에 의해 우리의 무역이익이 희생되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통상정책은 외교정책과 분리해 추진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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