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중도 확장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만났다. 두 사람은 허심탄회하게 국정운영 방향 등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고, 윤 전 장관은 많은 질문을 던진 이재명 후보의 모습에서 '고민'을 느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6시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경제를 모르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국민에게 공포로 다가올 것"이라며 "국정 최고 책임자의 무능은 해악"이라고 조언했다. 또 향후 국정운영에서 시대의 변화, 정치개혁의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통령이 된다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뉴노멀시대준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1월 1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나머지 민주적인 과정과 절차를 생략하고 싶어 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점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날 이 후보를 만나서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며 "현재 유지되고 있는 거대 양당의 절대적 공존관계는 의회 민주주의 정신을 지켜낼 수 없다"고 당부했다. 이 맥락에서 이재명 후보가 최근 꺼낸 '통합정부 구상'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후보는 윤 전 장관의 견해에 적극 공감하며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 등에 관한 질문을 계속 던졌다. 두 사람이 물 흐르듯 대화를 주고받느라 회동은 점점 길어졌고, 금방 2시간을 채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장관은 이 후보가 폭넓게 물으면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밝히는 모습에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만나면 질문이 거의 없는데, 이 후보가 평상시에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해졌다.
이 후보는 윤 전 장관이 제안한 뉴노멀시대준비위와 관련해 '(당선 뒤 위원회를 구성한다면) 그때 위원장을 맡아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윤 전 장관은 '저 같이 나이 많은 사람이 그런 걸 하겠냐'며 웃었으나 8일 회동 상황을 종합해보면, 두 사람은 상당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분위기다. 다만 윤 전 장관은 줄곧 '여야 후보 누구든 만날 수 있어도, 선대위 합류는 없다'며 선을 그어왔다. 이날 만남 역시 '윤여준 등판'은 아닌 셈이다.
한편 윤 전 장관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같은 파평 윤씨이기도 하다. 그러나 윤 후보 쪽에서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알려졌다. 윤 전 장관은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윤석열·이재명 후보가 TV에 나와서 얘기하는 걸 보면 이 후보는 거의 자료를 안 보고 얘기하는 반면 윤 후보는 전부 보고 읽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TV토론이 벌어지면 윤 후보는 상당히 토론 자체가 힘들지 않겠냐"고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