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흥종 원장은 7일 "RE100과 그린 택소노미를 지난 1년 반 동안 설명해 왔는데, 대선 토론 때 한 번 나오는 바람에 전 국민이 알게 됐다"며 "아주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환경 의제가 교역과 경제 활동에 깊게 연관되는 만큼 많은 이들이 해당 개념을 이해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RE100과 택소노미(Taxonomy),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환경 의제가 국가, 기업, 개인의 경제 활동, 재무적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그런 세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사회 경제가 (환경을 보호하는) 쪽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기술이 발전된다"면서 "유럽 같은 경우는 자기들이 기술을 선도하는 것을 노리고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공개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통상전략을 보면, 기후변화의제와 지속가능한 발전, 강제노동을 비롯한 반인권적 활동에 대한 규제 등을 통상협상에 포함하려 하고 있다. EU가 선제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등의 의제를 내세워 경제와 산업의 표준 규제를 선점함으로써 이를 국제적인 표준으로 관철시켜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전략이다.
김 원장은 화제가 된 각각의 개념에 대해서도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기업 전력 100% 재생에너지 사용 캠페인)'은 정부가 아닌 기업 차원의 전략이다. 1년에 100기가와트 이상 쓰는 대기업에서 전력을 앞으로 목표 연도까지 전부 다 신재생에너지로 하겠다는 선언이다.
국내에서는 SK와 수자원공사 등 14개 기업이 선언하고 있으며, 원전이나 천연가스 발전도 포함되지 않는다. 김 원장은 "RE100을 선언하면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을 넘어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 더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 택소노미는 '친환경 발전'으로서 인센티브를 부여받을 지 자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EU 택소노미는 EU에서 산정 작업에 들어간 것인데, EU 내에서도 원전과 천연가스 발전을 친환경 발전으로 포함시킬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EU 집행위에서는 원전은 포함하되 방사성 폐기물 관리 계획을 밝히고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특정 시점까지 도입하는 등의 제한이 적용되는 방안을 제시해 유럽의회와 이사회에 제시했다.
김 원장은 "신재생에너지로는 탄소중립을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하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집어넣은 것"이라면서 "기준이 굉장히 달성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안 되니까 더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아직 대선 토론에서 언급되지 않은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에서 5개 품목에 대해 상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측정하고 기준을 넘길 경우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엄격한 규제를 받는 유럽 내부 기업과 느슨한 유럽 바깥 기업들 사이에 균형을 맞추자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철강 산업이 집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2023년부터 (CO₂ 배출) 모니터링이 시작되고, (관세 부과는) 2026년부터 시작된다"면서 "역시 지난 1년 반 동안 계속 얘기해 왔는데, 다음 대선 토론회 때 꼭 이야기가 나와서 국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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