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세계가 ‘오미크론(Omicron)’ 공포에 빠졌다. 코로나19 델타변이도 잡지 못해 전전긍긍하는데 세계보건기구(WHO)가 또 다른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로 오미크론을 지정하면서다. 항체를 무력화 수 있는 돌연변이가 많은 걸로 파악되는 오미크론이 코로나19 백신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보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각 국은 서둘러 국경의 빗장을 걸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증시를 폭락시킨 오미크론은 현재로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이여서 두려움을 더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발견됐나=2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부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NICD)는 지난 23일 이 새 코로나19 변이를 확인했다. 지난달 14~16일 환자에게서 채취한 샘플을 분석한 결과였다. 애초 새 변이가 발견된 건 아프리카 보츠와나다. 처음엔 ‘B.1.1.529’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남아공 보건당국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추가로 진행한 뒤 한 뒤 자국 정부에 우려를 전달하고, WHO엔 이 변이에 대한 기술적워킹그룹을 26일 소집해달라고 요청했다.
WHO는 이 요청을 받아들여 이날 회의를 열고 ‘우려변이’로 분류했다. 공식 명칭은 그리스 알파벳의 15번째 글자인 ‘오미크론’으로 정했다. 인도에서 첫 발견돼 현재 우세종인 델타변이도 ‘우려변이’다.
우려변이는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나 치명률이 심각해지고 현행 치료법과 백신에 대한 저항력이 커져 초기 조사가 진행 중일 때 적용한다.
남아공에선 프리토리아 등 주요 도시가 속한 하우텡주(州)에서 100여건의 변종사례가 확인된 상태다.
▶오미크론을 왜 걱정하나=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인 SARS-CoV-2를 포함한 모든 바이러스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지만 속성 자체가 바뀌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미크론은 그러나 ‘스파이크 단백질’에 유전자 변이 32개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델타변이가 갖고 있는 수의 약 2배다. 현재의 백신이 대응토록 설계된 원래 코로나바이러스와 상당히 다르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숙주 세포로 침투한다. 이 때문에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전파력이 바뀔 수 있고, 백신 효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전 홉킨스 영국 보건안전청(HSA) 선임 의학고문은 BBC라디오에 나와 “일부 돌연변이는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게 다른 돌연변이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 관찰된 가장 복잡한 변이”라고 말했다.
남아공 NICD는 오미크론 감염 후 특이한 증상이 보고되지 않았고, 다른 변이처럼 무증상 환자도 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이 발견된 국가는 어디=일단 남아공의 하우텡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다른 8개주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상황이다. 25일 기준 남아공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465명으로, 전날의 두 배에 가깝다. 오미크론 영향으로 의심되지만 보건당국은 확진자 급증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보츠와나에선 4건의 사례가 나왔다. 모두 외교업무차 입국했다 출국한 외국인이라고 한다.
홍콩, 이스라엘, 벨기에에서도 오미크론 감염자가 보고됐다. WHO가 운영하는 유전자 정보 공유기구 지사이드(GISAID)에 따르면 홍콩엔 2건의 오미크론 감염자가 있다. 남아공에서 온 여행객과 캐나다에서 입국한 사람으로 파악된다. 벨기에에선 터키를 경유해 이집트를 여행하고 지난 11일 돌아온 여성이 11일 뒤 감기 유사 증상을 보인 뒤 확진됐다. 유럽에서 첫 사례가 발견된 것이다. 이스라엘에선 말라위를 여행하고 귀국한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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