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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과 결합한 윤석열의 '불안한 동거'

정치·사회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1. 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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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과 결합한 윤석열의 '불안한 동거'

[최창렬 칼럼] 무능한 국민의힘과 선거민주주의의 위기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  기사입력 2022.01.07. 10:13:41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정치에 발을 들인 건 이미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이었다. 검찰총장 시절에 조국 사태를 둘러싸고 집권세력이 보인 과도한 진영논리와 대립하면서 세력 대 세력의 대결을 동력으로 하는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 되고 말았다.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는 이들은 윤 후보를 비난했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세력은 응원을 보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3월 윤 후보가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정치에 입문하리라는 건 상식에 속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보수야당에 몸을 담지 않고 제3지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현실적 기반의 부재는 결국 적의 적인 국민의힘이라는 보수세력을 택하게 만들었다. 국민의힘 입당 전까지 윤 후보는 보수 이미지와 썩 부합하지 않았다. 그저 강직한 검사요, 법과 원칙의 수호자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6월 대선 출마 선언, 7월 말 국민의힘 입당 이후 그는 기존의 보수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을 빠르게 흡수하기 시작했다. 경선 과정에서는 문재인 정권 심판을 바라는 압도적 당심의 지지에 힘입어 쟁쟁한 정치선배들을 누르고 대선 후보를 거머쥐었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압도하는 지지율 여론조사는 단순히 컨벤션 효과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정권심판론과 윤 후보에 대한 기대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일어난 현상이다. 

 

양대 정당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윤 후보의 말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은 단순히 미흡한 언어 구사력과 정무적 판단의 미숙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잦았고, 인식의 한계와 철학의 빈곤을 드러냈다. '전두환' 관련 발언이나 '주 120시간' 발언, '자유'에 대한 인식 등은 보편성과 상식을 결여한 발언들이었다. 최근 윤 후보 지지율의 하락은 선거대책위 불화, 가족 리스크 등의 악재가 겹친 것이지만 본질은 후보 개인의 역량이다. 

 

반면 이 후보는 빠르게 변신했다. 제기되는 여러 의혹과 비판에 재빠른 사과로 응수했고 문재인 정부와도 과감하게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 발언에서 혼란을 초래하고 정부 정책과도 엇박자가 났으나 그의 강한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중도층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잦은 사과나 정제되지 않은 정책 발표가 부정 여론을 증가시킬 수 있음에도 그는 부단하게 유연함과 실용의 이미지를 시도했다. 여전히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이지만 분란이 그칠 날 없는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에 힘입어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 

 

윤 후보는 기성정치 문법을 벗어났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여타 정치인들 못지않게 당의 기득권과 결합했다. 현실정치의 방식을 과감히 벗고 진보보다 더 진보 같은 발언과 인식을 선보였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현대정당은 대체로 좌와 우의 지지를 견인하기 위한 전략을 기본으로 하는 포괄지지정당(catch all party)의 형태를 띤다. 이러한 견지에서는 이 후보는 정석에 입각한 교과서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후보가 보수로 우클릭하는 전략을 구사하듯이 윤 후보는 과감한 좌클릭 시도를 할 때 중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윤 후보는 정치신인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국민의힘 입당 이후 당내 주류와 결합하였고, 이는 스스로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반문 정서를 더욱 자극함으로써 선거 전략을 지나치게 반문과 정권교체론에 의지하는 전략적 한계를 노출했다. 

 

급기야 특정 집단에 둘러싸여 있다는 이른바 '윤핵관' 논란과 선대위 갈등은 윤 후보 본인 리스크와 겹치면서 지지율의 급전직하로 나타났다. 이준석 대표의 책임론이 당내에서 비등했지만 결국 갈등과 내홍을 진압하고 당내 화합을 모색할 책임은 후보에게 있다는 사실은 윤 후보 처신의 반경을 좁혔고 결국 선대위 해산과 함께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가까스로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이 봉합은 됐으나 불안한 동거다. 이 후보 역시 민주당 선대위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았으나 이낙연, 정세균 등 경쟁 정치인들과의 결합을 유도해 내고 국민의힘의 갈등 상황과 대조적으로 안정적 팀워크를 이루어냈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자연스럽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이슈 부상과 연계된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새로운 물결 김동연 후보와의 연대도 입에 올리고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의 추이에 따라 연합정치는 막판에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20대 대선에서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진실 규명을 뒤로 한 채 치러지는 선거,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권력구조와 정치체제의 토론이 전무한 선거, 선거 막판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단일화 논의들이 선거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있다.

 

윤 후보가 대안세력으로서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이 정권교체론은 지배적 선거구도로서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다. 무능한 제1야당의 혼돈이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선거민주주의를 더욱 왜소하게 만들고 있다. 제3지대의 의미가 이번에도 단일화 논의로 덮이고, 집권세력의 내로남불도 가려지고 있다. 

 

제1야당 후보의 역량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선거 막판에 후보교체론, 단일화 등의 선거공학에 가려 한국사회의 의제가 가려지는 선거민주주의의 위기로 나타날 수 있다. 국민의힘의 정상적 선거궤도로의 복귀가 중요한 이유이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국민의힘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10709595355006#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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