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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검사였던 윤석열, 당신의 입장은 무엇인가

정치·사회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2. 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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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검사였던 윤석열, 당신의 입장은 무엇인가

[기고] 윤석열 캠프 블랙리스트 재실행추진센터

송경동 시인  |  기사입력 2022.02.19. 08:58:59 최종수정 2022.02.19. 21:31:40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일할 때
지난 시기 국정원이 위법적으로 사찰해 온
문화예술인 249명 중점관리명단을
간신히 받아 왔다

이름 옆에 A, B, C 등급이 매겨져 있었는데
다행히 A등급 스물네 명에 내 이름이 또렷이 들어 있었다
B나 C였다면
난 국정원의 존립 이유를 믿지 못했을 것이다

- 졸시, <자존심> 전문 

 

5년여 전 일기려니 생각하며 써서 컴퓨터 어느 한쪽에 묵혀 두었던 시 한 편을 꺼내 본다. 실제 상황이었다. 시는 창작과 상상을 써야 한다는데 난 어쩐 일인지 늘 사실만을 쓰기에도 바쁘다. 

 

어제(2월 18일) 오전 11시, 여의도에 있는 '국민의당' 중앙당사엘 다녀와야 했다. 지난 2월 15일 우습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한 일이 있었다. 안상수 국민의힘 인천공동총괄선대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버젓이 헌정 유린, 국정농단, 내란음모의 계획을 밝혔다.

 

'좌파 문화예술계 재척결 계획'이었다. 거창한 포부에 비해 그 계획의 필요로 든 사안은 '김건희 중전마마에게 아부하기' 정도의 치졸한 까닭이다. "김건희 여사는 존경받는 아티스트로 거론되어야 할 분인데" "예술계에 좌파가 많아 김건희를 변호해주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라고 한다.

 

본인이 유튜브 방송인 <신의한수>에 출연해 그 같은 부분에 대해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고 자랑하고 있다. "대선 승리 확실하다" "좌파문화계를 확 바꾼다"는 타이틀의 위 유튜브 방송 영상을 공유하며 "저는 문화예술계를 장악한 좌파 기득권들이 이념을 나눠 반대 이념을 가졌다는 이유로 실력과 열정 있는 문화예술인을 변론하지 않고 인신공격과 프레임에 씌워 벼랑 끝으로 몰고 간 행태를 지적"했다면서 "문화예술계가 그간 굉장히 좌편향되어" 있기 때문에 확 바꿔야 한다고 한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긴급히 마련된 규탄 기자회견에 다녀왔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이제 보니 지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의 몸통이었던 이명박, 박근혜, 김기춘, 조윤선 등은 안상수와 윤석열 등에 비하면 양반이고, 간이 작은 사람들이었던 듯싶다. 이들은 자신들이 국가기관을 사유화, 도구화해서 실행하는 '좌파 문화예술인 색출 지정 및 척결 계획'이 얼마나 위법하고 위험한 일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모든 건 비밀스럽게 진행되었다. 10여 년에 걸쳐 은밀한 공작으로 진행되던 일의 빙산의 일각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된 것은 2016년 9월 국정감사 당시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사업 등에 참여해 왔던 이들의 양심선언과 제보에 의한 것이었다.

그 의혹이 제기되고도 특검과 재판 과정 등을 통해 핵심 증거와 증언 등이 제출되기 전까지 이들은 자신이 특정 문화예술인들을 '좌파'로 규정짓고 '척결'을 시도하거나, 별도로 사찰 검열해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자체가 우리 헌법이 정하고 있는 표현과 양심의 자유, 정치사상의 자유, '출판결사의 자유', 그리고 내면의 '양심의 자유' 등을 부정하고, 훼손하는 반헌법적 국가범죄라는 것을 그들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국가범죄의 결과, 박근혜, 김기춘 등과 당시 문체부 장관이었던 김종, 조윤선 등이 구속되어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들이 행한 블랙리스트 국가범죄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적인 범죄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바로 얼마 전인 2월 14일에[도 서울고법 형사3부에서는 '국가정보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에게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고, 또 지난 1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원, 문체부 등 국가 행정기관이 총동원되어 문화예술인들을 사찰하고, 지원배제하고 차별했던 불법행위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자료를 보면 이들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공작을 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젠 백주대낮에 겁도 없이 제2의 언론에 다름 아닌 공개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특정 문화예술인들을 '좌파'로 규정짓고, 그 '척결'을 주장한다.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 1층 현관에 버젓이 걸려 있는 '문재인 정부 불법사찰 국민신고센터'의 이름은 '윤석열 캠프 블랙리스트 재실행추진센터'로 이름을 바꿔 걸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정리해 주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헌법 전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는 규정을 위배함으로써 국민 기본권인 평등의 원칙을 훼손하고, 개별성·고유성·다양성으로 표현되는 문화국가의 원리를 위법한 사찰·검열·차별·배제를 통해 훼손한 국가범죄였다.

 

국가권력을 사유화, 특권화한 대통령과 위법한 비선실세, 집권세력 등이 정권 또는 지배체제에 비판적이거나 우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과 국민 일반의 기본권인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 제21조 제1항 언론·출판의 자유, 제22조 예술의 자유 등을 총체적으로 유린한 심각한 헌정 농단 사건이었다.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정치적 견해,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는 문화기본법 제4조 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적·민족·인종·종교·언어·지역·성별·세대 등에 따른 문화적 차이를 이유로 문화적 표현과 문화예술 활동의 지원이나 참여에 대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 제3조 ③항 등을 위반한 중대한 위법 행위였다. 

 

그런 헌정 유린과 국정농단, 위법의 실행을 위해 집권세력이 국가기관, 공공기관 등을 통해 법·제도·정책·프로그램·행정 등의 공적(公的) 또는 비공식적 강요·회유 등의 수단을 동원하여,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정치적 견해를 가졌다는 자의적 까닭만으로 특정 문화예술인들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검열·차별·배제하는 등 권력을 오·남용함으로써 민주주의 원리를 파괴하고, 예술표현의 자유와 문화예술인의 권리를 침해한 국가범죄이자 위헌적이고 위법, 부당한 행위라는 것이 대한민국 법원 판결문의 내용이었다. 

 

하여, 금번 안상수의 발언은 한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민의당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의 발언 내용은 공공연한 범죄 음모의 공표에 다름 아니다. "대선 승리 확실하다"는 인식에 기초해 과거 블랙리스트 사건의 트라우마에서 지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 받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협박성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이런 헌정 유린의 공약 사항에 대해 오늘 다시 문화예술인들이 차가운 거리로 나서기까지 국민의당은 어떤 변명과 사과의 논평도 없다. 당의 공식 입장으로 묵인하겠다는 태도다. 결국은 모든 선대위를 대표하는 윤석열 씨와 국민의당에 이에 대한 입장과 책임이 물어져야 한다. 윤석열 씨는 지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수사와 공소 유지를 담당했던 특검 검사였다. 당신의 입장은 무엇인가, 대답하길 바란다. 당신의 얼굴 위로 겹치는 김기춘의 얼굴은 그냥 환영일 뿐인가.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8일 저녁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후보도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당시 특검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며,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지나 주의가 없었다. 하여 그 한 겨울 특검이 출범하던 날인 2016년 12월 12일 그동안 나왔던 의혹과 증언들을 철한 고소고발장을 들고 우리가 특검을 찾아갔었다.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 '법꾸라지'라던 김기춘과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사들은 모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 혐의로 구속되었다. 당신들이 한 일이 아니라 우리 문화예술인들과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천만 명의 노동자 시민들이 함께 이룬 일이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이젠 그 특검 검사였던 당신을 규탄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서야 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가공할 국정농단의 연장과 희극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간 박근혜 시절부터 블랙리스트 진상규명과 이에 따른 명예회복 및 피해 보상을 위해 일해 온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이번 건과 관련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규명, 이후 대책에 대한 명시적인 약속이 없을 시 며칠 이내로 해당인인 안상수 국민의당인천 공동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당 대표, 그리고 그 당의 대선후보로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윤석열 후보에 대해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 명예훼손'과 또 다시 블랙리스트로 몰 테니 기다리라는 '공갈, 협박', 나아가 헌법에 명시된 여러 권리 침해를 위한 범죄 실행 모의 혐의로 다시 고소 고발을 진행키로 했다. 언제까지 이런 지리한 싸움을 계속해 가야 하나. 

 

얼마 전인 2월 11일,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소설가 이문열는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는 전혀 실효도 없었고 내가 알기로도 탁상 기획으로 끝난 걸로 알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진행돼서 이 사람을 배제해라 하는 식의 어떤 정치적 결정이나 행정적인 분리로 나타나는 그런 경우는 그래서 내가 잘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참 어이없고 무책임한 발언이다. 각종 재판의 판결문이라도 좀 찾아보기 바란다. 지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펴낸 백서라도 잠깐 보기를 바란다. 얼마나 그 기획이 촘촘하고 전방위적이며 집요했는지 혀를 내두른다. 

 

그 진상규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에 따른 책임자 처벌과 이에 따른 명예회복, 피해자 보상, 사회적 기억 사업 등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더라면 안상수의 이와 같은 자신감 있는 발언과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의 이와 같은 뭉개기는 나오지 않았을 터였다. 같은 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문화예술계의 우려와 항의에도 불구하고 끝내 블랙리스트 실행기관의 장이었던 안호상 전 국립극장장을 끝내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임명하는 참사는 연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엔 현 민주당과 이재명 캠프의 반성과 사과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다르다고 강변할 게 아니다. 이런 사태들과 교란 상황 등을 막기 위해 지난 2018년 11월 3일 문화예술계는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 행진' 당시 '미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을 모아 집권여당인 민주당 당 대표에게 전달하고, 당 대표가 직접 참여한 간담회에서 민주당 내에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특별법TF'를 구성키로 약속했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어떤 얘기도 들어보지 못하고 있다.

 

며칠 전 있었던 황희 문체부 장관은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일이나, 사회적 기억 사업 등을 위해서는 노력하겠다 하면서도 이런 모든 문제의 핵심인 '미진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약속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과거 문체부와 함께 꾸렸던 '진상조사위'는 민간위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떤 조사권 등도 갖지 못한 장관 자문위원회에 불과했다. 권한 없음과 짧은 조사기관, 충분히 않은 조사인력으로는 이명박-박근혜 시기 블랙리스트 실행의 몸통인 청와대도, 국정원도, 나아가 구 새누리당에 대한 조사도 할 수 없었다. 하물며 당시 진행되던 특검의 조사 자료조차도 권한 없음으로 공유받을 수 없었다. 이런 미진함과 대충에 힘입어 과거 블랙리스트 실행에 함께했던 이들이 어떤 사회적 반성도 없이 활개를 치고, 그 미진한 진상규명의 핵심 조사 대상에 다름 아닐 새누리당의 후신인 국민의당이 오늘 다시 '좌파 문화예술계 척결'을 얘기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캠프도 이런 미진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약속대로라도 추진하겠다는 공약 이 안 보이는 현실이어서 더불어 안타깝다. 캠프에 참석하고 있는 동료 문화예술인들도 나서서 안상수와 윤석열 후보를 비판하겠다고 하는데 당연한 일이지만 먼저, 이재명 캠프부터 지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미진한 처리에 대한 반성과 사과부터 하고, '특별법 제정'에 대한 약속부터 공약하는 일에 함께해주길 바란다. 이는 문화예술인들의 명예회복과만 관계되는 일이 아니다. 다시는 어떤 정치세력도 국민들의 사상과 표현과 양심의 자유, 결사 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도록 하는 역사적 경고등과 표지, 그 교훈을 세워두는 일이다. 진즉 특별법 제정에 대한 약속만 지켜졌더라도 오늘과 같은 안상수의 기가 막힌 막말은 보고 듣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게 이제 와 왜 필요하냐고? 한 개인의 권리라도 국가로부터 부당하게 침해받았다면 그 진상규명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난 지금도 궁금하다. 국정원이 10여 년에 걸쳐 나를 중점관리명단 249명에 올리고, 그것도 A급 스물네 명에 포함시키곤 어떤 일을, 누가 어떻게 해 온 것일까. 그 명단과 자료는 당시 청와대 등에 어떻게 소통되었을까. 나의 어떤 일상들을 사찰하고 검열해 왔던 것일까. 나는 언제까지 나의 모든 일상을 조심하며 끊임없는 자기검열에 시달리며 살아야 하는 걸까.

 

'특별법'이 통과되어 법에 근거한 투명하고 성역 없는 조사 등이 이루어지면 나 개인뿐만이 아니라 모든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그 사찰 자료 등을 볼 수 있을 거라 믿었기에 별다른 법적 조치를 안 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 책임을 이 정부와 다음 정부에게 묻기도 요원해진 것이라면 이제라도 내가 다시 찾아봐야겠다. 국가는 지난 시기, 나와 우리 문화예술인들을 어떻게 사찰 검열해 왔는가? 국가와 정부는 그 전모를 법에 근거해 단 한 점의 의혹의 끝까지 밝혀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 의무와 책임을 부정하거나 적당히 손질하고 묻으려는 정부는 진정한 민주정부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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