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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무대책' 일본.. 각자도생만이 살 길 [박철현의 도쿄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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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2. 1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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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무대책' 일본.. 각자도생만이 살 길 [박철현의 도쿄스캔들]

박철현 입력 2022. 02. 15. 06:12 
 
[박철현의 도쿄스캔들] '아무 것도 안 한' 기시다 내각의 역설

[박철현 기자]

굳게 잠겼던 일본의 문이 열리려 한다.

 

오미크론 변이가 나오기 시작했던 작년 11월 30일부터 일본정부는 외국인 입국 원천 차단이라는 강력한 미즈기와(水際, 섬나라의 이점을 살린 전통적인 방역) 대책을 본격 실시했다. 신규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국을 불허하는 사실상의 '쇄국' 정책을 폈다. 이 정책으로 인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1일 평균 700명대로 떨어졌다.

 

3개월여나 지속된 이 조처로 인해 각종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일본에 갈 예정이었던 해외 유학생들이 SNS를 통해 피켓시위를 대규모로 진행했고, 여행 관광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유럽 등의 사례를 들며 개방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시다 내각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유는 오미크론의 피크아웃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국내 여론이 쇄국정책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쇄국정책
 

 
 
하지만 2월 초순을 지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먼저 피크아웃 양상을 보이고 있는 확진자 수다. 일본은 지난 2월 8일 확진자 수 10만 1084명으로 최다 감염자를 기록한 후 서서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월 13일 현재 일일평균 8만 5938명으로 이전 주의 일일평균 8만 8454명보다 2516명 적게 나왔다.

두 번째로 국제사회의 압력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마이클 라이언 긴급대응팀장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면역학 관점에서 (일본의 외국인 신규입국 금지 조치는) 이해하기 힘들며, 공중위생학적 측면에서도 논리적이지 않다"며 일본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언급한 사비유학 예정자들의 릴레이 피켓시위도 이러한 비판에 힘을 실어줬다.

세 번째는 일본의 시중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국내 감염)이다. 미즈기와 방역대책을 강력하게 실시하던 1월 초순부터 이미 일본의 코로나 지배종은 오미크론 변이주였다. 1월 4일 1094명이던 확진자 수는 열흘 후인 14일 2만 3698명으로 200배 이상 증가, 2월 5일에는 10만 명을 넘겨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신규 입국을 막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격화된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이다. 일본은 2월 9일 현재 997만 283명이 추가로 백신을 맞았다. 인구비율로 따지면 7.87%에 불과하다. 접종 완료 후 6개월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맞아야 한다는 매뉴얼 때문에 그렇다. 일본의 코로나 백신 접종, 특히 일반인 접종은 백신 공급량 대란 사태로 인해 도쿄올림픽이 끝난 8월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때문에 추가접종 역시 2월부터 실시된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명확하다. 1월 초순 일일 추가접종 평균 10만 명이던 것이 2월 초순엔 50만 명으로 늘어났다. 추가접종이 앞으로도 활발해질 것이기 때문에 미즈기와 대책을 폐기해도 괜찮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요약하자면 피크아웃, 국제사회 압력, 시중감염, 추가접종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본정부가 지난 3개월간 행해왔던 외국인 입국불허 방침이 철폐됐다는 것이다.
 

 
 
일본정부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신규외국인 입국은 3월부터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관계자, 유학생부터 먼저 입국 가능해지며, 단계적으로 입국자 수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12일 하네다 공항을 방문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즈기와 대책을 근본적으로 들여다보고, 완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현재 700여명 정도에 불과한 입국자 수를 하루 3500명에서 5000명 정도로 대폭 늘리며, 입국 후 격리기간도 현재 7일에서 백신 3차 접종 증명서가 있다면 3일에서 5일로 줄인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본다면 일본사회는 사실상 '위드 오미크론'을 용인하고 있다는 분위기마저 읽힌다. <니혼TV>의 NNN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실시되고 있는 '만연방지중점조치'(긴급사태선언보다 한 단계 낮은 제한조치)에 대해 응답자의 51%가 '필요없다'고 답해 '제한이 필요하다'는 41%를 눌렀다. 또한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는 오사카부 요시무라 지사가 요청한 긴급사태선언 발령 건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8%가 필요없다고 답했다.(긴급사태선언 찬성은 44%)

 

"아무 것도 안 한" 기시다의 높은 지지율
 

 
 
여론의 이러한 평가는 기시다 내각 지지율에도 반영됐다. 사실 기시다 내각은 감염자 폭증 시기였던 1월 내내 코로나 대책에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일종의 '무대책' 전략이다. 저널리스트 아오키 오사무는 이러한 일본정부의 태도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정말 아무 것도 안 한다"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손 놓고 있다"며 비판했다.

물론 일본정부도 현재 만연방지중점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 조치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났으니 알아서 조심해달라는 요청에 불과하다. 작년 8월 하루 2만명 이상 나왔을 때 전례없는 2개월 긴급사태선언 조치를 취한 것과 비교한다면 지금의 만연방지 조치는 아무 것도 안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만하고, 직접적인 보상 역시 거의 없다. 하지만 일반시민들은 이러한 무대책을 어쩔 수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먼저 내각의 지지율을 보면 여전히 58% 지지율을 기록해 비지지율 28%를 더블스코어 이상 앞서고 있다. 기시다 2차 내각이 출범했던 11월 56%, 12월 62%, 1월 66% 지지율에 비한다면 상승 흐름이 끊기긴 했지만 과거 아베 및 스가 내각 당시 코로나 감염자가 폭증했을 때


10-20%포인트씩 떨어지던 지지율을 생각해 본다면 매우 견고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기시다 내각의 코로나 무대책에 대해서도 '잘하고 있다'는 의견이 48%로 나와 '못하고 있다'는 44%를 뛰어 넘었다.

 

또한 밀접접촉자 격리기간을 기존 14일에서 7일로 단축한 것에 대해서도 무려 응답자의 73%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해석해 본다면 이미 일본사회는 코로나 종식은 불가능하며, 이미 유럽식 위드 코로나를 갈망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기시다 내각의 코로나 무대책도 역설적으로 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한편 일본사회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바라보는 이러한 태도를 뒷받침하는 칼럼 및 주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때 아베 및 스가 정권의 코로나 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던 도요타 마유코 전 중의원은 최근 <마이도나뉴스>에 기고한 연재칼럼에서 "우리는 코로나와 공존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일본은 현재 항원검사 및 PCR 검사키트가 부족하고, 왜 이러한 준비를 제대로 못했냐는 의문과 비판을 계속 해야 하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현시점에서 더 이상 의료진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성숙한 민도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코로나 최일선에서 환자들을 직접 돌보고 있는 의료종사자들은 "오미크론은 코로나 바이러스와는 완전 다른 종류"라고 말하고 있다. 코로나 관련 클리닉을 운영하는 마쓰모토씨는 "이미 우리 의사들 사이에선 환자가 감기 증상을 보이면 그냥 오미크론이라 생각하는 게 상식처럼 되어 있다"며 오미크론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은 금물이라고 말한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를 보더라도 오미크론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혀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일본에 지금 하루 7-8만 명씩 나오는데 치사율은 0.02%. 중증 환자는 기저질환이 이미 있는 상태가 대부분이라 그 분들이 사망해도 이게 정말 오미크론 때문에 죽은 건지 확신이 안 선다. 또한 오미크론은 PCR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다 하더라도 거의 음성에 가까운 수치를 보인다. 참고로 내가 진료한 오미크론 환자들 중에서도 경증 및 무증상이 압도적으로 많고 중증화로 진행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전문가들의 의견, 일본국민들의 여론조사, 일본정부의 방침 등을 종합해 본다면 일본은 부스터샷 접종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6월 이후부턴 코로나 이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또 다른 코로나19 변이들과 공존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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