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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를 위한 백신"..20개국이 전세계 백신 90% 싹쓸이[데이:트]

BT, 바이오

by 21세기 나의조국 2021. 12. 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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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를 위한 백신"..20개국이 전세계 백신 90% 싹쓸이[데이:트]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임소연 기자 입력 2021. 12. 11. 09:00 
 
9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라파스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어린이가 중국산 시노팜 백신을 맞고 있다/사진=AFP
 
무슨 일이 있었죠?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꼭 1년만에 전 세계가 또 다시 코로나19(COVID-19)의 충격파를 맞았습니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 팬데믹(대유행)도 종식될 거라 믿었는데 오미크론이라는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면서 코로나와의 이별은 당분간 힘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변이 바이러스가 첫 보고된 아프리카를 넘어 북미·남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전 대륙에 걸쳐 확산되자 
 
백신 분배를 놓고 '불평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현재로선 백신이 사태를 해결할 거의 유일한 희망이지만 저소득 국가들로 향해야 할 백신이 부족해 감염을 예방할 수 없게 되면서 변이가 탄생했다는 주장입니다. 이번 주 [데이:트]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불평등에 대해 알아봅니다.
 
전 세계 백신 접종 완료율/사진=닛케이
더 들여다보면
백신 보급을 둘러싸고 국가별 소득 차이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가 구축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와 WHO(세계보건기구) 등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지난 9일 기준 저소득 국가 사람들 중 6.3%만이 백신 1회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반면 고소득 국가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평균 74.5%, 중하위 국가는 44.7%로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죠. 전 세계 국가의 평균 백신 1차 접종률은 55.3% 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백신 접종률 하위 10개국은 대부분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입니다. △부룬디(0.01%)△콩고민주공화국(0.06%)△차드(0.45%)△아이티(0.58%)△기니비사우(1.00%)△남수단(1.17%)△예멘(1.20%)△에티오피아(1.23%)△말리(1.67%)△탄자니아(1.75%) 순입니다.

확진자 수는 어떨까요. 인구 10만명당 확진자로 봐도 중하위·저소득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1만1767명) △우루과이(1만1539명) △코스타리카(1만1138명) △파나마(1만1097명) △터키(1만554명) △브라질(1만415명) △콜롬비아(9982명) △레바논(9945명) 등입니다.

사진=임소연 기자

저소득 국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건수에서조차 뒤쳐집니다. UN 인도적지원국(OCHA)은 "현재 아프리카 국가에서 7000만 건 이상의 코로나 검사를 했지만 이는 아프리카 대륙의 13억 인구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대조적으로 미국은 5억5000만 건 이상의 검사를 시행한 것으로 보고됐고 아프리카 인구의 10% 미만인 영국은 2억8000만 건 이상의 검사를 시행했다"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프리카 대륙의 의료 기반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백신 보급은 어떨까요. 지금껏제약사에서 생산된 백신 총량의 89%를 주요 20개국이 독점했습니다. 현재 생산하고 있는 백신 물량의 71%도 이들 나라가 이미 계약을 완료한 상태죠. 그 외 국가들로 가야 할 백신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WHO가 주도한 백신 구매·배분 프로젝트 코백스(COVAX)는 빈곤국에 제공할 백신 20억 회분 중 겨우 3분의 1만 확보했어요. 코백스는 목표 확보량을 14억 회분으로 낮춘 상황입니다.

 

백신 제조사들은 부유한 국가들과의 계약을 위해 저개발 국가에 대한 공급 계획을 깼습니다. 결국 백신 제조사가 저개발 국가에 기부하겠다고 했던 백신 물량의 7분의 1만 실제로 전달됐습니다. 브루스 에일워드 WHO 수석대표는 "백신이 부유국에 쏠릴 수록 팬데믹 기간은 연장될 것"이라며 "부유국들이 제조사 앞에 늘어선 줄에서 나와야 저개발 국가에 백신이 원활히 공급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임소연 기자
그래서요
결국 전 세계적 재난을 극복하고자 여러 국가들이 손을 맞잡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월 주요 20개국(G20) 정상은 내년 중반까지 전 세계 인구 70%에 대한 백신 접종을 목표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지금까지 1억4000만 회분을 기부한 미국은 올해 말까지 2억 회분, 2022년 중반까지 3억 회분을 추가 기부하겠다고 했어요.

그러나 약속이 지켜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과거에 했던 약속도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미국은 지난 25일까지 기증하기로 약속한 백신의 25%만 제공했습니다. EU(유럽연합)는 19%, 영국은 11%, 캐나다는 5%만 제공했어요. 영국 가디언은 "창피한 수치"라고 표현했습니다. 여기에 지난달 말부터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각국이 자국민에 '부스터샷'을 맞히기 위해 움직이면서 저개발국가의 백신 확보와 이들 국가에 대한 지원 물량은 또다시 불투명해졌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어디서 시작됐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결론이 없습니다. 다만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백신 쏠림현상'이 새로운 변이 확산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건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부유국 사람들이 모든 접종을 마치고 국경 문을 닫아 걸면 된다는 발상으론 바이러스를 멈출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백신 지원에 실패한 결과 전 세계인이 더 치명적인 코로나 변종의 위험에 노출됐다"며 "오미크론의 등장은 전 세계에 평등한 백신 공급이 왜 긴급한 문제인지를 상기시켜주는 계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세계화를 되돌릴 수 없다면 모두가 힘을 모으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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