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일방적 입국제한 적당히 해라!"
가나스기 겐지 주인도네시아 일본 대사가 지난달 22일 인스타그램에 현지 대학생과의 점심 풍경을 올리자 외국인으로 보이는 인물로부터 일본어로 분노의 글이 올라왔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일본 정부의 '미즈기와(水際) 대책'(적군이 육지에 오르기 전에 막는다는 의미의 일본식 방역대책)이 약 2년째 이어지면서 불만을 가진 장기 대기자들의 항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SNS상에는 'japanentryban'(일본의 입국규제) 등의 해시태그를 붙인 항의의 글이 넘친다. 인도네시아 여학생 하리마는 지난달 28일 트위터에서 "꿈을 좇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관광 가이드를 목표로 고베 유학이 정해져 있었지만 미즈기와 대책으로 약 1년째 국내에서 대기하고 있다.
같은 날 리투아니아 일본 대사관 앞에는 유학생들이 모여 일본에 들어가지 못하고 연일 새벽으로 온라인 수업을 계속 받아 체력적으로 힘들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트위터상의 단체 'Stop Japan's Ban'(일본의 입국규제를 멈춰라)를 지난달 시작한 시카고 거주의 미국인 여성 제이드 바리는 "거의 모든 나라에 일본의 입국 재개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항의 운동을 할 것을 호소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재류 자격이 있으면서 입국할 수 없는 유학생, 기능실습생, 외국 국적의 가족 등은 지난해 10월 기준 약 37만명에 이르렀다.
도쿄도의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한 인도네시아인 여성은 지난해 여름 부친을 잃었다. 하지만 장례식을 위해 귀국하면 재입국하지 못하고 실직할 가능성을 지적받아 귀국을 보류했다. 그는 "일본의 미즈기와 대책이 이런 형태로 나에게 되돌아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외국인들이 불신감을 강하게 하는 것은 일본의 미즈기와 대책이 합리성을 결여하기 때문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말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대응으로 외국인의 신규 입국 금지를 결정해 2월 말까지 계속할 방침을 나타냈다. 각국은 반대로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미즈기와 대책을 완화하고 있다.
상대국에 자국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는 외교의 상호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심각한 것은 불합리한 미즈기와 대책으로 인해 일상생활과 장래 계획에 차질을 빚은 외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것이다.
닛케이는 이에 대해 트위터에서는 "일본은 대기하고 있는 수십만명의 유학생의 생활과 장래를 부수고 있다" "쿨 재팬에서 크루엘(잔혹한) 재팬으로" 등 일본을 향한 부정적인 기입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라플레르 재일 미국상공회의소 특별고문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외국 기업에 있어서 일본이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에 의문을 일으키게 한다"며 미즈기와 대책의 완화를 호소했다.
위기감을 안고 있는 각국 재외공관이 외무성에 개선 의견을 구하는 움직임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엄격한 미즈기와 대책을 내놓은 이후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선 한국으로 유학생이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국은 일본과 같은 외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외국인 유학생, 주재원, 기능실습생들은 본래 일본의 이해자가 되고 인구 감소에 직면한 일본의 국력을 보완해주는 존재들이다. 인도네시아의 유슬론 전 주일대사는 "외국인에게 있어서 일이나 입학의 선택지는 일본뿐만이 아니다. 미즈기와 대책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너무 엄격하면 국제경쟁력을 잃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외무성에 개선을 촉구한 유럽의 한 일본대사관 직원은 "무슨 말을 해도 변하지 않는다"며 배후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시다 정부는 높은 수준의 내각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미즈기와 대책을 당분간 계속할 것이라는 견해다. 눈앞의 지지율과 반대로 훼손되는 국제평가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닛케이는 한탄했다.
pb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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