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유튜브 동영상에서 다룰 내용입니다.
구조론은 사건을 해석하는 도구다. 사물이냐 사건이냐다. 사물은 그냥 관찰하면 되는데, 사건은 여럿이 모여서 계를 이루고 이차적인 변화를 일으키므로 퍼즐 맞추기가 만만치 않다. 사건은 해석이 필요하므로 특별한 도구를 써야 한다. 수학문제와 같다. 사건은 복잡하게 얽혀서 돌아가므로 정해진 공식에 대입해서 풀어야 한다.
사물 - 관찰로 알 수 있다.
사건 - 해석으로 알 수 있다.
소금이 짜고 설탕이 단 것은 사물의 성질이다. 사물의 성질은 변하지 않으므로 믿을 수 있다. 그런데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고 과일이 썩는 것은 사건이다. 뭉게구름이 모이면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상자 속의 감귤 중에서 하나가 썩으면 순식간에 죄다 썩는다. 사건은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때 갑자기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다. 객체의 고유한 성질이 아니라 주변의 환경적 조건이 사건을 격발하므로 헷갈리게 된다.
토끼 한 마리를 상자에 넣어두면 토끼 한 마리가 있는 것이다. 사물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토끼 두 마리를 상자에 넣어두면 어느새 새끼를 쳐서 열 마리로 늘어나 있다. 출산 직전의 임신한 어미 토끼를 모르고 팔았다면 손해가 크다. 사건의 변화는 미묘하므로 우리가 신중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물 - 쪼개보면 안다.
사건 - 합쳐봐야 안다.
사물은 잘 살펴보면 된다. 안 되면 속을 쪼개보면 된다. 호두를 까보면 안다. 그런데 사건은 방향이 반대다. 씨앗이 싹이 트는지는 심어봐야 안다. 토끼가 새끼를 낳는지는 합방시켜봐야 안다. 자동차가 탈만한지는 시동을 걸어봐야 안다. 쪼개보는 사물의 관찰과 합쳐보는 사건의 해석은 접근방향이 상반되는 것이다.
우리는 사물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퍼즐 맞추기를 시도하지만 사건의 복잡성이라는 장벽에 막혀 좌절하게 된다. 사물은 그냥 있지만 사건은 대칭을 이루고 짝을 짓는다. 사건은 원인과 결과, 전체와 부분, 연결과 단절, 머리와 꼬리로 나누어져 대칭을 이루고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며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대칭의 동시성이 문제로 된다. 사건은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므로 퍼즐을 맞춰도 둘을 동시에 맞춰야 한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사건은 진행하면서 열린계가 닫힌계로 바뀌고, 강체가 유체로 바뀌면서 객체의 고유한 속성은 의미가 없고 수학적 확률이 지배하게 된다. 처음 있었던 성질은 사라지고 원래 없던 질서가 갑자기 생겨나서 자체의 동력을 갖추고 폭주한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리게 된다. 처음에는 사람이 불씨를 당기지만 나중에는 불이 불을 지른다. 우리는 사건의 폭주에 당황하게 된다.
그런데 복잡한 것은 추려서 역으로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구조의 힘이다. 사건은 대칭에 의해 복잡하게 전개하지만 대칭의 축을 장악하면 오히려 단순해진다. 양떼를 들판에 풀어놓으면 복잡하지만 우리에 가둬놓으면 단순하다. 사건을 격발하는 방아쇠를 장악한다면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핵심을 장악하면 오히려 사건이 더 다루기 쉽다. 사물은 힘으로 제압해야 하지만 사건은 대칭을 걸어서 교착시켜 놓으면 고분고분해진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멋지게 사건을 핸들링 할 수 있다.
사물이 재료라면 사건은 요리다. 요리사는 지지고 볶고 데치고 삶아서 원재료에 없는 새로운 맛을 끌어낸다. 그것은 속성이 아니라 관계다. 그것은 성격이 아니라 궁합이다. 사물을 관찰하는 단순한 방법으로는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세상의 퍼즐맞추기를 감당할 수 없고 사건의 해석은 특별한 도구를 써야 한다. 구조론이 그 도구다.
구조론은 수학화 시켜서 보는 방법이다. 들판에 흩어진 양떼를 수학이라는 우리에 가둬버린다. 닫힌계를 걸어 외부 변수를 차단하고 판을 키워서 유체의 성질을 부여하면 객체의 속성은 사라지고 수학적인 관계가 성질을 대신한다. 사건 내부에서 대칭을 이루고 토대를 공유하며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있다. 사건의 메커니즘을 끌고 가는 핸들이 있다. 그 핸들을 잡아야 한다. 비로소 정상에서 전모를 보는 시선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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