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연구소 김동렬 2022. 01. 22
세상은 상호작용이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지렛대에 의해 가능하다. 상호작용은 서로가 서로를 지렛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왼발은 오른발을 지렛대로 쓰고 오른발은 왼발을 지렛대로 쓴다. 하나가 움직이려면 다른 하나가 뒤에서 받쳐줘야 한다. 1분대가 돌격하려면 2분대가 엄호사격을 해줘야 한다. 반드시 팀을 이루고 협력해야 한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한다.
우리는 국가의 전쟁과, 여야의 선거와, 기업의 경쟁과, 남녀의 갈등에서 일어나는 활발한 상호작용 효과에 의해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이는 의도하지 않은 상호작용이다. 그냥 상대방을 이겨먹으려고 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상호작용이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 낭비가 일어난다. 만약 의도하여 가장 효율적인 상호작용을 설계한다면 좋을텐데 말이다.
서구가 발전한 이유는 전쟁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백년전쟁, 30년 전쟁, 장미전쟁, 크림전쟁, 나폴레옹 전쟁, 보어전쟁, 남북전쟁, 양차 세계대전으로 끝없이 전쟁을 했다. 활발한 상호작용 덕에 발전한 것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 상호작용이 국가를 발전시키지만 많은 희생을 치루게 된다. 전쟁을 하지 않고 전쟁의 상호작용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면?
축구팀 감독은 선수들에게 역할을 나누어 준다. 한 명은 수비수를 유인하여 공간을 확보하고 다른 선수가 슛을 때린다. 한 팀 안에서 두 선수가 서로 역할을 분담하듯이 한 사람이 자기 안에서 두 가지 역할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컴퓨터의 인공지능은 이렇게 설계되어야 한다. 자기가 질문하고 자기가 답하는 지능이라야 진짜다. 대답만 하는 것은 지능이 아니다.
학습은 지능이 아니다. 정보의 저장에 불과하다. 도서관에 많은 지식이 저장되어 있지만 그것은 지능이 아니다. 우리는 의도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문자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질문하고 내가 답해야 한다. 컴퓨터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여 문제를 해결할 때 그것을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다. 미리 입력된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진짜가 아니다.
문명은 상호작용에 의해 진보해 왔다. 남녀는 사랑싸움을 통해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된다. 기업은 경쟁을 통해 발전하게 된다. 여야는 선거를 통해 집권하는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집권으로 끝나는게 아니고 집권 후에 권력을 유지하고 작동할 수 있는 신뢰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절차가 선거다. 집권세력 내부에서 서로간에 역할분담을 훈련하는 것이 선거다.
사회의 무수한 갈등은 모두 필요한 것이다. 낯가림 때문이다. 어색할 때는 신고식을 해서 빨리 정을 붙여야 한다. 한바탕 뒹굴고 땀냄새를 공유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약자가 희생된다. 인간은 차별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획득하게 된다. 서로 엿먹이고 질투하고 시기하고 갈등하고 괴롭히다가 서서히 이해하게 되어 사랑하게 되고 믿게 된다. 그 과정에 다친다.
이지메와 왕따와 신고식과 차별과 괴롭힘이 있는 이유는 상호작용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 좋은 방법으로 상호작용하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데 좋은 기술이 없기 때문에 나쁜 수단을 쓰게 된다. 왜 우리는 항상 괴롭히고 갈등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방식으로만 정이 드는 것일까? 역할분담을 모르기 때문이다. 자문자답을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자극하고 반응을 끌어내는 원시적인 방법으로만 인류는 전진할 수 있다. 서로 이겨먹으려고 하는 소인배의 권력의지 방법으로만 인류는 전진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좋은 축구팀 감독은 쉽게 문제를 해결한다. 좋은 선수들은 싸우다가 오해가 풀리고 정이 들어서 마침내 친해지는게 아니고 서로를 존경하므로 처음부터 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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