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0.75%→1.00%)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조만간 6%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0%대 '제로(0) 금리' 시대의 종언과 대세 금리 상승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초저금리 때 빚을 내 아파트나 주식 등 자산시장에 투자한 '영끌·빚투족'의 이자 부담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주담대 금리 5% 넘어…신용대출도 5% 목전
2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금융채 5년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날 기준 연 3.84~5.211%로 지난해 말(2.69~4.20%)과 견줘 1%포인트 이상 올랐다. 최고 금리가 이미 5%대를 넘어선 것이다. 변동형(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도 같은 기간 2.52~4.054%에서 3.56~4.936%로 뛰었다. 상단 금리 5% 진입이 목전이다. 신용대출(1등급·1년 만기)의 경우 작년 말 2.65~3.76%이던 금리가 전날 현재 3.37~4.63%로 상승했다. 역시 최고금리 5%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데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엄격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은행들이 대출 수요 억제를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한 영향도 크다. 금통위가 이날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한 만큼 시중금리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1%대로 진입한 건 작년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제로금리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가 도래한 셈이다.
주담대 6% 진입 초읽기…가계 이자부담 5.8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는 본격적인 우상향 추세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연내 주담대 최고금리가 6%대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자산 가격 상승기에 초저금리를 이용해 은행 빚을 낸 대출자의 이자 상환 부담도 더 늘어난다.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3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3분기(9월말) 현재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117조원 늘었다. 전년 같은 기간 증가액(81조2000억원)보다 35조원 가량 더 증가한 것이다.
카드·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인 판매신용을 뺀 9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도 1744조7000억원에 달한다. 한은이 9월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에 이어 추가로 0.25% 포인트 더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작년말보다 5조 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같은 기간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30만원 불어난다.
자산가격 조정에 대세 금리상승기…빚투·영끌족 어쩌나
특히 집값 상승 기대심리로 과도한 빚을 내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주식, 가상화폐 등에 투자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 내 투자)족은 이중고에 처하게 됐다. 정부의 돈줄죄기가 내년까지 이어지면 자산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데다 금리 상승 탓에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과 과잉 시중 유동성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억제를 위해 한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2022년 경제 및 자본시장 전망'에서 기준금리가 내년에 연 1.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양호한 경기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을 감안해 내년 1분기와 3∼4분기 각각 1회씩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